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국민연극이다. 압구정 윤당아트홀에서 9월 1일까지 공연한 연극 ‘라이어’가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9월 24일 다시 돌아온다. 이번 공연은 12월 31일까지 무대에 오르며 2013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작품은 영국 인기 극작가 겸 연출가 ‘레이 쿠니(Ray Cooney)’의 스테디셀러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연극 ‘라이어’는 코믹하면서도 탄탄한 구성이 특징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웃음코드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았다.

15년 흥행 돌풍의 비결

연극 ‘라이어’는 국내 최장기 오픈런 공연이다. 작품은 15년 간 18,000회 공연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1999년 5월 대학로 초연 당시 안내상, 이문식, 정재영, 이종혁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해 국민연극 ‘라이어’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300만 관객 관람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연극 ‘라이어’의 흥행을 이끈 또 하나의 힘은 관객들 사이에 퍼져나간 입소문이다. 원작의 힘으로속편 격인 ‘라이어 2탄-그 후 20년’과 ‘라이어 3탄-튀어!!’가 연달아 인기를 끌었다. 관객들의 솔직한 평가로 작품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연극 ‘라이어’가 대규모의 홍보전략 없이 15년을 달려 온 또다른 에너지다.

연극 ‘라이어’, 그 이야기 속으로

주인공 ‘존 스미스’는 ‘메리’와 ‘바바라’ 두 명의 부인을 둔 택시기사다. 그는 교대근무의 특수성을이용해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두 집을 넘나든다. ‘존 스미스’는 우연히 가벼운 강도 사건에 휘말린다. 완벽했던 알리바이도 틀어지게 된다. 사건은 ‘메리’와 ‘바바라’가 각각 ‘존 스미스’를 실종신고하면서 위태롭게 흘러간다.

‘존 스미스’의 두 집에는 별난 이웃들이 산다. ‘존 스미스’와 ‘메리’의 집 2층에 사는 ‘스탠리 가드너’는 영국판 청년 백수다. 아랫집을 밥 먹듯 드나드는 게 그의 직업이다. 그는 ‘존 스미스’의 이중생활이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의협심을 발휘해 ‘존 스미스’의 거짓말을 돕는다.

‘바비 프랭클린’은 ‘존 스미스’와 ‘바바라’의 집 위층에 산다.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랫집 상황에 흥미를 느낀다. 그는 꼬일대로 꼬인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존 스미스’를 쫓는 형사 ‘포터하우스’와 ‘트로우튼’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 나간다. ‘트로우튼’은 강한 집념으로 ‘존 스미스’의 뒤를 캔다. ‘포터하우스’는 사건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존 스미스’의 일상에 뛰어든다.

작품 가득 설치된 웃음 폭탄

연극 ‘라이어’의 묘미는 속고 속이는 추격전이다. 사력을 다해 비밀을 지키려는 ‘존 스미스’는 시종일관 거짓말을 보탠다. 그의 거짓말은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두 여자를 사랑한 것 뿐이다. ‘존 스미스’의 속임수는 ‘스탠리 가드너’와 관객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관객들은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존 스미스’의 거짓말에 웃음보를 터뜨린다.

‘스탠리 가드너’의 활약도 볼 만 하다. 그는 ‘존 스미스’가 처한 상황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한다. 어떨 땐 ‘존 스미스’보다 더 엄청난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한다. ‘스탠리 가드너’가 ‘존 스미스’ 때문에 방방 뛰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메리’와 ‘바바라’가 ‘존 스미스’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자세도 확연히 다르다. 그녀는 남편의 횡설수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무사귀환만을 바란다. ‘메리’의 남편 걱정은 가끔 돌발행동을 유발한다. 그녀의 돌발 행동은 순발력의 귀재 ‘스탠리 가드너’조차 막지 못할 정도로 저돌적이다.

‘바바라’는 ‘존 스미스’의 말을 신뢰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곧이곧대로 수용하진 않는다. 그녀는 남편이 늘어놓는 거짓말 속 허점을 캐치해 ‘존 스미스’를 몰아세우기도 한다. ‘바바라’의 스릴 넘치는 리액션은 작품의 긴장감을 조인다.

이번 공연은 앵콜을 기념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윤당아트홀 연극 ‘라이어’는 9월 23일까지 예매 시 일반석 30,000원에서 15,000원으로 할인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조기예매할인은 10월 공연까지 진행된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오픈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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