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부터 시작된 공연계의 사극 열풍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심청과 춘향이 같은 인물이었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뮤지컬 ‘삼천’은 서윤미 작가의 신작으로 의자왕과 삼천궁녀를 둘러싸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국악뮤지컬집단 타루가 선보이는 국악뮤지컬로 고종과 여류명창 진채선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올가을에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고전 속 인물을 소재로 한 사극 뮤지컬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보자.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11월 4일부터 12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2002년 초연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올해 공연은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는다. 작품은 고전소설 ‘춘향전’과 ‘심청전’ 속 ‘심청’과 ‘춘향’이 알고 보면 같은 인물이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작품은 춘향이의 아버지를 심봉사로 설정, 성춘향이 아닌 심춘향으로 바꾸고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이뤄지는 공간을 남원이 아닌 인당수로 설정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기존에 악인으로 인식돼 왔던 변학도를 사랑에 충직한 매력적인 인물로 재탄생시키고 유약하게만 그려왔던 심봉사 또한 딸을 향한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버지로 새롭게 그렸다. 여기에 춘향과 몽룡의 야반도주를 돕는 방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생생하게 그려내고 심보가 배배 꼬인 젊은 뺑덕네와 여장 남자 배우들을 봄 처녀로 설정해 극적인 재미를 더했다.
이번 무대는 국악의 전통성에 국한되지 않고 아름답고 세련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인다. 서양 밴드를 기반으로 피리, 소금, 대금 등 다양한 전통악기가 합주를 시도하며, 라이브로 풍성한 국악의 선율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요소인 ‘도창’(소리를 맡아 극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이수자 정상희가, ‘고수’(북과 장구로 도창의 장단을 맞춰주는 사람)는 중요 무형 문화재 제5호 김세종제 ‘춘향가’ 이수자 이상화가 맡아 ‘전통음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10주년을 맞은 2012년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탄탄한 캐스팅으로 관객을 찾는다. 눈먼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춘향’ 역은 임강희가 맡는다. 로맨틱한 ‘몽룡’ 역은 박정표와 송욱경이 번갈아가며 출연한다. 강직한 성격의 ‘변사또’ 역에는 손광업과 임현수가, ‘심봉사’ 역은 김재만과 이상은, 이동재가 함께한다. 그 외에도 김호민, 유제윤, 황형석, 최가인, 김희어라, 정상희, 이상화가 참여한다.
뮤지컬 ‘삼천’
10월 26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뮤지컬 ‘삼천’은 백제시대의 삼천 궁녀가 3,000명의 궁녀가 아니라 불교 용어 삼천(三天-과거, 현재, 미래의 세상)으로 표현되는 단 한 명의 궁녀였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번 공연은 음악극 ‘밀당의 탄생’,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로 주목받았던 작가이자 연출가인 서윤미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641년 백제의 왕으로 즉위한 의자왕은 정치적인 변혁을 단행해 왕권 강화를 꾀하며 예식과 진, 두 명장과 함께 신라를 향해 수십 차례에 걸친 무리한 전쟁을 강행한다. 하지만 전쟁을 계속하는 의자왕에 대해 예식 장군과 진 장군의 판단은 엇갈린다. 여기에 의자왕에 의해 가족을 잃고 복수심을 키우게 된 신녀 화야와 연화가 궁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로 서윤미 연출가와 인연을 맺은 정상윤이 ‘의자왕’ 역을, 전성우가 출신 ‘진장군’ 역으로 캐스팅됐다. ‘예식장군’ 역에는 연극 ‘됴화만발’, ‘오이디푸스’ 등을 통해 주목받은 박해수가, 궁녀 ‘연화’ 역에는 뮤지컬 ‘빨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에 출연한 최주리와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의 홍지희가 더블 캐스팅됐다. 백제의 신녀 ‘화야’ 역은 태국희와 구민진이 맡아 연기한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
10월 18일부터 10월 21일까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국악뮤지컬집단 타루가 선보이는 국악뮤지컬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기금 선정작이기도 하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결혼을 앞둔 고종과 결혼축가연을 부르기 위해 궁에 들어온 19살 진채선 간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866년 고종의 가례를 석 달 앞둔 날, 신재효와 채선을 포함한 소리패는 흥선대원군의 부름으로 운현궁에 들어간다. 고종은 그녀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두 사람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랑을 싹 틔워간다. 하지만 고종의 가례는 점점 다가오고, 채선은 고종과의 열애를 들켜 흥선대원군에게 잡혀 옥에 갇히고 만다.
이번 공연은 전통 판소리와 선율에 서양악기를 더한다. 대중에게 낯선 판소리를 익숙한 서양악기를 소리로 친근하게 만날 수 있게 했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공동창작과정을 통해 탄생한 판소리 음악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새로운 국악뮤지컬을 보여줄 예정이다.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2011년 제2회 대한민국 전통연회 페스티벌 대상,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던 작가 경민선이 대본을 맡았다. 작품의 연출에는 연극 ‘호랑이를 부탁해!’, ‘서울사람들’의 이기쁨과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대표 정종임이 함께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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