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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보다 깊은 우정” 연극 ‘터키블루스’ 김다흰·전석호열여라! ‘파타라’ 상자, 5월30일~7월 31일 연우소극장

 

‘파타라’ 상자는 터키를 꿈꾸던 한 남자의 지난 기억이 담긴 보물 상자다. ‘파타라’ 상자를 열고 나온 추억은 더이상 그만의 것이 아니다. 공공재가 된 추억은 잊고 있던 기억을, 향수를 자극한다. 연극 ‘터키블루스’ 속 ‘파타라’ 상자 이야기다.

 

연극 ‘터키블루스’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서로를 추억하는 ‘시완’과 ‘주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완’은 자신만의 콘서트를 열어 어린 시절 친구를 추억하고, ‘주혁’은 터키 여행의 다양한 여정을 통해 친구를 기억한다. 작품은 음악과 여행에 아련한 추억을 녹여낸다. 이야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중한 기억 속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연우무대 62번째 정기공연으로 2013년 9월 초연 이후 2014년 5월 다시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떠난 터키여행을 바탕으로 한다. 연극 ‘터키블루스’의 김다흰, 전석호 배우와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것은 사랑보다 깊은 우정

 

- 연극 ‘터키블루스’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하다. 새롭게 상대방의 캐릭터를 소개해보자. 김다흰 배우는 ‘주혁’을, 전석호 배우는 ‘시완’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전석호: ‘시완’의 직업은 가수가 아닌 의사다. 그것도 정형외과 전문의다. ‘시완’은 부족함 없이 잘 자라오다가 어느 순간 친구(주혁)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그 그리움이 콘서트를 열고 친구를 추억하게 한다. 이 친구는 남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하다. 지금 이렇게 친구라고 말하고 있지만 ‘주혁’에게는 ‘형’이다.

 

김다흰: ‘주혁’은 ‘시완’보다 동생이다. ‘시완’과 친했던 한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얼굴을 본지 꽤 오래된 사이다. 이 친구는 ‘시완’으로 인한 아픔이 있는 친구다. ‘주혁’과 ‘시완’은 터키라는 곳을 동경한다. ‘시완’은 터키를 가지 못하지만 ‘주혁’은 터키를 여행한다. 터키를 여행하며 ‘시완’과 함께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어찌어찌 해서 ‘주혁’은 ‘시완’의 콘서트를 보러 온다. 물론 ‘시완’은 ‘주혁’이 콘서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 ‘시완’과 ‘주혁’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김다흰: 사실 초연 때는 모든 게 어려웠다. 이 작품은 과거 이야기를 계속해 풀어낸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 정도로 과거에 눌려 사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깊이가 어느 정도고 얼마만큼인지 가늠하는 게 힘들었다. 얼마만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표현이 어려웠다.

 

재공연을 하면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시완’이 오히려 고통을 어느 정도 덜어낸 상태가 되어야지 이 콘서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아직도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은 계속 하고 있다.

 

‘주혁’과 부딪히는 장면은 별로 없다. 작품은 개개인의 독백으로 이어지고, 그 독백이 연결되는 구조다. 어떻게 해야 관객에게 내 이야기를 진짜처럼 들리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항상 한다.

 

- 실제 모습 중 ‘시완’·‘주혁’과 닮은 점이 있나.

 

김다흰: 작품 속 인물과 실제 성격이 많이 닮았다. 이 공연은 공동창작을 기반으로 했다. 우리가 직접 창작하고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보통의 경우는 공동창작을 하고 바로 공연으로 올리는 데 이번에는 조금 더 세밀한 작업을 위해 작가가 함께했다. 이야기의 베이스는 우리의 이야기다. 작가에 의해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와 가깝다.

 

- 작품에 일정한 색을 띠지 않는 ‘터키쉬블루’라는 색이 나온다. ‘시완’과 ‘주혁’을 색으로 표현하면 어떤 색에 가까운가.

 

김다흰: 흰색에 가깝다. ‘시완’의 베이스는 나다. 개인적으로 흰색을 좋아한다.(웃음)

 

전석호 : ‘주혁’은 어두운색일 것 같다. 어떤 색과도 잘 섞이지 않는 그런 색이다. ‘주혁’은 어디서든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적응할 것처럼 보인다. 실은 누구보다도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우정이라고 해도 ‘시완’이 밖에 없었다. ‘주혁’은 그동안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간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것을 보면 누구와도 섞이지 못하는 색과 닮았다. 어릴 때는 ‘시완’을 만나 자연스럽게 ‘파스텔’ 톤을 보였지만 ‘시완’과 이별하고 나서는 어두운색을 띠는 것 같다.

