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벌써 끝을 맺어가고 있다. 10월이 마무리되고 나면 이제 관객에게 남은 시간은 두어 달 남짓이다. 연말은 각종 공연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때문에 좋은 공연을 선택하기 어려운 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공연을 선택해야 ‘잘 골랐다’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참맛을 살린 연극 두 편을 소개한다.

이야기의 힘
연극 ‘필로우맨’
11월 20일부터 12월 15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

연극 ‘필로우맨’은 노네임씨어터&뮤지컬해븐이 내놓은 ‘내러티브 시리즈’의 일환이다. ‘내러티브 시리즈’는 내러티브(실화나 허구의 사건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구조적 형식)에 집중한 두 개의 연극 작품을 시리즈로 역어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연극 ‘필로우맨’과 ‘스테디레인’으로 구성된다.

연극 ‘필로우맨’은 마틴 맥도너가 썼다. 2003년 초연된 작품은 긴장과 공포, 위트와 슬픔의 정서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한 가지 장르에 귀속되지 않은 자유로움은 기존 연극적 속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재미를 관객에게 전한다.

작품은 살인사건에 얽힌 형제와 그들을 취조하는 형사들의 진실공방으로 진행된다. 형사와 용의자의 대립 속에 살인사건을 취조하는 직렬식 이야기와 주인공이 지키고자 하는 ‘이야기’들의 병렬식 투입으로 ‘내러티브’의 참맛을 살린다.

연극 ‘필로우맨’은 2007년 국내 초연했다. 연기파 배우 최민식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2012년은 변정주 연출과 실력파 배우들의 합세로 연이은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 공연 당시 호평을 이끌어냈던 김준원과 손종학이 다시 한 번 출연한다. 김준원은 장애를 가진 형을 보살피는 작가 ‘카투리안’을, 손종학은 노련하고 냉정한 형사 ‘투폴스키’를 연기한다. ‘에리얼’ 역과 ‘마이클’ 역은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무조건적으로 분노하는 ‘에리얼’ 역은 정태민이 맡는다. ‘카투리안’의 형이자 어린 시절 고문으로 뇌 손상을 입은 ‘마이클’ 역은 홍우진이 출연한다.

웃음을 없애려는 이, 웃음을 지키려는 이
연극 ‘웃음의 대학’
11월 9일부터 2014년 2월 23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연극 ‘웃음의 대학’은 2013년 하반기를 웃음으로 채워줄 작품이다. 일본 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인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희극을 모두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그린다.

이번 공연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검열관’ 역으로 송영창, 서현철, 조재윤이 캐스팅됐다. 웃음을 사수해야 하는 작가 역으로는 김승대, 정태우, 류덕환 등이 무대에 오른다. 김승대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이후 오랜만에 연극을 선택했고, 정태우와 류덕환 역시 오랜 연극 무대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다.

작품은 2008년 공연 당시 ‘연극열전2’ 아홉 번째 작품으로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앵콜 공연에서 인터파크 예매순위 7주간 연속 1위의 영광을 안았다. 그다음 해 펼쳐진 무대는 대학로와 강남에서 동시에 공연되며 누적 관객 수 3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공연은 새로 건립된 대학로 복합문화예술공간 유니플렉스의 2관 개관작으로 선정돼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노네임씨어터&뮤지컬해븐,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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