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작가 정의신이 연극 ‘푸른배 이야기’로 다시 찾아온다. 이번 무대는 국내외 아티스트와의 교류로 한국연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재)국립극단과 한일 양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함께하는 합작공연이다. 작품은 지난해 1월 일본에서 상연돼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작품은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아오베카 모노가타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소설 속 백 평의 갯벌을 가진 어촌마을의 자리에 도쿄 디즈니랜드가 설립됐다는 것을 차용해, 인천 소래강 제일 하류에 위치한 남촌도림동을 실제 모티브로 삼았다. 연극 ‘푸른배 이야기’는 약 30년 전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3년 동안 지냈던 한 작가가 다시 이 마을을 찾으면서 그곳 사람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정의신’의 새로운 시도

연극 ‘푸른배 이야기’는 재일한국인 3세로 알려져 있는 작가 정의신의 작품이다. 그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나에게 불의 전차를’, ‘겨울선인장’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연극인이다.

정의신은 재일한국인, 장애인, 동성애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나 경계에 선 이들의 모습을 주로 그려왔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보편적인 감성으로 녹여내며 한일 양국의 인정과 호평을 이끌어 냈다.

연극 ‘푸른배 이야기’는 정의신이 직접 쓰고 연출한다. 그는 국립극단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연출적인 실험을 시도한다. 작품은 정의신이 새롭게 내놓은 소재와 그동안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감성이 더해져 한층 넓어진 스펙트럼의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작품은 14명의 배우가 40명의 마을 주민들을 연기한다.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기도, 한 배역을 여러 배우가 나누어 맡기도 한다.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변신과 새로운 연출법은 신선한 의도와 재미를 선사한다.

‘삶에 가장 밀착된 생활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

연극 ‘푸른배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성이 뚜렷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본능적이면서도 동시에 저질스럽고 교활한 인간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의신은 인간의 본능이 가진 소박함과 순수함에 주목한다. 고립된 어촌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원초적이고 원형적인 세계를 담는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입은 옷은 남루하지만 건강한 몸을 가졌고, 본능에 이끌리는 순수함을 지닌 사람들로 등장한다. 정의신은 이번 공연에서 인간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꾸밈없는 본성과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그려낸다.

연극 ‘푸른배 이야기’는 3월 8일(금) 프리뷰 공연을 거쳐 3월 9일부터 3월 24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판에서 펼쳐진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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