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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신화 ‘워낭소리’, 오래된 파트너십의 강인함을 배우다

                      

 

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계속되는 관객몰이에 장안이 시끌벅적하다. 개봉 한 달째가 되는 2월 15일에 관객 수 70만을 넘어섰다고 하니, 한국 독립영화로서는 일대에 길이 남을 놀라운 기록이다. 최근에는 대통령 내외까지 직접 영화를 관람해 정치계, 문화계 할 것 없이 ‘워낭소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불황에는 코미디가 뜬다’는 것이 그간 방송영상계의 속설이었다. TV, 연극, 영화와 같은 매체들은 서민들의 힘든 현실을 잊게하는 판타지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국내 경기침체를 넘어 세계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눈물 콧물 범벅되는 ‘워낭소리’가 어떻게 이런 높은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진정성’이다. 방화니 연쇄 살인이니 흉흉한 이 시대에서는 옆에 있는 놈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위기감이 팽배하다. 마냥 웃고 즐기기에는 뭔가가 불안한 것이다.

‘워낭소리’와 같은 가슴찡한 리얼리티로 무장한 연극이 있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결코 즐겁지 않은 진짜 현실을 용감하게 무대위로 끌어 올렸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우리네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진짜 필요한 시간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 시티에 사는 당신, 지금 행복하십니까

고정된 존재에 대한 확실성을 과감히 부정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이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어찌 남을 사랑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겠는가. ‘타인’에 대한 책임,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책임은 더할 나위 없이 무거운 족쇄다. ‘책임’들이 곧바로 ‘돈’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연극이 바로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다.

소박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연극은 계획에 없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생기는 부부 간의 갈등을 극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울며불며 작성한 대차대조표에서 배달 우유값, 남편의 담뱃값까지 다 제해도 아이를 키우기에는 모자란 살림살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먹고 살 것이라는 부인과 무책임한 아버지가 되기 싫다는 남편의 싸움은, 비단 젊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마음이 짠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시대의 우리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여러 관계에서 오는 ‘책임’들은 기피의 대상이며 공포의 대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어느 때보다 더 끈끈한 유대관계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계로부터 도망칠수록 외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면에서의 싸움은 연극 무대 위 젊은 부부의 싸움으로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제이며 지금을 사는 모든 이들의 문제다.

오래 묵은 따뜻한 파트너십을 위하여

‘워낭소리’의 영어제목은 ‘Old Partner’이다. 농사일을 업으로 알고 팔십 평생을 살아온 최원균 할아버지와, 그 곁에서 30년을 함께 지내온 늙은 소는 참 많이도 닮아있다. 인생의 동료로 함께 늙어온 그들의 파트너십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의 부부 또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들이다. 아이문제로 인한 의견충돌로 말다툼을 하지만,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둘이 함께 만드는 미래이다. 투정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풀 죽어 있을 때 토닥여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한 번 더 힘을 내게 해 주는 원동력이다.

지금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은 장밋빛 판타지도, 배꼽 빠지는 코미디도 아니다.‘워낭소리’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현실을 바라보는 솔직한 눈 때문일 것이다. 덮어두고 싶었던 흉하고 슬픈 것들을 꺼내보면 생각만큼 어둡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어둠 곳곳에는 애착도 숨어있고 웃음도 있다. 우리의 모습과 꼭 닮은 현실을 대면하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치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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