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많다. 영화 ‘화려한 휴가’, ‘꽃잎’, ‘박하사탕’ 등이 대표적이다. 무대예술로는 연극 ‘짬뽕’, 뮤지컬 ‘화려한 휴가’ 등이 있다. 연극 ‘푸르른 날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다. 이 작품은 1980년 광주 땅에 깊게 아로새겨진 상처를 희극적 연극어법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2011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연출상을 수상했으며 올해의 연극 Best 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은 앵콜 공연이다.
재공연 무대를 올리게 된 고선웅 연출가는 “신파는 더욱 디테일해질 것이며, 더욱 통속적으로 연출 될 것이다. 초연 때 다소 거칠었던 장면들이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올해는 더욱 세심하게 가다듬어질 것이다. 처음에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이 작품이 재공연을 올릴 수 있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역사 속 그날: 1980년 5월 18일 ‘그날의 광주’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
5.18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나기 전년도인 1979년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유신정권이 몰락하던 시기였다. 이 틈을 타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 등의 신군부세력이 군권을 장악했다.
정권을 무력으로 장악한 군부 세력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민주화를 갈망하던 시민들은 군부 세력의 강압에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전두환 퇴진'과 '김대중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었다. 1980년 5월 17일에는 비상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1980년 5월 18일 새벽. 광주에는 공수부대가 투입됐다. 공수부대는 전남대학교를 장악해 학생들의 등교를 막았다. 오전 10시, 전남대학교 학생과 공수부대가 처음으로 충돌했다. 무력 진압으로 부상당한 학생들은 늘어 갔다. 분노한 학생들은 ‘계엄 철폐’와 ‘휴교령 철폐’를 내세우며 광주 시내인 금남로 거리로 뛰쳐나갔다. 시내에서는 공수부대와 시민들의 불꽃 튀는 시가전이 벌어졌다. 공수부대원들은 지나던 민간인에게도 총을 겨눴다. 평화 시위대를 진압하는데 헬기까지 동원했다.
19일에는 병력이 증강됐다. 시민의 시체가 발견되자 시민들은 ‘살인마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쳤다. 20일에는 가톨릭센터 앞에서 남녀 30명이 속옷만 입은 채로 구타당했다. 시민군과 공수부대 간의 공방은 계속됐다. 21일, 광주 내부 사정을 외부에 알릴 수 없도록 모든 시외전화가 두절됐다. 계엄군은 사태가 알려지지 않도록 광주시를 통제했다. 정부는 더 이상 사실을 숨기는 것이 어렵게 되자 유언비어에 흥분한 시민들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광주 땅에서는 처절한 사투가 계속 이어졌다. 계엄군의 시내 진입 저지를 위한 시민들의 행진이 이어졌고, 5차에 이르는 ‘민주수호 범시민 궐기대회’가 개최됐다. 같이 민주화를 외치던 동료들의 시체를 앞에 둔 채 시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마침내 5월 27일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이 시내로 진입했다. 광주의 주요거리인 금남로와 도청은 계엄군이 쏜 총에 쓰러져 간 시민군들의 피로 물들었다. 계엄군은 도청과 시내 전역을 장악했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됐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공식적인 피해자는 사망 191명, 부상 852명이다. 2011년 5월에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이뤄졌지만 그들의 상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연극‘푸르른 날에’, 명랑한 비극
연극 ‘푸르른 날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피어난 남녀의 사랑과 30년 뒤 그들에게 남겨진 상처를 조명한다. 이 작품의 연출, 각색을 맡은 고선웅은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는 점을 강조해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을 탄생시켰다.
고선웅 연출가는 희극적으로 표현되는 대사에 대해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 연출할 수는 없었다. 초연 때 집중했던 ‘명랑한 신파’와 ‘통속극’이라는 연출 콘셉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너무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역사가 남긴 상처’를 30여 년간 이루지 못한 ‘남녀의 사랑’으로 은유해 보여준다. 작품은 ‘그날의 상처’가 과거가 아닌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5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원문화재단, AI 시대 문화예술교육 전시 ‘스캐폴딩 Scaffolding’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