 

- ‘시완’과 ‘주혁’의 관계가 궁금하다. 친구의 우정, 단지 소울메이트인가? 어떻게 보면 사랑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전석호: ‘주혁’과 ‘시완’의 관계는 ‘사랑’이 맞는 것 같다. 물론 그 사랑이 동성애적인 사랑은 아니다. 이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스럽다. 어떤 느낌인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데 말로 설명하고 글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관계다. 우리가 자주 썼던 문장 중에 ‘사랑보다 깊은 우정’이라는 게 있다. 이것이 두 사람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시완’과 ‘주혁’의 관계는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순 없다.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어떨 때는 사랑을 넘어선 우정 같고, 또 어떤 날은 우정을 넘어선 사랑 같다. 이건 ‘사랑이야!’, ‘아니야, 우정이야!’라고 나누기보다는 이들은 원 없이 사랑하고 원 없이 우정을 나눴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김다흰: 두 사람의 관계는 석호 말처럼 동성애적인 사랑은 아니다. 그 당시에는 동성애라고 생각할 만큼, 동성애 개념이 잡혀 있지 않았을 것 같다. 그만큼 두 사람은 깊은 우정을 나눴다. 말 그대로 ‘사랑보다 깊은 우정’이다. 지금 ‘시완’이 사람들 앞에서 과거 이야기를 담담하게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때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그 감정에 휩싸여 빠져나오지 못 했다면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거다. 이제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내가 왜 외면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 ‘시완’과 ‘주혁’이 각기 다른 이유로 제주도에 간다. 그곳에서 ‘시완’은 ‘주혁’을 본다. ‘주혁’에게 아는 체하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시완’은 왜 ‘주혁’에게 아는 체하지 않았을까.

 

김다흰: ‘시완’에게 ‘주혁’과 함께한 과거는 분명 힘든 시간이었다. 그와 관련된 마음은 장면 다음에 대사로도 나온다. ‘주혁’을 찾고 노래를 부르면 그때의 ‘시완’의 모습이 떠오를 테니 쉽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시완’은 사실 ‘주혁’을 너무나 사랑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그를 회피한다. ‘주혁’을 다시 만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까 봐 그런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대본상 나와 있는 이론적인 해석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한동안 그 친구와 연락도 못 하고 지냈다. 내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소식이 끊겼다. 대학교 들어가고 방학 때 집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를 우연히 봤다. 친했던 친구지만 쉽게 아는 체할 수 없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그랬다. 물론 ‘시완’은 나보다 더 많은 생각이 들었을 거다. ‘시완’은 과거를 돌이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완’이 ‘주혁’을 봤을 때 ‘어! 주혁이네?’의 반가움보다는 ‘아…’와 같은 기분이 더 컸을 것 같다.

 

- 반대로 ‘주혁’이 먼저 ‘시완’을 봤더라면, ‘주혁’도 ‘시완’처럼 스쳐 지나갔을까?

 

전석호: 그럴 것 같다. 왜냐면 그게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주혁’ 역시 차마 쉽게 ‘시완’에게 말을 걸지 못했을 거다. ‘시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시완’을 한참 동안 보고 있는 것뿐이다. 물론 ‘시완’과 맞닥뜨려야 한다면 얼마든지 맞닥뜨릴 수는 있을 것 같다.

 

김다흰: ‘주혁’이라면 아는 척했을 것 같다. ‘어? 형! 얼마 만이야!’ 이런 느낌으로 먼저 말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전석호: 그러면 ‘주혁’이 진작 ‘시완’을 찾았겠지.

 

김다흰: 아니, 어제 본 사람처럼 대할 것 같은 느낌?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만약에 ‘주혁’이 ‘시완’을 먼저 본다면 진짜 어제 본 사람처럼 ‘시완’을 반갑게 맞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 ‘터키블루스’의 메시지, “언젠가 그리워할 오늘을 살아”

 

- 연극 ‘터키블루스’는 ‘시완’의 콘서트가 중심이다. 추억을 자극하는 가요가 울려 퍼진다. 인물의 감정이나 이야기를 잘 표현해주는 노래는 무엇인가.

