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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알고보기] 뉴욕과 서울의 안티고네들에게, 연극 ‘뉴욕 안티고네’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연극 ‘뉴욕 안티고네’ vs 희곡 ‘뉴욕 안티고네 (Antygona w Nowym Jorku)’

희곡 ‘뉴욕 안티고네’는 폴란드출신의 극작가인 야누쉬 그오바츠키(Janusz Głowacki)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되기에 앞서 뉴욕으로 이민을 간 그오바츠키가 자신처럼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들에게 가진 관심으로 태어난 작품으로서 환경의 변화가 작가의 관심을 변화시킨 한 예다. ‘뉴욕 안티고네’ 이외에도 ‘바퀴벌� 사냥(Polowanie na karaluchy, 1986)’ 역시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미국 이민자라고는 하지만 이는 한국에서도 외면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미국 이민자이자 노숙자인 소외계층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 꾸었던 꿈들은 모두 말 그대로의 꿈으로 이미 좌절한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부질없는 희망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연극 ‘뉴욕 안티고네’는 ‘뉴욕의 안티고네’ 임과 동시에 ‘서울의 안티고네’들에 대한 이야기다.

◎ 원작 깊이보기 : 희곡 ‘뉴욕 안티고네’


‘뉴욕 안티고네’는 뉴욕 톰킨스 스퀘어 파크에 살고 있는 세 명의 노숙자(폴란드 남자, 러시아 남자, 푸에르토리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사랑과 희망, 그리고 절망을 모두 경험한다. 워싱턴 ‘아레나 스테이지(Arena Stage)’ 극장의 요청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이후 프라하, 페테르부르크, 본, 예일 레퍼토리, 아틀란타, 뉴욕, 멕시코시티,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파리에서 공연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르 발라당(Le Baladin)’과 소르본느 대학생들이 선정한 올해 파리 최고의 연극에 주어지는 상을 받기도 했다.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바퀴벌레 사냥’과 마찬가지로 미국‘Time’지에 의해 1993년 최고의 10대 연극으로 선정되었다.

◎ 원작자와 안면 트기 : 야누쉬 그오바츠키(Janusz Głowacki)

그오바츠키는 수필가,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드라마 작가 등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1938년 9월 13일 폴란드 포즈난(Poznań)에서 범죄소설과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는 아버지와 문학잡지 편집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오바츠키는 태생적으로 작가의 운명을 타고났다. 1960년 젊은이들의 ‘연감(Almanach Młodych)’을 통해서 문단에 데뷔한 그는 1964년부터 1981년까지 폴란드 주간지 ‘문화(Kultura)’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그의 인기는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교과서가 되고 있다. 1981년 12월,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되기에 앞서 그오바츠키는 ‘로얄 코트 씨어터(Royal Court Theatre)’에서 있을 ‘재’의 초연을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영국 ‘더 가디안(The Guardian)’지와 ‘런던 타임즈(London Times)’지는 이 작품을 그 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그오바츠키가 뉴욕으로 이민을 떠나자 폴란드 연극 무대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사라지게 되고 말았다. 작가가 처한 환경의 변화는 작가의 관심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서, 이때부터 그는 미국 이민자들의 환경과 삶을 보다 관심 있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바퀴벌레 사냥(Polowanie na karaluchy, 1986)’과 ‘뉴욕 안티고네(Antygona w Nowym Jorku, 1992)’는 그의 이러한 관심이 낳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2000년에 최신작 ‘네 자매(Czwarta siostra)’를 발표했다.
‘포르틴브라스는 술에 취했다’는 그오바츠키가 미국에서 쓴 최초의 희곡작품으로, 햄릿의 궁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노르웨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런던, 로스앤젤레스, 사라예보, 모스크바, 폴란드 크라쿠프 그리고 뉴욕 ‘액터스 스튜디오(Actors Studio)’에서 상연되었다.

◎ 번안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 연극 ‘뉴욕 안티고네’


원작 ‘뉴욕 안티고네’는 자유의 여신상에게 홀린듯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온 제3국의 이민자들에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극의 내용은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어 부유해진 해피엔딩이 아니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교수를 했지만 알코올중독자가 되버린 사샤와 18시간 동안 공장에서 일하던 때를 행복하다고 하는 아니타는 모두 톰킨슨 파크의 노숙자들 이다. 이는 불과 몇십년 전 너도나도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과거의 한국이며, 공원과 지하철 역사에서 박스 몇 장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노숙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의 한국에 모습이다.

이에 연극 ‘뉴욕 안티고네’는 지명과 캐릭터의 이름을 모두 원작 그대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서에 어긋나지 않음을 물론, 리얼리즘을 넘어서서 그로테스크하다. 실상 이 작품에 있어 그 현실 공간이 공산 폴란드이거나, 80년대의 뉴욕이거나 또는 한국의 지하철 역사 이거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그오바츠키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픈 현실을 보여주는 상황 속에 살아있는 일반적이고 통렬한 유머를 느끼고 웃는 가운데 심장 한켠이 아려옴을 느끼는 이 작품 속에 살아있는 인간 군상의 인생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연극 ‘뉴욕 안티고네’는 1996년 연출가 이성열을 중심으로 2,30대 젊은 배우들이 뭉쳐 만든 실험연극공동체 ‘백수광부’의 27번째 정기공연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2009년 서울의 어느 곳과 다르지 않은 모습들을 보며 현대 사회 속 인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이 작품은 오는 2월 5일부터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2009년 2월 5일 ~ 3월 1일, 산울림 소극장)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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