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있는 여자’만큼 매력적인 이가 또 있을까. 때로는 화끈하면서도 알 듯 모를 듯한 행동을 보이는 여성들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내숭’과 ‘털털함’을 넘나들며 관객을 매료시킨다. 직장인 ‘선애’와 대학생 ‘지원’은 우리 주변에서 본 듯한 익숙한 인물들이다. ‘왈가닥’인 지원과 ‘허당’ 선애는 연인 앞에서는 얌전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그들이 솔직한 속마음을 관객에게 털어놓으며 이중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지원, ‘털털함 속에 여린 모습을 감추다’

지원은 스물한 살의 평범한 여대생이다. 그는 전날 밤 술을 진탕 먹고 다음 날 아침 내장탕을 찾는 화끈하고 털털한 인물이다. 지원은 관객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사흘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아 향수를 뿌렸음을 고백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원은 학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그는 매일 아침 버스에서 마주치는 영민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영민 역시 지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연애 초반의 지원은 ‘내숭’ 그 자체다. 걸걸하던 목소리를 조신하게 감춘 채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는다. 지원의 이런 행동이 ‘꾸며낸 모습’인 것을 아는 관객에게 웃음을 제공한다.

당찬 지원도 사랑 앞에서는 영락없는 여자가 된다. 영민에게 전화 통화를 하며 연인과 하고 싶은 일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떤 말이라도 스스럼없이 뱉어낼 것 같지만, 정작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꺼내지 못한다. 영민과의 오해로 이별을 선언할 때, 지원은 아무런 변명 없이 영민을 떠나보낸다. 지원은 홀로 눈물을 머금고 라디오에 사연을 적어내며 슬픔을 묻는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에서 연인들은 서로의 진실과 진심을 100% 알지 못한다.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 때로는 아름다운 거짓이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이런 순간에 지원은 연인에게 환한 미소로 사랑을 또렷하게 표현한다.

선애, ‘여성스러운 모습 뒤에 감춰진 당당함’

선애는 결혼 적령기에 돌입한 직장인이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한 선애는 직장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미모의 재원이다. 아침마다 상사와 동료들의 커피를 살뜰하게 챙기는 그의 모습은 ‘저런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여성스럽게만 보이는 선애는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는 직장에서는 완벽한 옷차림을 선보이지만, 집안에서는 추리닝을 허리까지 끌어올리며 지낸다. 선애가 연인 영훈을 위해 정성스럽게 짠 목도리의 형태는 엉성하기 그지없다.

선애는 직장 동료 영훈과 사랑에 빠진다. 연인이 되기까지 선애는 영훈을 생각하며 짝사랑 일기를 쓰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기억한다. 연애 초기, 눈치 없는 영훈은 첫 데이트 코스로 쌈밥 집을 결정한다. 어떻게든 쌈밥을 먹지 않으려고 했지만 선애의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하고 얌전하게 먹으려고 했던 쌈밥은 ‘아’하고 신나게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어간다.

사랑 앞에서 선애는 당당하다. 현실적인 문제로 결혼을 망설이는 영훈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선애는 이별의 위기를 극복하고 영훈의 프러포즈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윤당아트홀에서 2월 28일까지 펼쳐진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