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소재 중 가장 흔한 주제를 하나 꼽으라면 ‘가족’이 아닐까. ‘가족’이란 소재는 비단 연극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통로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주제란 이야기일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신구, 손숙 등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원로들과 정승길, 서은경, 이호성 등의 이름만 들어도 신뢰를 주는 배우들이 함께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9월 10일부터 10월 6일까지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의 무대에 오른다. 곧 관객과 만나게 될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어떤 작품인지 미리 알아봤다.

‘제6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 그 이름이 주는 신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제6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이다. ‘차범석희곡상’은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라 불리는 故 차범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故 차범석 선생은 희곡 ‘산불’, TV시리즈 ‘전원일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차범석희곡상’은 희곡과 뮤지컬극본으로 나뉘어 상을 수여한다. 그동안 ‘침향’, ‘푸르른 날에’ 등이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선정됐다. 이 작품들은 실제 무대에 올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본상은 엄격한 기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응모작 중 수상할만한 재목이 없으면 과감히 수상을 생략하기도 한다. 김광탁 작가가 쓴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희곡 분야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뮤지컬 극본 부문의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희곡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는다. 죽어가는 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 가족이 반드시 거치게 되는 ‘이별’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수상 당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살 냄새 나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무대로 만나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배우다. 이번 공연은 무대에서 50년을 살아온 배우 신구와 손숙이 출연한다. 신구는 78세 간암 말기 환자인 ‘아버지’를 연기한다. 손숙은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번 공연에서 두 배우는 황혼의 부부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

둘째 아들 역은 정승길이 함께한다. 정승길은 연극 ‘푸르른 날에’, ‘에이미’, ‘벚꽃동산’ 등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다. 이번 공연에서는 형의 그늘에 가려 살아왔다 생각하는 아들 역을 맡아 열연한다. 푼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 역으로는 서은경이 무대에 오른다. 서은경은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에이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의 무대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배우 이호성은 아버지의 옆집에 살며 잔일을 도맡아 해주는 정씨 아저씨 역을 맡았다.

연극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특별한 사건 없이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섬세한 표현을 통해 지루할 틈 없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대는 조명과 음악으로 한층 더 섬세해진다. 조명은 조명디자이너 김창기가 참여한다. 그는 연극 ‘벚나무 그늘 아래에서 벌어지는 한 가문의 몰락사’, ‘푸른 배 이야기’, ‘밤으로의 긴 여로’, ‘오이디푸스’, ‘3월의 눈’ 등의 쟁쟁한 작품의 조명을 도맡아 왔다. 음악은 연극 ‘달빛 속으로 가다’의 이나리메가 참여해 극 전체 분위기를 아우르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대는 이유정이 맡는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연극 ‘달빛 속으로 가다’ 등에 참여했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의 시골 정취에 상징성을 더한 무대로 찾아올 예정이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9월 10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초동의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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