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세대’라는 말이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을 일컫는 말이다. 위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쉽고 편한 일이 없다. ‘삼포 세대’의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지만 심리적 부담도 깔려 있다. 한 사람만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잦은 다툼과 이별은 연애세포를 지치게 한다.

가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유행하던 시대를 지나 ‘사랑’에 관한 솔직한 고민이 무대로 옮겨 왔다. 연극 ‘웨딩 브레이커’와 ‘오월엔 결혼할꺼야’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연극 ‘웨딩 브레이커’

연극 ‘웨딩 브레이커’는 2011년 대학로에서 초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작품은 대학로를 넘어 압구정 윤당아트홀에서 9월 22일(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연극 ‘웨딩 브레이커’는 제목만 놓고 보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작품은 결혼을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작품의 주인공은 가난한 커플 ‘임향한’과 ‘김인영’, 이들의 딸 ‘임이랑’이다. ‘임향한’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그는 연인 ‘김인영’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글 쓰는 일에 집중한다. ‘김인영’은 글에만 몰두하는 ‘임향한’이 못내 서운하기도 하지만 변함없이 그를 사랑하고 이해하려 한다.

어느 날, ‘임향한’과 ‘김인영’의 딸 ‘임이랑’이 시간여행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무슨 영문인지 ‘임이랑’은 ‘임향한’의 사촌동생으로 위장해 두 연인의 사랑을 방해한다. 이들의 사랑은 시험대에 올라 위기를 맞는다. 결혼할 것이냐, 헤어질 것이냐 고민을 거듭하며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

연극 ‘웨딩 브레이커’는 연애와 결혼의 전 과정을 담는다. 작품 속 두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은 관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주인공들이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진지한 감동이 있다. 사랑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실제 연인과 부부의 모습을 닮았다. 작품이 연애와 결혼에 대해 가지는 정체성은 “우리 내일이 기다려질 만큼만 행복하자. 그래야 매일매일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라는 대사로 함축된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 결혼에 관한 불편한 진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는 2007년 대학로에서 초연했다. 올해는 7월 14일(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8월 20일(화)부터 울산의 CK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독특한 스토리로 결혼적령기 여성들의 연애관, 결혼관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작품은 20대와 30대에 아슬하게 걸친 세 명의 여자가 주인공이다. 잘 나가는 학원 강사 ‘최세연’, 5년 째 연애 중인 야설 작가 ‘엄정은’, 참하기만 한 청년백조 ‘박지희’는 함께 ‘결혼 적금’을 들고 있다. 이들은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에게 ‘결혼 적금’을 몰아주기로 한다. ‘결혼 적금’ 만기일이 다가오자 세 친구는 자신이 먼저 결혼하기 위해 작전을 펼친다. 이들은 각자의 결혼 작전을 수행하며 사랑과 이별, 결혼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르더라”라는 극중 ‘최세연’의 독백은 결혼과 연애를 생각하는 관객의 공감을 이끈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는 결혼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유쾌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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