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간에 쫓기다 보면 놓치는 공연이 있기 마련이다.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유야무야 지나치기도 하고, 어떤 공연을 볼지 정하다 좋은 공연을 놓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 주 막을 내리는 놓치기 아까운 연극 두 편을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얻고 있는 두 편의 연극을 소개한다.

진한 삶의 향기
연극 ‘3월의 눈’
3월 2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연극 ‘3월의 눈’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작년 세상을 떠난 故장민호 선생의 마지막 작품이다. 故장민호 선생은 한국현대연극사의 산 증인으로 60여 년의 세월 동안 2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작품은 연륜의 노배우들이 세밀한 호흡으로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한다. 배우들은 느린 움직임과 긴 호흡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침묵과 느림의 미학으로 진하게 담아낸다. 이번 공연은 故장민호 선생을 추모하며 다시 공연된다. 

다시 무대에 오르는 연극 ‘3월의 눈’에는 배우 변희봉과 백성희, 박혜진이 무대에 선다. 배우 변희봉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 왔다. 그는 “연극 ‘3월의 눈’은 그 풍김이 참 남달랐다.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작품이었다”라고 무대에 서는 소감을 전했다.

인간의 속성을 거짓 없이 드러내다
연극 ‘푸른 배 이야기’
3월 24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판

연극 ‘푸른 배 이야기’는 재일교포 3세 극작가/연출가로 잘 알려져 있는 정의신이 참여한 작품이다. (재)국립극단과 함께하는 합작 작품이다.

작품은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아오베카 모노가타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소설 속 백 편의 갯벌을 가진 어촌마을의 자리에 도쿄 디즈니랜드가 설립됐다는 것을 차용해, 실제 존재하는 인천 소래강 제일 하류에 위치한 남촌도림동을 배경으로 한다.

연극 ‘푸른 배 이야기’는 약 30년 전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3년 동안 지냈던 한 작가가 다시 이 마을을 찾으면서 그곳 사람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준다는 내용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삶을 비관하지도 않는다. 본능적이면서도 동시에 저질스럽고 교활한 인간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번 공연에서 정의신은 인간이 가진 소박함과 순수함에 주목해 고립된 어촌에서 벌어지는 원초적으로 원형적인 세계를 담을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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