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멸’이 11월 2일(금) 오후 4시 전막 프레스 리허설을 펼쳤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 네 번째 공연이다. 전막 공연 이후에는 박상현 연출가와 배우 정보석이 짧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연극 ‘멸’은 ‘삼국유사 기이 제2’ 가운데 ‘김부대왕’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국립극단 삼국유사 시리즈 중 유일하게 사실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작품은 신라 마지막 왕이었던 김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비틀어 해석한다. 배우들은 정장을 입고 등장하며, 소품으로는 총, 와인 등이 등장한다.

박상현 연출가는 연극 ‘멸’에 대해 “왕조의 멸망사가 가진 보편성을 가져 오려고 했다. 현실을 보듯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서 배우들이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장을 입힌 것은 역사의 보편성 때문이다. 정치적 쟁투가 갖는 속성과 내부의 분열 등은 과거와 현재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현대적으로 풀어낸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극 ‘멸’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묻는다. 신라 멸망의 이유를 권력자 ‘개인의 욕망’에서 찾는다.

김부는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사촌을 살해한다. 죽방왕후는 남편에 대한 증오로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신라를 손안에 넣기 위해 김부와의 결혼을 승낙하는 고려 태조의 딸 낙랑, 신라를 되살리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을 택하는 김일, 형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김굉까지 욕망에 휘둘리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날 공연은 배우 정보석이 김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비열하면서도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김부를 연기해 냈다. 정보석은 “연습을 하면서 ‘리처드 3세’를 의식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역할이 잡히면서는 오히려 지우려고 했다. 왕의 자리까지 온 이들은 운이 좋아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사로 왕조의 멸망까지 오게 되는 과정을 담기 위해 인물을 많이 축소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극 ‘멸’은 11월 3일부터 11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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