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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배우들의 슬럼프, 그리고 극복의 이야기배우 정민, 고은성, 주진하

 

‘배우’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때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능력을 쌓아야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잠시도 게으름 피울 수 없다. 배우마다 ‘때’는 다르다.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술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배우들은 어떻게 무대에 서게 됐고, 무대에 서면서 어떤 슬럼프를 겪었을까. 이제 오디션에 합격해 한창 데뷔작품을 연습 중인 배우부터 8년차 배우까지 정민, 고은성, 주진하에게 물었다.
 

“아예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었죠”
8년차 배우 정민
 
정민은 2006년에 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로 데뷔했다. 그는 그동안 뮤지컬 ‘김종욱 찾기’, ‘마마 돈 크라이’, ‘위대한 캣츠비’, ‘그리스’, ‘캣츠’ 등 많은 작품을 거쳐 활발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배우가 된 계기는 의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연극반을 들었다. 연극반에서 뮤지컬 ‘그리스’의 대니 역을 맡았었다. 그러고 보니 대니 역이 첫 역이었구나. 대니는 내게 운명인가보다.(웃음) 대학을 진학하면서 친구가 연출가를 하고 싶어 해 연극영화과를 갔다. 나는 또 친구 따라서 연극영화를 갔다.(웃음) 그런데 나는 붙고 친구는 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친구한테 고맙다”
 
정민은 올해가 8년차다. 그는 그 시간동안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드는 진정한 슬럼프 시기가 있었다. 그의 슬럼프는 어땠고, 어떻게 다시 일어나 무대에 서게 됐을까. 게다가 그는 지금 싱싱한 고등학생의 열정을 뿜어내는 뮤지컬 ‘그리스’의 무대에 서 있다.
 
“29살의 1년 동안 배우생활을 아예 안했다.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다. 많이 힘들었다. 사람들에게 매번 평가를 받는 직업이라 못 견디겠더라. 타인을 평가한다는 것에 회의를 심하게 느꼈다. 소심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 타인의 평가를 마음에 담아두고 괴로워하게 되더라.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겼었다. 관객이라는 존재를 신뢰하면서 공연해야 하는데 관객의 반응을 생각하면서 무대에 섰었다. 배우는 내 직업이 아닌가보다 하고 마음을 접었다. 29살 되던 해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했었다. 이 작품이 끝나자마자 다른 작품 의뢰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일 년 동안 쉬면서 한국일주를 혼자 하는 등 여행을 많이 다녔다. 여행 중에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정화됐다. 일 년이 지나 서른이 돼 오랜만에 선배 공연을 봤다. 너무 재밌고 무대에 서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더라. 그때 마침 ‘복귀하셔야죠’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무대로 돌아왔다.(웃음) 그 이후로는 소신이 생겨 아무 문제가 없다. 스트레스도 거의 안 받는다. ‘한량’이 됐다.(웃음)”
 


“‘어리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할 수는 없잖아요”
스물넷, 3년차 배우 고은성
 
고은성은 스물넷의 어린 나이지만 이미 3년차 배우다. 10학번으로 입학해 2011년도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현재 뮤지컬 ‘그리스’에서 주연을 맡고 있고, 5월부터는 뮤지컬 ‘스팸어랏’의 무대에 선다. 대학교 2학년에 데뷔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힘은 ‘적극성’에 있었다. 대학을 두 번 입학하고, 대학교 저학년 때부터 오디션을 찾아다녔다.
 
“가수가 원래 꿈이었다. 노래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노래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면서 기타, 드럼 등을 배웠다. 학원에서 뮤지컬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을 봤다. 그때는 별 매력을 못 느꼈다. 그러다 가수 ‘바다’가 출연한다고 해서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를 보러 갔다. 이 작품에서 뮤지컬에 푹 빠졌다. 뮤지컬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대경대 뮤지컬과를 다니다가 단국대로 다시 입학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디션을 봤고, 이 작품이 데뷔작이 됐다”
 
뮤지컬 ‘그리스’는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은성은 무대에 한 번 오르고 나면 녹초가 된다며, 매일 뮤지컬 ‘그리스’의 작품에 서는 선배 배우들이 존경스럽다는 말을 건넸다. 이를 견뎌낸 고은성의 저력은 단순히 ‘적극성’만은 아니었다.
 
