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연극 세계를 구축해온 극단 동의 ‘극단 동 대표 레퍼토리展’이 2012년 5월 18일부터 6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이번에 공연되는 작품들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무대화된 불후의 명작들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올해 사후 110주년이 되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 세계 희극의 금자탑 고골리의 ‘비밀경찰(검찰관)’의 세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어머니의 관을 싣고 떠나는 장례여행,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극단 동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는 친정 묘에 묻어달라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관을 수레에 싣고 수많은 난관을 겪는 가족들의 장례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새로운 해석으로 공연돼온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으로 극단 동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다. 15명의 인물이 등장, 59개의 독백으로 풀어가는 원작이 11명 배우들의 섬세하고 다층적인 무대 언어로 재탄생됐다.

작품은 폭풍우를 뚫고, 소나기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가는 등의 수난들이 무대 위에서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있는 가족들의 증오를 사랑으로 바꾸어 놓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이 곳 어딘가 비밀경찰이 있다! ‘비밀경찰’

고골리의 ‘검찰관’을 각색한 ‘비밀경찰’은 소도시의 관리들과 비밀경찰을 둘러싼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허상과도 같은 비밀경찰의 존재에 벌벌 떠는 관리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작품은 선풍기와 커다란 이불로 폭풍이 부는 들판의 기상천외한 연극 장면을 만들어내고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 속에서 종이 인형들이 춤추게 한다. 진짜 인형이 연기하는 것 같은 꼭두각시극과 가면을 쓰지 않았는데 가면을 쓴 것 같은 가면극, 동물농장을 연상시키는 만담극, 샹들리에의 화려한 조명 아래 무희들이 쏟아져 나와 춤을 추는 정통 미국식 뮤직홀 등의 장면들이 신체 연극의 정수를 만끽하게 한다.

실험대 위에 놓인 우리의 운명, ‘테레즈 라캥’

극단 동의 ‘테레즈 라캥’은 미니멀한 무대와 절제된 언어, 경제적인 장면 사용, 흑백 무성영화의 암전 기법 등으로 신체언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작소설은 영화 ‘박쥐’의 원작으로도 알려졌다.
 
작품은 한 여인이 소년에 머물러 살아가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 의해 자신의 숨겨진 열정과 본능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무대 위에는 붉은 옻칠이 된 목제 침대 하나가 놓여 있고, 마치 실험대 위에 내던져진 실험물들이 움직이듯 인물들은 무대 위 난폭한 운명 속에서 사투를 벌인다.

두산아트센터 연습실에서는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관객과 배우가 함께 진행하는 ‘행동 연기 워크숍’도 열린다. 워크숍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직접 작품을 구상하고 실연해보는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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