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가 2013년 개막 작품으로 연극 ‘독살미녀 윤정빈’을 공연한다. 남산예술센터와 함께 극단 C바이러스가 함께 제작한다. 이 작품은 2009년 창작팩토리 시범공연지원사업 선정작이다. 1922년 실제로 경성에서 일어났던 ‘독살미녀 김정필’의 실화를 바탕으로 스릴러 장르를 가미했다. 그동안 작품성과 독창성을 갖춘 개성 있는 작품들을 공연해 온 남산예술센터가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극 ‘독살미녀 윤정빈’은 어떤 작품인지 알아봤다.

1922년 경성, 한 여인의 남편 살해 실화

연극 ‘독살미녀 윤정빈’은 1922년 실제 경성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정필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김정필은 쥐약으로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여인이다. 경성의 언론은 김정필의 사진과 함께 ‘독살미인’이 나타났다며 대서특필했다. 그녀의 재판 당일, 종로에는 3.1운동 이후 최대의 인파가 운집했다. 김정필은 법원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으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12년간 복역한 후 모범수로 풀려나 마을 여관의 하녀로 조용히 삶을 마무리했다고 알려졌다.

연극은 남편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정빈과 사건을 취재하게 된 신문사 말단기자 황기성을 주축으로 펼쳐진다. 선정적인 기사를 쓰는 말단 신문기자 황기성은 춘원 이광수의 ‘무정’을 비난해 혼쭐이 난 후 남편을 독살했다는 한 여인의 한 장의 사진을 넘겨받는다. 잘 팔리는 기사를 써보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황기성은 경성이 놀랄 특종기사를 쓰겠다며 ‘독살미녀 윤정빈 경성에 등장하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다. 기사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때마침 등장한 이광수는 기사가 삼류 연애소설 같다며 취재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황기성은 이광수를 매국노라 비난하며 자신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윤정빈과 만난 황기성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의 여인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1920년대 언론과 대중에 의해 변질되는 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극중 등장인물인 황기성과 이광수의 대립도 볼만한 점이다. 작가 이문원과 연출가 이현정은 “춘원은 당시의 스타이자 문화적 아이콘이었다. 만년 작가 지망생인 황기성과 실존 인물인 춘원이 만나는 것은 뜨레플레프와 뜨레고린의 만남처럼 황기성의 내면적 갈등을 심화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실험적인 무대와 고증으로 살려낸 시대극의 재미

이번 공연은 극단 C바이러스의 이문원 작가와 이현정 연출이 함께하는 창작 초연 연극이다. 이들은 작품에서 인물 간의 심리묘사, 재판정의 역동성, 비사실적인 환영 장면 등을 최소한의 오브제와 소품을 활용해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쇼케이스 당시 황기성과 윤정빈이 만나는 감옥 장면은 의자 두 개의 미묘한 움직임과 거리 조절, 세밀한 반응에 나타나는 연기 연출로 주목받았다.

연극 ‘독살미녀 윤정빈’은 철저한 의상 고증을 통해 시대극의 재미를 살린다. 의상은 연극 ‘산불’, ‘남사당의 하늘’ 등에서 시대 의상과 무용 의상을 제작했던 최원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사실주의적인 의상과 달리 무대는 미니멀하게 꾸며진다. 남산예술센터의 프로시니엄 무대는 윤정빈의 초상 화폭, 무성 영화 스크린, 창밖의 설경 등으로 유연하게 사용된다. 사무실, 바, 감옥 등의 실내 공간은 고정된 세트가 아닌 특징적인 오브제에 의해 가변화된다.

작품은 3월 12일(화)부터 3월 31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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