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하나의 별에서 왔다. 그러나 서로가 절실했던 순간, 메말라 버린 땅은 그들의 심장을 갈라놓았다. 뜨겁고 붉은 사막, 차갑고 푸른 할리우드에서 두 별은 하나가 될 수 없음에 사무치게 슬퍼했다. 그러나 이제 안다. 너는 나이고 나는 너임을.

연극 ‘트루웨스트’가 2010년 초연 이후 새롭게 변신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과 극단적인 이중성을 섬세하고도 치열하게 그린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미국의 극작가 ‘샘 셰퍼드’가 1980년에 발표했다. ‘샘 셰퍼드’는 오프브로드웨이 연극에 시상하는 오비상을 11차례 수상한 작가다. 그는 대중예술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아내 가장 미국적인 감각으로 독특하게 표현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인간 내면을 꾸밈없이 드러내며 꼬집는 연극 ‘트루웨스트’, 그 깊이를 미리 헤아려보았다.

치열하고 리얼한 ‘형제’들의 이야기

연극 ‘트루웨스트’는 극단적인 삶을 살아온 두 형제의 이야기다.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 ‘오스틴’과 사막을 방랑하며 살아가는 ‘리’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이중성을 다룬다.

커피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도시민인 동생 ‘오스틴’과 맥주를 쉼 없이 마시고 뿌려대는 야만적이고 거친 느낌의 형 ‘리’는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두 형제는 서로가 속해 있던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을 발견함과 동시에 서로가 거울처럼 닮아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현대 사회의 우울함을 잔혹하게, 때로는 통렬하게 풍자함으로써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브로드웨이에서 전통적으로 리와 오스틴역의 배우들이 매일 역할을 바꿔가며 공연을 해 화제가 되었다. 2003년 영국 프러덕션 공연의 경우 관객들이 부상을 입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공연장 앞부분 3열까지의 좌석을 없앴다. 그만큼 공연 중 리와오스틴형제의 싸움은 리얼하고 치열하게 진행된다.

다양한 색깔을 한 번에 갖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

연극 ‘트루웨스트’의 배우들은 섬세하고 탁월한 심리묘사는 물론 내면의 야수성과 탐욕, 원초적인 욕망, 잔인한 폭력까지 연기한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본질과 분열된 자아 정체성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정식 라이센스 공연으로 초연되었다. 2010년 작품에서 오만석, 조정석, 배성우, 홍경인, 이율 등 실력파 배우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서로를 실제로 물고 목을 조르는 등 리얼한 액션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토스트기의 빵 굽는 냄새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쏟아지는 맥주 세례로 관심을 모았다.

2013년 연극 ‘트루웨스트’는 지난 공연에 이어 다시 한 번 유연수가 지휘봉을 잡는다. 품행제로의 형 ‘리’ 역은 김종구, 정문성, 장지우가 캐스팅됐다. 잘나가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틴’ 역으로는 홍우진, 이동하, 박은석이 출연한다.

원작 그대로의 향기를 담아 현대화로 포장하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각국에서 공연 중이다. 2010년 우리나라 초연 공연이 원작에 충실한 버전이었다면, 2013년 공연은 변화를 꾀했다. 미국 서부 지역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그대로 가되 시대적 배경을 1980년대에서 2000년대로 옮겨 새롭게 각색되었다.

‘인간의 이중성과 가족애’라는 본질적인 주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곳곳에 현대적인 이미지를 추가하며 재해석했다. 두 형제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소품인 타자기는 노트북으로 교체되고, 작품의 기본 세트인 부엌과 거실은 모노톤의 색감을 입혀 모던한 이미지가 연출될 예정이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2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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