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오냐’했던 여름이 벌써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짧고 굵게 온다던 첫 장마도 시들하고, 어느새 습기 머금은 더위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이다. 올해부터는 실내온도 단속까지 시행된 터라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땐 서늘한 여름 공연 한 편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블록버스터나 코미디 등 틀에 박힌 여름 장르에서 벗어난 공연 두 편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음산한 기운으로 관객의 등골을 서늘하게 해 줄 뮤지컬 ‘쓰릴미’와 ‘글루미데이’를 소개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 두 남자의 심리게임
뮤지컬 ‘쓰릴 미’
9월 29일까지 신촌 The Stage

뮤지컬 ‘쓰릴미’는 2003년 ‘스티븐 돌기노프’에 의해 뉴욕에서 초연됐다. 국내에는 2007년 초연 무대에 올랐다. 이후 수많은 마니아 관객을 양산했으며,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남자의 치밀한 심리게임을 담는다. 1924년 시카고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두 천재 소년의 유괴 살인사건이 배경이다. 동성애, 살인, 유괴 등의 소재를 단 한 대의 피아노와 두 명의 남자 배우가 출연해 풀어낸다.

뮤지컬 ‘쓰릴미’는 수많은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류정한, 김무열, 김우형, 최재웅, 강필석, 강동호, 이창용, 이율, 지창욱, 강하늘, 이지훈, 오종혁, 김재범, 장현덕, 최지호, 최수형, 조강현, 김산호, 김성일, 손승원, 윤소호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계 스타부터 떠오르는 신예까지 이 작품을 거쳐 갔다.

올해 공연은 일본 창작진이 대거 참여해 기존과 다른 느낌의 무대를 선보인다. 연출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참여한다. 조명 디자인에 ‘카츠시바 지로’, 무대 디자인에는 ‘이토 마사코’가 함께한다. 배우로는 ‘나’ 역에 정상윤과 전성우가, ‘그’ 역으로 송원근과 이재균이 출연한다.

서글픈 연인의 정사(情死), 서스펜스를 입다
뮤지컬 ‘글루미데이’
6월 23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실화를 소재로 한다. 실화는 1926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우진-윤심덕 투신사건’이다. 연인 사이였던 두 사람은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관부연락선에서 몸을 던졌다. 목격자도, 시체도 발견되지 않아 각종 억측과 소문이 무성했던 사건이다.

작품은 실존했던 두 인물 사이에 신원 미상의 사내를 등장시켜 장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두 남녀의 만남부터 죽음까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오가며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 긴장감을 그려낸다.

이번 공연은 연출가 성종완이 지휘봉을 잡고, 뮤지컬 ‘라카지’, ‘쌍화별곡’ 등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던 김은영이 작곡과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는다. 시대적 배경과 서스펜스 장르에 잘 어울리는 연출과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배우로는 ‘김우진’ 역에 윤희석과 김경수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윤희석이 3년 만에 선택한 무대 복귀작이다. ‘윤심덕’ 역으로는 안유진과 곽선영이 출연한다. ‘신원미상의 사내’는 이규형과 정민이 함께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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