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일본, 프랑스, 필리핀, 싱가포르 등 총 5개국의 무용인이 참가한 ‘MODAFE 2008’의 국제 레지던스 ‘소리의 이미지’가 6월 7일에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되었다. ‘소리의 이미지’는 정형화된 객관적인 이미지와 다듬어지지 않은 주관적인 이미지를 공존시키는 시도로서 기획된 공연이다.
이 작품의 안무에 참여한 무용수들은 한국의 ‘김성용’, ‘오윤지’, ‘유호식’, 일본의 ‘미나가와 마유무’, 필리핀의 ‘단 제이슨 프랑코 깔리나오’, 싱가포르의 ‘대니 탕’ 등 총 6명이다. 각 국의 젊은 무용수들은 ‘소리의 이미지’ 무대를 통해 서로의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며 몸과 몸을 통해 힘껏 에너지를 발산하였다. 이번 공연을 현재 세종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무용가 ‘김수한’과 함께 관람하며 작품 ‘소리의 이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연분홍(이하 연): ‘소리의 이미지’라는 제목과 실제 공연의 안무가 잘 매치가 되나? 제목과 공연의 적합성에 대해 말해 달라.
김수한(이하 김): 매치가 정말 잘 된 것 같다. 일반 무용공연에서 보면 장면에 따라서 음악이 결정되는데, ‘소리의 이미지’라는 제목에 맞게 동작에 따라 소리가 바뀌었는지 소리에 따라 동작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신선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고개를 숙인 무용가들이 한 쪽 발을 구르며 머리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양 팔을 내려치는 군무를 췄었는데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 군무는 공연 처음과 끝에 동일하게 행해졌는데, 작품에서 전체적인 통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였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음악은 다양했지만 움직임이 다양하지 못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근데 이 작품이 즉흥인가?
연: 아니다. 짜여진 안무의 줄기 안에 개인의 즉흥이 조금 삽입된 형식이다.
처음에 도입부가 어떻게 느껴졌나? 무대 위에 프랑스 음악가 ‘프랑소와 리알랑’이 프랑 스어를 하며 무대 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입장하고, 각각 다른 국적을 가진 네 명의 무용가들이 모국어를 구사하면서 사방의 관객 출입구에서 나왔던 부분이 어떻게 다가왔나?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안무가의 재치와 센스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본격적인 춤 동작이 보이기 전에 인트로(intro)처럼 삽입되어서 객석의 분위기를 띄워 놓은 점이 좋았다(웃음).
김: 나도 그 부분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관객들이 매끄럽게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무가가 잘 유도한 것 같다. 그리고 이 공연은 개인적으로 참 잘 만들어진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작업하는 시간이 상당히 짧았다고 들었다. 공동으로 작업하는 작품에서는 안무가가 의도하는 것을 만들어 내기 까지가 상당히 힘든 부분인데 ‘소리의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안무자의 의도가 잘 녹아들어간 공연이었던 것 같다.

연: 공연 중에 좀 난해하거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혹시 있었다면?
김: 소음같이 시끄러운 소리에 맞춰서 6명의 무용수들이 각각 다른 움직임을 하며 내면의 표현을 한 부분이 그랬다. 그들이 스스로 해석해서 각자 다른 생각으로 춤을 춘 건지 아니면 안무가가 그런 동작을 주문했던 것이었는지 좀 헷갈렸다. 그 자체가 안무자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질문 하나 해도 되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어떤 장면이었나(웃음)?
연: 속도감 넘치는 음악을 배경으로 ‘김성용’이 등을 돌리고 무대 벽에 붙어 서 있고 짝을 이룬 남녀 무용수 두 그룹이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 소리의 이미지화라는 주제가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또 그 후에 남녀가 엉키면서 현란한 동작들이 이어지고 조명도 형형색색으로 바뀌면서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았는데 마지막에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BWV1001’이 흐르면서 무용수들의 몸짓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때 음악이 그들의 흐트러진 신경을 섬세하게 잡아주는 것 같이 느껴져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연: 작품 후반부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구음을 하는 동안 ‘김성용’이 솔로로 추었던 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혼신을 다하는 ‘김성용’의 움직임에 감동을 느꼈지만 조금 더 메시지를 속 시원히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 나는 작품을 볼 때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본다. 어떤 일부분을 주시했을 때 그 장면은 다른 부분들과 비교해서 엉뚱하고 설명이 안 되는 장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에서는 그 장면만이 해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있는 법이다.
연: 그럴 수도 있겠다. 작품에 의도가 너무 강하게 드러나서 오히려 호기심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작품도 있으니까.
김: 그리고 안무에서 어떤 동작이나 표현에 대해서 ‘이건 이래서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고 저건 저래서 그렇게 표현된 것이다’라고 단정 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별로 좋은 감상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작품에서도 보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이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런 완강한 표현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감상을 방해하는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 기사 쓰는데 도움을 제대로 주지 못해 미안하다(웃음).
연: 같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웃음).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공연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재생시키니까 작품이 더 가깝게 다가왔던 것 같다.
수많은 소리와 에너지들이 모여 충돌과 함께 멋진 하모니를 들려주었던 ‘소리의 이미지’는 미디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낯설면서도 낯익은 형상을 춤과 음악으로 보여주었다. 고대에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도 타인과 소통할 수 있었던 원시인들처럼 그 낯설고도 낯익은 이미지는 앞으로도 영원히 예술의 소재로서 사용될 것이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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