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바람은 제법 쌀쌀하고, 햇살은 나른하게 늘어진다. 스산한 가을이 밀려들어 허할 때는 계절에 어울리는 공연 한 편이 좋은 처방전이 되기도 한다. 연극 ‘클로저’는 복잡한 현대인의 사랑을 진한 대사의 날것으로 그려낸다. 날카로운 대사의 힘과 깔끔한 연출로 올가을 다시 돌아왔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외로움이 진해가는 가을에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올가을 당신을 위로할 연극 한 편, 어떨까.

당신의 사랑은 안녕한가요?
연극 ‘클로저’
10월 1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연극 ‘클로저’는 아슬아슬한 네 남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집착과 탐욕, 소통과 진실을 말한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신문사 부고 기사를 쓰는 기자 ‘댄’과 스트립 댄서 ‘앨리스’, 사진작가 ‘안나’, 피부과 의사 ‘래리’ 등 네 명의 남녀가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대표작이다. 1997년 영국에서 초연한 뒤 1999년 브로드웨이에서 진출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전 세계 50여 개국 100여 개 도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사랑받았다.

연극 ‘클로저’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대사로 유명하다. 네 명의 남녀가 우연히 마주하고, 사랑하며, 상처 주고 집착하게 되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대사로 이어진다. 자칫 불편할 수 있는 대사들은 네 남녀가 놓인 상황과 감정에 맞물려 극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연극 ‘클로저’는 시즌마다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도 주목할 만한 스타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다. 올해는 총 11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스트립 댄서 ‘앨리스’ 역에는 이윤지, 진세연, 한초아가 출연한다. 소설가 ‘댄’ 역은 군 제대 후 첫 복귀 무대에 오르는 신성록과 새롭게 합류하는 최수형, 이동하가 출연한다. 의사이자 ‘안나’의 남편인 ‘래리’는 서범석, 배성우, 김영필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르고, 사진작가 ‘안나’ 역은 김혜나와 차수연이 맡는다.

추민주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 “말의 밀도가 높은 작품이다”며 “대사가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서 이어진다. ‘사랑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네 남녀를 돌고 돈다. 말의 홍수 속에서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그 외의 다른 것들을 줄이고, 미니멀하게 보여주자고 했다. 많은 것들을 비워놓고 캐릭터의 상황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애썼다”고 전했다.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10월 6일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작품은 제6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이다. 차범석희곡상에서는 ‘침향’, ‘푸르른 날에’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원작은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는다. 가족이라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이별’의 과정을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차범석희곡상 수상 당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한국 연극계를 지키고 있는 원로 배우들과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 역은 배우 신구가 맡는다. 78세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연기한다. 손숙은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로 변신한다.

아들 역은 정승길이 함께한다. 그는 연극 ‘푸르른날에’, ‘에이미’, ‘벚꽂동산’ 등에 출연했다. 정승길은 이번 공연에서 늘 형의 그늘에 가려 살아왔다고 생각한 둘째 아들 역을 맡았다. 푼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 역은 서은경이 함께한다. 옆집 정씨 아저씨는 배우 이호성을 맡아 푸근한 연기를 선보인다.

무대는 조명과 음악으로 더욱 다양한 색을 입는다. 조명은 조명디자이너 김창기가 참여한다. 그는 연극 ‘벚나무 그늘 아래에서 벌어지는 한 가문의 몰락사’, ‘푸른 배 이야기’, ‘밤으로의 긴 여로’, ‘오이디푸스’, ‘3월의 눈’ 등의 쟁쟁한 작품의 조명을 도맡아 왔다. 음악은 연극 ‘달빛 속으로 가다’의 이나리메가 참여했다. 무대는 이유정이 맡는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연극 ‘달빛 속으로 가다’ 등에 참여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의 시골 정취에 상징성을 더한 무대를 보여준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신시컴퍼니, 악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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