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아티스트 ‘헤르쯔 아날로그’의 첫 앨범이 발매됐다. 그의 이름은 독일어로 ‘심장’을 의미하는 단어 ‘Herz’에 ‘아날로그’를 더한 것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심장’이라는 뜻이다. 첫 앨범 ‘Prelude’는 ‘헤르쯔 아날로그’란 이름처럼 오랜 시간 사람들이 공감해 온 감성들을 따뜻한 멜로디로 노래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위주로 흘러가는 음반 시장 속에서 그의 음악은 피부에 은근히 스며드는 햇볕의 온기처럼 천천히 음악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JYP 작곡가 출신’, ‘서울대 성악과 출신’이라는 이력을 뒤로 한 채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헤르쯔 아날로그’가 문득 궁금해졌다.

앨범 ‘Prelude’, “평범한 것들을 음악으로 특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는 7월에 발매된 첫 앨범에 대해 “사랑하는 순간순간의 기록을 담은 앨범이면서 앞으로 풀어낼 음악들의 첫 시작을 앨리는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헤르쯔 아날로그’의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누군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수동카메라로 소중한 추억을 붙들어 놓은 사진처럼’ 정성스럽다. 앨범의 곡은 모두 그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

‘헤르쯔 아날로그’는 자신의 앨범에 대해 “이 앨범에 담긴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해왔을 법한,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평범하고도 어렴풋한 것들을 제 음악으로 좀 더 소중하고 특별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갖고 만들었어요. 사실 이 EP앨범은 조만간 들려 드릴 앨범과도 스토리상 긴밀하게 연결돼요. 열심히 만든 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헤르쯔 아날로그’는 본격적인 솔로 활동 전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작곡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새삼 화제에 오른 그의 이력이 궁금해 JYP 활동 시절에 대해 묻자 “JYP 음악제작팀에서 있었던 건 맞지만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딱히 없다”는 솔직담백한 대답이 돌아온다.

“처음 들어갔을 무렵이 제가 대학에 입학하고 갓 스무 살이 됐을 때였어요. 원래 클래식을 공부해온 터라 대중음악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서 데모를 냈던 곡마다 대부분이 퇴짜를 맞았었어요. 또 박진영 프로듀서님이나 지금 음악감독으로 왕성히 활동 중이신 권태은 프로듀서님께 선택되기에 제가 제출하는 음악들이 사실 많이 부족하기도 했고요. 팝적인 사운드에만 치중해 만들다 보니 멜로디에 많이 약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사운드는 좋게 봐주셔서 공연이나 방송에 사용되는 퍼포먼스 음악에 많이 써주시더라고요. JYP는 제가 활동한 회사라기보다 오히려 대중음악이란 것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학교 같은 곳으로 기억해요”

이번 앨범은 ‘헤르쯔 아날로그’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음반 작업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 “이번에 만든 몇몇 음악들이 제가 불렀을 때 위화감이 느껴지는 곡들이 있었어요. 불러주실 분들을 섭외해야 했는데, 음악의 특성상 보컬의 기교적인 측면보다 음색이 중요했거든요. 음악에 맞는 음색을 가진 분들을 찾는데 의외로 곡에 어울리는 보컬을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결국엔 좋은 보컬 분들을 만나 대부분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끝내 보컬을 구하지 못하고 빠진 곡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던 곡이라 많이 아쉽지만 언젠가 들려 드릴 더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는 “샤워, 독서, 영화감상, 청소 등의 일상”에서 주로 얻는다는 평범한 말로 운을 뗐다.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 말할 정도로 걷기를 좋아해서 틈만 나면 걷는 편이에요. 그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곡에 대한 모티브를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 있어서 생각을 정리한다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도 도움이 많이 되고요. ‘걷기’ 많은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웃음)”

‘성악전공생’이 ‘헤르쯔 아날로그’가 되기까지

‘헤르쯔 아날로그’에게는 JYP 작곡가 출신이라는 것 외에 눈에 띄는 이력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가 서울대학교 성악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엘리트 음악인으로 자란 것에는 어린 시절 음악 선생님이셨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일상적으로 접하던 음악이 자연스럽게 그를 음악의 길로 이끈 것이었다. 지금도 가족들은 그의 음악 활동을 반대가 아닌 응원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어린 시절 어떤 학생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중학교 시절엔 남들처럼 공부하면서 지냈고, X game을 정말 좋아해서 여름엔 스케이트보드를, 겨울엔 스노보드를, 그렇게 3년 내내 빠져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꾸준히 성악의 길을 걸어왔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말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서울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운이 좋게 서울예고를 다니게 되면서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즐겨 듣던 음악이 성악이 아니었어요.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전공했고 공부하기 위해 많이 듣고 좋아해 보려 애썼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무엇을 하든 스스로 만족이 돼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만족스럽지 않은 걸 붙들고 있자니 ‘좋아하지 않는 걸 굳이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자퇴도 생각했었는데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이루지 못하고 끝내 졸업하고 이력이 돼버렸네요.(웃음) 당시에도 전공은 성악이었지만 노래에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웃음) 피아노를 치고 음악 만드는 일이 더 좋았거든요. 그러다 운이 좋게 영상음악과 사운드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더 이쪽으로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헤르쯔 아날로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적 색은 무엇일까. 그는 “사실 취향으로 따지면 보컬 중심의 팝 음악도 아니고, 그보다 한 발짝 물러서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영화 사운드트랙이나 클래식 기악곡 혹은 일렉트로닉한 인스트루멘탈 곡을 듣는 걸 더 좋아해요. 보컬이 들어간 곡들을 듣고 좋아하고 작업하게 된 건 가사 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비교적 최근이에요. 저만의 음악적 스타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도전해 보고 싶은 음악들이 많고, 저 스스로도 단정 짓기가 어려워요. ‘무엇을 만들어 내던 따뜻한 위로가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따뜻한 위로가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첫 앨범 ‘Prelude’는 듣는 이의 가슴을 데우는, 만든 이의 온기가 가득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의 음악은 한순간 타오르다 사그라지는 불꽃보다, 은근히 오랫동안 불길을 쬘 수 있는 마른 장작을 닮았다. 앞으로 그의 음악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할지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헤르쯔 아날로그’의 음악이 품고 있는 그 온기 때문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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