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도심 한복판에 지역 주민을 위한 특별한 문화공간이 눈에 띈다. 지난 2008년 안국약품 본사 사옥 1층에 개관한 비영리 문화공간 ‘갤러리 AG’이다. 이곳은 지역 주민에게는 자유로운 문화체험의 공간으로, 직원들에게는 휴식과 고객 응대를 위한 편안한 접견실로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신진작가 공모전부터 기획 초대전, 어린이 작품전, 개인전 등 차별화된 주제 아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2009년 기획초대전 ‘처방展’에서는 18명의 의사들이 의술이 아닌 ‘예술’을 통해, 처방과 치유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2011년 ‘해부학과 예술展’을 통해서는 예술과 해부학이 융합된 이상화된 인체를 상징하는 작품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지역성을 살리고,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참여미술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갤러리 AG’의 이현주 큐레이터를 만나 ‘도심 속 갤러리’, 그 전위적 예술에 둘러싸인 소통의 여유를 들여다봤다.

‘갤러리AG’은 비영리갤러리로 운영돼 지역주민의 호응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 기준이 있는지요?

‘갤러리AG’은 2009년 기업 문화사업을 목적으로 개관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운영하는 비영리공간이라는 특성과 연계해, ‘생명’, ‘치유’, ‘처방’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전시기획을 해왔습니다. 인근에 IT벤처기업타운인 구로G밸리와 조선동포타운이 위치해 젊은 층과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계층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분들이, 저녁이나 주말에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습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차와 테이블 공간이 있어서 더욱 편안하게 와주시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전시나 작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또 왜 인상적이었는지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신다면?

매년 개최되고 있는 ‘처방展’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치유’와 ‘처방’이라는 콘셉트를 아티스트와 의사가 각자의 관점으로 해석한 전시회입니다. ‘X-ray ART’로 인체의 신비를 보여주기도 하고,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다룬 단편영화를 의사가 직접 제작해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의술을 예술로서 풀어낸 전시회였던 만큼 대중의 관심도 높았고 접근하기도 쉬운 인상 깊은 전시회였습니다.

‘도심 속 비영리 갤러리’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남녀노소의 일반 관객은 물론 다문화가정의 거주자들이 많아 개성이 강하고 다양한 관람층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일반 관람객에게는 문턱이 높은 갤러리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 기업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문화공간을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좋다는 반응을 해 주십니다.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공모전시 중에는 비영리갤러리임에도 불구하고 콜렉터분들이 많이 방문해주시는 것도 ‘갤러리AG’의 특징입니다.

현재 전시 중인 황지희의 ‘전시상황展’, 작품들이 시선을 끄는데요.

황지희의 ‘전시상황展’은 ‘작품을 위한 작품인가, 전시회를 위한 전리품인가’라는 화두를 다루는 주목할 만한 전시입니다. 설치, 영상, 평면의 다양한 장르를 모두 활용해 밀도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람객에게 이번 전시는 우리의 삶이 마치 전리품과 같이 타인의 시선에 방향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음 기획전으로 ‘2012 처방展’시리즈도 곧 개최될 예정입니다. 최근의 화두로 떠오른 ‘힐링’을 테마로 미술치료아카데미 및 아티스트 런치토크 등도 함께 준비 중입니다.

‘갤러리AG’의 이현주 큐레이터는 “다양한 목소리를 이용하기보다는 지역성을 살려 지역주민을 대변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비영리갤러리로서의 의무이자 방향”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갤러리AG’에서는 이후로도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참여미술이 진행될 계획이다.

예술불모지나 다름없는 영등포 대림동 도심 한복판에서, 깊은 내면의 감성을 일깨우는 전위적 예술에 둘러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갤러리AG’에서는 직장동료 혹은 가족과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예술적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소통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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