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최고의 키워드는 ‘힐링’이다. 마음이 각박하고, 여유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힐링’이란 단어에 열광한다. 무대 위에도 현대인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공연’이 대세다. 때로는 유쾌한 웃음으로, 때로는 주인공에 대한 공감으로 관객을 치유하는 힐링 공연들을 만나보자.

아픈 청춘을 위로하는 천재 소년, 연극 ‘바보빅터’
11월 3일에서 12월 30일까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연극 ‘바보빅터’는 사회 부적응자이자 천재인 빅터의 모습을 담는다. 주인공 ‘빅터’는 남들과 다른 어수룩함 때문에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도 늘 바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해버린 빅터를 보며 관객은 주변의 편견에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공연은 시간적 흐름이 아닌 의식적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주인공 내면이 들여다보이는 듯한 대사와 영상을 활용해 누구든지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했다. 빅터의 감정과 갈등은 위트 있는 유머와 대사, 웃음과 눈물 등의 코드로 표현됐다. 장면 표현과 구성에서도 사실적 묘사보다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이러한 묘사는 관객이 천재적인 발상을 하는 빅터의 머릿속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무대는 턴테이블로 이루어진다. 공연은 절묘한 장면전환으로 암전 없이 1시간 40분을 채운다. 효율적인 공간 확장과 변화를 위해 미디어 아트를 극적 장치로 가미하며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주연을 맡은 판유걸은 90년대 프로그램 SBS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에서 개성 넘치는 자기소개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연극배우 한정호와 함께 섬세하고도 감성적인 천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짜릿한 웃음으로 관객을 유쾌하게, 오페레타 ‘박쥐’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50주년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오페레타 장르에 도전한다.

오페레타 ‘박쥐’는 화려한 음악과 풍자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1920년대 경제공황을 배경으로 어려운 현실을 잊고자 망각에 빠진 인물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들의 모습과 적절히 배치된 유머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오페레타 ‘박쥐’는 고리대금으로 살아가는 허풍스러운 바람둥이 아이젠슈타인 남작, 남편의 재력만을 보고 결혼한 속물인 그의 아내 로잘린데, 화려한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하녀 아델레가 등장한다.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오를로프스키 왕자의 파티에 참석한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은 웃음과 함께 현실을 이겨나가는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한국식 ‘박쥐’를 선보일 예정이다. 극 중에는 코미디언 김병만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서툰 독일어 발음이 섞인 연기를 하는 장면도 공개된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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