 

김다흰: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가 제일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감정선의 표현을 떠나서 작품의 마지막 점을 잘 찍어주는 노래다. 우리끼리도 자주 이야기한 부분이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대체할 노래가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은 늘 ‘없을 것 같다’다. ‘그 장면에서는 그 노래가 딱!’이라고 며칠 전에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노래할 때 기분이 좋다.

 

전석호: 나는 조금 다르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도 좋지만 인물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노래는 ‘민물장어의 꿈’ 같다. 원곡을 들어보면 다흰 형이 부른 것과 많이 다르다. ‘민물장어의 꿈’ 가사가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혁’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시완’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노래를 들으며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가 추억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민물장어의 꿈’은 노래 자체만 두고 봤을 때 우리의 이야기와 가장 근접하다.

 

-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 노래지만, 연극 ‘터키블루스’를 아우를 수 있는 가요가 있을까. ‘이 공연은 이 노래와 비슷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김다흰: 석호 말처럼 ‘민물장어의 꿈’이 우리 공연을 잘 표현해주는 노래라고 한다면 ‘한국인’이 부른 ‘423’이 가장 비슷할 것 같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민물장어의 꿈’과 오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요즘은 공연장에 오기 전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온다. 가사가 정말 좋다. 특히 ‘그냥 그런 날들은 없지 생각해 보니 그런 걸. 지나는 순간엔 볼 수 없지. 언젠가 그리워하게 될 오늘을 살아’라는 이 부분이 좋다. ‘언젠가 그리워하게 될 오늘을 살아’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두 사람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 마음에 와 닿는다.

 

- 연극 ‘터키블루스’에는 좋은 대사가 참 많다. ‘시완’과 ‘주혁’을 연기하면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김다흰: 기억에 남는다고 하기보다는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참 좋다. 사실 작품은 어느 한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에게는 가치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관객들이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공연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에 이 이야기가 거리공연이라면 어떻게 될까. 재미가 없으면 그냥 지나가면 되는 거다. 항상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말하는데 진심으로 그 말을 하는 게 좋다. 의미 있는 대사는 아니지만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는 대사다.

 

전석호: 이번에 바꾼 대사 중에 ‘술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대사가 있다. 이 대사는 다흰 형이 연습하다 만들어줬다. 이 대사가 좋다. 사실 모든 대사가 다 마음에 든다. ‘에페스’ 맥주를 설명하면서 ‘시완’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처음 만난 것은 학교가 아니라, 집이었죠’. 대사는 물론이고 그 라인 전체가 좋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작점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 들어 그 부분이 와 닿는다. 다흰 형이 이 대사를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보고 있으면 ‘저것만 아니어도 이 사단이 안 일어났을 텐데, 저 순간만 없었으면’라는 생각이 든다.

 

- 연극 ‘터키블루스’가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다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연극 ‘터키블루스’는 굉장히 좋은 소스를 가지고 있다. ‘파타라’ 상자 안에 ‘시완’의 기억과 추억이 다 들어 있다. 공연을 본 관객들도 자신의 기억과 추억이 담긴 ‘파타라’ 상자를 열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파타라’ 상자를 열면 자신의 과거를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옛날에 이런 친구가 있었지’라고 되새김질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전석호: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가져가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누구에게나 친구가 있고, 누구나 이별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수줍은 두 소년, 배우가 되다

 

- ‘시완’과 ‘주혁’의 이야기는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김다흰, 전석호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김다흰: 정도의 길만을 걸어가는 굉장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거나 잘해서 튀는 것도 아니었다. 특별한 것은 고등학교 때 했던 방송반 생활이다. CA 활동으로 방송반을 했다. 학년당 2명씩 하는 건데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다. 그때 오디션을 처음 봤다. 꿈은 가수였다. 방송반 한 것을 보면, 막연하게 이런 쪽으로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방송반 했던 거 말고는 정말 별거 없었다. 방송반을 하면서도 정말 평범했다.

 

전석호: 남들처럼 열심히 뛰어놀았다. 뭐든 열심히 했다. 어릴 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방송반 같은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에 연기를 접하게 됐다. 우리끼리 가끔 ‘이 일이 나하고 안 맞을 수도 있겠구나’하고 이야기하곤 한다. 앞에 나서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 ‘시완’과 ‘주혁’처럼, 콘서트와 터키여행으로 누군가를 추억할 수 있다면 누굴 추억하고 싶은지.

