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마리우스 프티파’의 ‘돈키호테’를 재안무해 8월 28일(수)부터 8월 31일(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1896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을 국립발레단 문병남 부예술감독이 재안무를 맡아 국립발레단 버전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여기에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이 해설을 맡아 한층 친근한 무대를 만든다. 공연 한 달 전부터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돈키호테’는 어떤 작품인지 미리 알아봤다.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돈키호테’

‘마리우스 프티파’(1822~1910)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태생의 안무가다. 젊은 시절은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무용수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1847년 25살의 나이에 러시아의 초대를 받아 제1무용수로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는 러시아에 머무르며 마린스키 발레단의 ‘쥘 페로’ 아래서 안무를 배운다. 그가 선보인 최초의 안무는 1858년 ‘섭정전하’다. ‘마리우스 프티파’는 이후 1900년대까지 약 50개가 넘는 발레 안무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돈키호테’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루드비히 밍쿠스’(음악)와 함께 선보인 신작이다. 1967년 초연 당시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소설 속 주인공인 ‘돈키호테’ 대신 명랑한 소녀 ‘키트리’와 낙천적인 이발사 ‘바질’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 안무를 풀어나갔다.

그의 안무에서 ‘돈키호테’는 거의 춤을 추지 않는다. 작품의 백미라 불리는 3막의 그랑 파드되도 ‘키트리’와 ‘바질’의 몫이다. 작품은 다양한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철학적 해석을 걷어내고 군무나 무대 장치, 스페인 전통춤 등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돈키호테’는 이후 ‘마리우스 프티파’의 제자인 ‘알렉산드르 고르스키’가 1900년 재안무하면서 볼쇼이 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국립발레단이 재해석한 ‘돈키호테’

국립발레단은 2002년 ‘알렉산드르 고르스키’가 재안무한 버전을 공연한 적 있다. 올해는 국립발레단의 문병남 부예술감독이 참여해 재안무를 맡는다.

문병남 부예술감독은 조선대학교 무용학과, 세종대학교 무용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4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1992년까지 주역 무용수로 활동했다.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문화예술국립대학 박사과정을 거쳤고,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에서 안무를 익혔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국립발레단 상임안무가 및 지도위원으로 활동했다. 2005년부터는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국립발레단 ‘왕자 호동’을 안무했다.

문병남 예술감독은 재안무에 대해 “‘돈키호테’는 유머러스한 인물이 아닌 정의, 진리, 도덕성을 가진 순수한 인간이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돈키호테’의 이상이 숨겨져 있는 기존 발레작에서 벗어날 것이며, 기존 엔딩과 다르게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을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의 재안무 버전은 작품의 배경을 17세기 초, 농사가 주업인 시골 마을로 설정한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작에는 카타루냐의 항구도시인 바르셀로나로 설정돼 있다. 캐릭터 역시 원작 발레와는 조금씩 다르게 변경된다. 예로, ‘카마초’ 역은 원작 발레에서 주책없는 홀아비로 등장하지만, 국립발레단 버전에서는 ‘돈 많은 젊은 한량’으로 그려진다. 이번 작품에는 원작 발레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것저것 참견하기 좋아하는 남자아이 ‘무차초’가 그 주인공이다. 발레 ‘돈키호테’를 본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가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기존 공연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다.

올해는 음악 및 무용 칼럼니스트로 잘 알려진 유형종이 해설로 참여한다. 유형종은 금융계에서 10여 년간 몸담았던 독특한 이력이 있다. 1995년부터 ‘월간 객석’의 필자로 활동했으며, 다양한 문화기관에 글을 기고해왔다. 그는 강의와 방송 출연 경력도 다양하다. 이번 공연에서도 능숙하고 깔끔한 해설로 발레를 낯설게 여기는 이들에게 친근한 무대를 전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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