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이 18기 인턴기획전 ‘식감: Taste of Life’를 오는 11월 2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서 음식과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40여 점의 설치, 영상, 사진, 조각, 회화 작품들로 구성하고 표현할 예정이다. 전시작들은 끊임없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 누구나 삶의 순간에서 느끼는 묵직한 감정들과 곱씹을 만한 생각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식감: Taste of Life’는 우리가 음식을 대하고, 먹으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한 전시다. 음식을 앞에 두고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매일 지겹게 반복되는 밥벌이에서 밥 먹는 행위를 서글프게 느끼기도 한다. 음식은 또한 ‘소통’의 매개체이고 ‘순환’하는 모든 것이다. 음식은 나의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주는 것은 물론, 자연과 사회 문화, 지역사회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러한 음식 자체의 순환과 유통이 전시를 통해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인생의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음식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세 공간에 나눠 구성했다. 1전시실은 생성과 근원, 2전시실은 반복되는 일상, 3전시실은 소통과 순환을 주제로 한다. 각 전시실의 다양한 작업들은 서로 구분되면서도 이어지고 순환한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는 윤영화의 작업은 역동적인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물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최혜인의 작업에서 흔한 음식 재료인 야채들은 풍경이 되고 우주가 된다.

‘2전시실’은 음식과 함께 겪는 일상에 대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아버지로 상징되는 ‘밥벌이’와 어머니로 상징되는 ‘밥’,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이 전시실내에서 구체화된다. 2전시실로 올라가자마자 우리는 설총식의 ‘북어인간’을 만난다. 북어가 낚시 바늘에 꿰어져 할 수 없이 매달려 있듯이, 우리가 밥벌이에 평생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표현한다. 이어서 부엌이라는 특정 장소를 주목한 안서윤의 사진은 부엌에서의 강박적인 노동의 순간을 포착하고, 김순임의 누워 있는 할머니를 마주하게 된다. 이가경은 샤워를 하고 유모차를 열심히 미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다.

영상작업이 주를 이루는 ‘3전시실’은 음식과 먹는다는 행위가 어떻게 외부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월식의 ‘커뮤니티를 위한 모뉴멘트’에는 계속 배달되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그 음식을 받치는 탁자의 한 다리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배불리 먹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였고 지금도 그것이 대물림 되고 있다는 현실이, 신속히 배달된 풍족한 음식을 이질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퍼포먼스는 지난 2008년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주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안산 원곡동에서 진행됐다.

이완은 음식의 기름이자 기름이 되는 마가린으로 만든 해골에 ‘다음 생에 꽃이 되어 그대 곁에’라는 영리한 제목을 붙였다. 3개의 TV 모니터에 나란히 보여지는 이완의 ‘cake’는 달콤해 보이는 관계가 곧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부패되는 케이크처럼 소멸하고 순환함을 보여준다.
 
각 개인이 먹는 음식은 다를 수 있어도 누구나 생을 다할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음식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재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지극히 평범한 행동인 ‘먹는다’는 행위와 ‘먹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생각들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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