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이하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연극화된다. 이번 공연은 극단 앙상블의 ‘헤밍웨이 명작열전’ 두 번째 공연이다. 작품은 ‘헤밍웨이 명작열전’ 첫 번째 작품 ‘노인과 바다’를 연출했던 김진만이 지휘봉을 잡았다.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은 세계적인 대문호 헤밍웨이가 젊은 시절 쓴 단편소설이다. 김진만 연출가는 “극단 앙상블의 ‘헤밍웨이 명작열전’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노인과 바다’가 완숙의 경지에 이른 헤밍웨이의 주제 의식을 담아냈다면, 두 번째 작품인 연극 ‘킬리만자로의 눈’은 젊은 작가 헤밍웨이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한국 연극 무대에서 만나게 될 ‘킬리만자로의 눈’의 원작에 대해 알아봤다.

헤밍웨이 최고의 단편 소설을 만나다!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연극 ‘킬리만자로의 눈’의 원작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은 헤밍웨이가 1936년 발표한 단편이다. 김진만 연출가는 “이 작품은 그의 문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헤밍웨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대작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약 70여 편의 단편을 발표하는 등 단편소설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인 작가였다.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은 헤밍웨이 단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소설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만년설로 뒤덮여 있는 킬리만자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해리는 돈 많은 미망인이었던 아내 헬렌과 함께 킬리만자로로 사냥을 겸한 여행을 떠난다. 우연하게 사냥 중 입게 된 사소한 상처는 점점 퍼져 다리가 썩기에 이른다. 결국, 그는 죽음의 문턱 앞에 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가왕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모티브 된 소설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은 조용필의 명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노래에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는가.(중략) 산 정상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는 가사가 등장한다. 노래를 작사한 양인자 작사가는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산속에서 죽어간 표범’이 등장하는 단편소설의 서언에 감동받아 가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만 연출가는 “이 작품의 정서는 이미 조용필의 노래를 통해 전 국민이 먼저 접했다. 나 역시 양인자 작사가처럼 ‘킬리만자로의 눈’의 서언에 감동받아 무대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20세기 대표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진만 연출가는 “헤밍웨이의 작품은 우리 삶 자체를 다룬다. 연극 ‘노인과 바다’를 만들며 6년간 헤밍웨이 작품을 연구했다. 그의 작품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주제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헤밍웨이(1899~1961)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문명의 세계를 속임수로 여기고,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묘사했다. 헤밍웨이는 일생동안 전쟁이나 야생의 세계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삶과 죽음의 문제, 인간 존재 조건의 비극과 운명을 맞이한 개인의 승리와 패배 등을 다뤘다.

1899년 시카고 교외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의사 아버지와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났다. 풋볼선수였던 고교 시절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캔자스시티의 ‘스타’지의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1918년 스무 살의 나이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 스타’지에서 그리스-터키의 내전을 다루는 종군기자로도 활동했다. 1923년 ‘3편의 단편과 10편의 시’로 처음 자신의 책을 발매했다. 1926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하며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쟁의 허무함을 담은 ‘무기여 잘 있거라’가 1929년 발표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희곡, 단편, 장편소설 등을 오가며 책을 펼친 그는 1940년 자신의 최대 장편인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발표했다.

헤밍웨이는 2차 세계대전(1939~1945)이 끝난 후 큰 호평을 받지 못하다가 1952년 ‘노인과 바다’를 출판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간결하게 담아낸 ‘노인과 바다’는 195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제작되는 연극 ‘킬리만자로의 눈’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은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왔지만 한 번도 연극 무대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극단 앙상블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세계 최초로 연극화되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헤밍웨이가 본질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주제에 몰두해 무대 언어로 표현할 예정이다. 연극 ‘킬리만자로의 눈’은 아프리카 대륙과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의 광경을 간결한 무대와 색채 대비로 소극장 무대에 불러온다.

연출을 맡은 김진만은 “아프리카라는 오지의 대륙에서 고립됐을 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을 그려낼 것이다. 여기에 현실과 타협하면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진정한 가치를 잊은 채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배우의 호흡으로 전달할 것이다. 특히, 킬리만자로를 향해 날아오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관객도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극 ‘킬리만자로의 눈’은 12월 5일(수)부터 12월 30일(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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