 

전석호: 추억하고 싶은 특정 인물은 없다.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정말 보고 싶었다. 무턱대고 초등학교로 향했다. 선생님이 아직도 학교에 계시더라. 오랜만이라 기분이 매우 좋았다. 고등학교 때도 한 번 찾아간 적이 있다. 가끔 초등학교에 간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잘 안 가게 되는데 이상하게 초등학교는 1년에 한두 번씩 가게 된다.

 

김다흰: 대학교 때 친했던 형이 있었는데 큰일이 있어 지금은 못 만나는 사이다. 그 형이 아직도 가슴에 많이 남아 있다. 연극 ‘터키블루스’ 공연을 하면서도 그 형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형을 위해 ‘시완’처럼 콘서트를 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한 적 있다.

 

- 연극 ‘터키블루스’는 연우무대의 여행시리즈 중 하나다. 직접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에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이런 작업 스타일은 어떤 매력이 있나.

 

김다흰: 여행 연극은 자신의 이야기를 베이스로 한다. 여행 시리즈는 여행을 먼저 다녀오고 그 경험을 계속해 털어놓는다. 그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좁히고 좁히다가 하나의 이야기를 내놓는다. 훨씬 많은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 작업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여행을 다녀오고 그 안에서 소스를 찾아내는 작업에 흥미가 없다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수 없다.

 

- 여행 시리즈의 매력은?

 

김다흰: 이런 소스를 누구와 함께 풀어내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저는 박선희 연출과 함께하는 여행 공연이 재미있다. 솔직히 말하면 연극에서 연출은 굉장히 중요하고 큰 역할을 담당한다. 연출이 작품에 어떤 철학을 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된다. 만약 다른 연출이 여행 시리즈로 공연을 올린다면 또 다른 실험이 될 수 있다. 그것도 그 나름대로 흥미로울 것 같다.

 

- 여행 시리즈 공연을 함께하자는 제의가 또 들어오면 할 의향이 있는지.

 

김다흰: 여행 연극은 지금 세 번째 하고 있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 ‘터키블루스’ 그리고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실은 박선희 연출의 다른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여행 연극이 ‘지겹다’ 보다는 박선희 연출과 ‘여행 연극 포맷’이 아닌 ‘다른 포맷의 연극’으로 함께해보고 싶다.

 

- 매일 공연하면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올 것 같다. 슬럼프에 빠질 것 같은데. 실제는 어떤가.

 

전석호: 이 부분에 대해 다흰 형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영화나 다른 미디어는 최고의 장면을 뽑아 ‘딱’ 틀어주면 끝난다. 우리는 하루하루가 오디션장이고 촬영하는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걸 아닌 척하고, 처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평일에는 1회 공연이라 괜찮지만 주말에는 2회 공연을 하니 조금 더 힘들다.

 

슬럼프는 매번 빠지는 것 같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주혁’이라는 역이 곧 나지만, 어느 순간에는 관객들에게 보여주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싶더라. 물론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맞다. 가끔 이게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든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데’라고 생각한다. 극복법은 딱히 없다. 그럴 때는 술을 마신다. 아니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형들한테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가 고민하는 부분을 채워준다.

 

김다흰: 배우들은 보통 석호가 말한 부분과 비슷할 것 같다. 공연을 하다 보면 그런 게 생기는 것 같다. 연극 ‘터키블루스’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연극 ‘인디아 블로그’ 할 때는 심했다. 한 공연을 6개월 정도 했다. 힘들더라. 그 느낌은 6개월 동안 같은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슬럼프가 찾아온다. 극복 방법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스스로가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 10년 플랜을 세워본다면,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전석호: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재능 기부를 해보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한 번 사는 거다. 내 삶의 가치를 두고 봤을 때 열심히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다. 거창한 봉사활동이 아니라도 좋다. 작은 분교나 문화소외지역에서 연극축제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 배우는 계속하고 있을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영어를 조금 더 열심히 배우고 악기 하나쯤 다룰 수 있게 되면 외국에 나가 뭐라도 하고픈 마음이다.

 

김다흰: 쉬지 않고 계속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 있으면 좋겠다. 간혹 존재만으로 믿음을 주는 배우가 있다. 얼마 전에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변호인’을 봤다. 송강호, 전도연이 나오는 첫 순간부터 배우를 떠나 그 자체로 보게 됐다. 이게 연기를 하는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 몰입했다. ‘저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답은 믿음인 것 같다. 배우는 스크린 안에서 관객이 그만큼 믿을 수 있게 속여야 한다.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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