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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알고보기] 레자 드 웨트의 ‘세자매’ vs 안톤 체홉의 ‘세자매’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레자 드 웨트의 ‘세자매’ vs 안톤 체홉의 ‘세자매’
‘세자매’는 안톤 체홉의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의 4대 희곡 중 하나로 1900년에 집필, 이듬해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포병 여단이 주둔하는 어느 지방 도시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여단장이었던 아버지가 죽음으로써 뒤에 남게 된 세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군인사회 사람들과의 인간상을 심도있게 전한다. 제정러시아 시기의 생기 없는 현실과, 거기서 탈출하려고 하는 몸부림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레자 드 웨트의 ‘세자매’는 체홉의 ‘세자매’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연기력이 탄탄한 중견배우들을 중심으로 체홉의 관객들에게 체홉보다 더 체홉적인 작품을 완성도 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 원작 깊이보기 : 안톤 체홉의 ‘세자매’

이 작품은 장군인 아버지가 사망한 후 시골에서 살아가는 세자매와 아들 안드레이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무기력한 지식인층을 묘사해내고 있다. 대학교수를 꿈꾸던 안드레이는 결혼 후 그 꿈이 좌절되자 시의원이 된 것을 자랑으로 삼고 다니는 못난 지식인이 되었고, 큰딸 올가는 평범한 교사로 노처녀가 되어 늙어간다. 유부녀인 둘째 마샤는 그 고장에 새로 부임한 수비대장과 연정을 나누지만 그 남자는 결국 마샤를 떠난다. 막내딸 이리나는 억지로 일하여 애정 없는 결혼으로 탈출을 꿈꾸지만 그 결혼마저 약혼자의 피살로 끝나버린다. 이들 모두의 유일한 희망은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것이었으나 이 마을에 주둔한 군대가 떠난 후 그들의 희망은 사라지고 답답한 일상이 계속 이어진다.

체홉은 이 작품에서 모든 희망이 사라진 비극적 순간에 세자매가 외치는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라는 대사로 삶의 희망적인 미래를 저버리지 않는다. ‘세자매’는 변화와 역동의 세기말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기력하고 나약한 러시아 중류 계층의 음울한 삶의 묘사를 탁월하게 표현한 체홉의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원작자와 안면 트기 : 러시아어-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문화어-안톤 체홉(1860년 1월 29일~1904년 7월 15일)

안톤 체홉은 1860년 1월 17일 흑해에 면한 남 러시아 항구 도시 ‘타간로그’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는 돈으로 자유의 몸이 된 농노였고 부친은 상인이었다. 중학 시절부터 연극과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체홉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이 모두 모스크바 빈민가로 이주하자 혼자 남아 하숙을 하며 고학을 했다. 그러나 체홉은 타간로그시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하고 생계를 위해 주간지에 작품을 기고하면서 문학적 생애를 시작한다.

1886년 최초의 단편집 <잡화집>이 출판되자 각계각층으로부터 대환영을 받았고, 이 또한 그를 문학가로 이끄는 결과를 낳았다. 1889년 대학을 마치고 1890년 결핵을 앓으면서도 혼자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사할린 섬으로 여행하면서 방대한 보고기 <사할린 섬>을 1895년에 발표하였다. 여행 후 1892년 <6호실>, 1894년 <3년>, 1895년 <다락방이 있는 이층집> 등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사회활동도 열심히 했다. 1898년 <상자에 들어간 사나이>, <까치밥나무>, <귀여운 여인>, 1899년 <개를 데리고 있는 부인>, 1902년 <약혼녀> 등 주옥같은 작품을 썼다.

초기의 그의 작품은 발랄한 기지와 풍부한 웃음의 유머소설로 곧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독자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4대극이라 불리는 1896년의 <갈매기>, 1897년의 <바냐 아저씨>, 1901년의 <세자매>, 1904년의 <벚꽃동산>이 있는데 그는 만년에 극작에 주력하였으며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스타니슬라브스키’를 만나 연극사의 새 시대를 열었다. 흥미롭게도 그가 1880년대 쓴 <플라토노프>, <이바노프>, <숲의 주인> 등의 희곡에서는 주인공이 모두 인생에 절망하여 자살하고 있는데 비해 후기의 4대극에서는 ‘살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다시 일어선다. <벚꽃동산>의 젊은 세대인 ‘아냐’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생활에 뛰어든다. 이 같은 사실은 미래에 대한 그의 신뢰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강화되었음을 가리킨다. 짧은 생애 동안 500편의 소설(400편의 유머소설)과 18편의 희곡을 쓸 정도로 단편과 희곡으로 일관한 작가이다.

◎ 번안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 레자 드 웨트의 ‘세자매’


레자 드 웨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여류작가로 뛰어난 감수성과 독특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특히 안톤 체홉의 여러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창작함으로써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안톤 체홉의 ‘세자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약 17년의 세월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그린다. 1920년대 러시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혁명군 장군의 정부가 되기도 했던 마샤, 그러나 그녀의 옛 연인은 반혁명군의 장군으로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등, 격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엇갈린 운명을 만들어낸다. 올가, 마샤, 그리고 이리나 세자매가 갖고 있는 열망과 희망이 격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하층계급으로 전락해 가는가를 성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체홉의 기존 작품들인 ‘세자매’, ‘갈매기’,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 등의 상황과 대사를 차용하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레자 드 웨트의 ‘세 자매’는 오는 2월 2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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