“뮤지컬 ‘그리스’를 연습하다가 목 디스크가 왔었다. 연습을 2주 동안 못했었다. 목이 아프면 온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내가 팀에서 막내다. 앉아 있는 것도 힘들지만 눈치가 보여 연습실을 가야만 했다. 연습에 참여하지 못해 혼나고 스트레스는 받고,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야 하니 기댈 곳도, 화를 풀 곳도 없었다. 혼자서 삭히고 참다보니 이제는 어떤 말을 들어도 괜찮다. 뮤지컬 ‘그리스’는 내게 ‘악바리’로 만든 작품이다. 연출님이 밟아도 다시 올라온다며 ‘너는 스폰지 같은 아이다’라고 했다”
 
‘악바리’로 이를 악물었다 해도 자신만의 문제해결방식은 있을 터였다. 그의 대처방식은 놀랍게 어른스러웠다. 나이 어린 것을 핑계로 삼지 않고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사용했다.
 
“가벼운 스트레스는 노래 부르는 것으로 푼다. 하지만 작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작품에 매달리면 더 힘들어진다. 가끔 대본을 놓고 다른 작품을 보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데뷔작이었던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를 보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학교 공연을 보는 거다. 다듬어지지 않은 공연이지만 무대에 대한 강한 열정과 욕망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의 공연을 보며 ‘나도 저 처음의 마음을 잊지 말자’고 되새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한계가 있지만 ‘어리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할 수는 없지 않나. 어떻게 해서든 비슷하게 맞춰가고자 다양한 방법을 쓴다”
 

 


“목표였던 좋은 대학을 가고 나니 막막하더군요”
이제 막 배우가 된 주진하
 
주진하는 데뷔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주연을 맡았다. 9명을 선발하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오디션에는 4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김종욱’ 역은 ‘27세 이상’ 이라는 나이제한이 있다. 하지만 스물다섯 신인 주진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김종욱’이 됐다. 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배우가 됐을까.
 
“예고를 다닐 때 목표는 ‘좋은 대학을 가자’였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친구들의 목표가 같았다. 막상 좋은 대학을 들어가서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나니 앞이 깜깜했다. ‘졸업하면 뭐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선배들이 졸업하고도 놀고 있다는 말도 들려오니 참 막막하더라.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기획사 이사님을 소개받았다. 주말마다 이사님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숙제를 내주면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동안 목표가 잡혔다”
 
우연히 잡은 기회라고 했지만 그가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서 무엇을 발견했기에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눴을지 궁금했다.
 
“계약하기 전까지 이사님이 내게 요구한 것이 없었다. 연기, 노래 한 번 시켜보지 않았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지를 보셨다. 내가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곧은 사람’임을 봤을 거라 생각한다. 이사님이 ‘내가 네게 밥을 먹이지 못할 거라면 계약하지 않을 거다’하는 말을 했다.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덥석 물었다.(웃음)”
 
주진하는 ‘나는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좋아하는 것은 온 몸을 다해 열정을 바친다며,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도 ‘시켜만 주시면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정말 좋아해 넘버와 연기까지 모두 외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만한 열정이라면 누구라도 마음이 가지 않겠는가. 밝고 긍정적이기에 기회가 저절로 다가 온 것이리라. 그런 그도 스트레스를 받을까. ‘곧은 사람’ 주진하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그다웠다.
 
“혼자서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한다. 진짜다.(웃음) 서울시립미술관의 팀버튼전을 아직 못가서 아쉽다. 시청역 2번 출구 담벼락을 통해서 올라가면 있다. 가서 확인해봐라.(웃음) 혼자 영화관을 가기도 하고,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한다. 친구들과는 조용한 곳에서 함게 술이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참고로 여자 친구는 없다.(웃음)”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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