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섭은 최근 비제의 오페라를 소재로 한 안무작 ‘Carmen’을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무대에서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Carmen’은 2009년 부산국제무용제에 출품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올해는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펼쳐지는 국내안무가들의 창작 공연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다. 2012년 ‘Carmen’은 각색과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무대에 오른다.

신무섭은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서 16년 동안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는 1996년 국립발레단에서 올린 발레 ‘느낌’을 시작으로 꾸준히 안무 활동을 펼쳐왔다. 2006년 한국발레협회 안무가전 신인안무가상을, 2009년 제5회 부산국제무용제 AK21국제안무가 육성공연 백마상을 수상해 안무가로서의 기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매혹의 여인 카르멘, 남성무용수로 다시 태어나다!

‘Carmen’은 비제의 오페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는 오페라 ‘Carmen’의 기본 줄거리와 인물들은 가져가되 색다른 해석을 더해 관객의 눈길을 끈다. 신무섭은 “‘Carmen’을 재해석한 점은 주인공 카르멘이 남자라는 것이다. 보통 카르멘하면 여자를 생각하지 않나. 이 작품은 우연히 하리수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영감이 떠올라 만들게 됐다. 기사를 보면서 트렌스젠더의 삶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이원철’이라는 좋은 남성무용수를 알게 됐고 함께 하게 됐다. 기존의 많은 무용가들이 ‘Carmen’을 소재로 안무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부산국제무용제에 있는 안무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한 작품을 구상하던 중 ‘Carmen’을 만들게 됐다. 당시, ‘Carmen’을 만들고자 했던 안무가 신무섭을 더욱 자극했던 것은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이원철’이었다. 평소 그의 춤을 보며 “참 춤을 맛깔스럽게 춘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원철에게 함께 작품을 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이원철의 답변은 “기꺼이 하겠다”였다.

신무섭은 자신의 전공이었던 ‘음악’을 통해 안무에 대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는 부산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피아노 전공생이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발레는 운명처럼 그를 세종대학교 무용과 학생으로, 어느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이끌었다. “음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음악을 들으면 안무에 대한 영감이 많이 떠오른다. 음악을 고르고 맞추는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번 공연은 비제 음악에서 타악기 적인 부분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신무섭은 이번 안무를 통해 트렌스젠더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가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소품은 ‘의자’다. “이 작품을 통해서 트렌스젠더도 사회와 융화될 수 있다는 것을 담고 싶다. 이 작품에는 의자가 하나 나온다. 의자는 트렌스젠더가 설 수 있는 공간,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곳에서 오가는 갈등이 많지 않겠나. 그런 부분을 의자로 많이 표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오브제로 등장하는 의자에는 소소한 에피소드도 숨어있다. 신무섭은 무대 위에서 차고, 던질 수 있는 가볍고 튼튼한 의자를 찾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찾아도 자신이 원하던 의자를 끝끝내 찾을 수 없었던 그는 바쁜 시간에 짬을 내 을지로를 찾았다. “을지로를 아무리 뒤져도 등받이가 없으면서도, 가벼운 의자가 없더라.(웃음) 비슷한 의자를 구하긴 했는데 조금 무거워서 여성무용수들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Carmen 참여무용수, 프로 무용수들이라 걱정 안 한다”

신무섭이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연습’이다. 그는 “무용수들이 일과를 끝내면 많이 지쳐있다. 그리고 연습과 지방 공연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한 곳에 모두 모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모든 일정이 끝나는 것은 저녁 6시.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 참여하는 그의 안무작 연습은 그 이후에 가능하다.

연습 시간은 부족하지만 그는 무용수들을 믿는다. 그들 스스로 작품을 위해 행동할 줄 아는 프로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는 이원철, 김지영 등의 스타무용수들이 출연한다. 그는 “무용수들이 워낙 프로들이다. 안무를 탁 던져놓으면 무용수들끼리 알아서 준비한다. DVD도 보고, 빨리 외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Carmen’ 무대에서 신무섭은 안무뿐 아니라 연출에도 직접 참여했다. 그가 연출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은 ‘관객들을 점점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신무섭은 “이번에 공연하게 된 자유소극장은 관객과 정말 가깝다. 바로 앞에서 무용수들을 보기 때문에 감정 표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관객에게 ‘제가 신경을 많이 썼으니 보세요’가 아니라 점점 빠져들면서 집중하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Carmen’ 공연을 앞두고 한참 안무에 매진하고 있는 그에게 ‘안무란 무엇’인지 물었다. 신무섭은 “다양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듯, 안무도 좋은 재료들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무용수로서 자신의 경험이 담긴 안무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안무는 무브먼트다.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으로 좋은 안무를 만들고 싶다. 나도 무용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어려운 동작이 무용수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 알고 있다. 안무가 쉬우면 위축되지 않아 표현도 잘 되고, 자신감 있게 출 수 있어 표현이 잘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무섭에게 무용수로서의 꿈을 묻자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백조의 호수’, ‘코펠리아’ 등의 작품을 거론하며 안무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전에도 몇몇 작품을 안무해 왔다. 내 이름을 건 개인컴퍼니가 생기면 좋겠지만 우선은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고 목표다”

신무섭 안무작 ‘Carmen’은 6월 11일(월)부터 6월 12일(화)까지 두 차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무대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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