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발레 인어공주가 2008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다. 동화 인어공주 이야기를 발레로 표현한 이 작품은 2001년 초연 이후로 공연을 계속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인어공주의 환상적인 세계를 발레라는 예술의 한 장르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한 작품이다. 동화의 아름답고 슬픈 소녀의 사랑 이야기와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춤이 만나 작품 안에서 함께 호흡했다. 새로워진 발레 ‘인어공주’는 동화 속 인어공주의 세계를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의상과 다채로운 움직임 등을 사용했다. 특히, ‘인어공주’를 위해 러시아 음악가 ‘파블로브 드미트리' 에 의해 작곡된 음악이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냈다. 우리나라 창작 발레 1호 작품이라는 새로운 시도에서 ‘인어공주’를 위한 고유한 음악과 의상, 동작이 60분이 넘는 공연시간동안 펼쳐지는 대형작품으로 탄생했다.
‘인어공주’에는 두 세계가 등장한다. 인어공주가 살고 있는 바다 속 세계와 왕자가 살고 있는 왕궁이다. 용왕이 다스리는 바다 속에는 호기심 많은 인어공주와 많은 바다 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왕자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왕궁에서는 너무나도 화려한 축제가 펼쳐진다. 인어공주는 신비한 바다 속에서부터 화려한 왕궁까지 관객들을 안내한다.
-상상 속의 세계를 표현한 움직임
안무가인 김선희 교수는 자신이 상상하는 인어공주 이야기를 발레로 해석한 작품을 발표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가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살아서 통통 튀는 것 같은 바다 속 생물들의 움직임에 어린이들의 환호가 그칠 줄 몰랐다. 대사가 없는 움직임만으로도 어떤 것을 묘사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안무가가 가진 상상력과 발레의 시각이 재치 있는 캐릭터들을 탄생하게 했다. 그리고 안무가의 상상력이 가장 뛰어났던 부분은 바로 인어공주이다. 인어공주의 개구쟁이 같은 면과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모습이 아주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내가 인어공주라면 어땠을까?’라는 수없는 질문으로 완성된 동작들은 무용수의 움직임에 의해 여과 없이 나타났다. 물고기처럼 자유로운 발동작과 지느러미처럼 우아한 팔의 움직임은 백조의 호수에서 무용수의 팔이 날개가 되는 마법같이 보였다. 창작 작품이라는 것은 안무가의 상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김선희 교수의 상상이 풍부해서 더 다양한 움직임이 가득한 작품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한 사람의 상상이 만들어낸 작품이 많은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금의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어공주’를 위한 음악과의 조화
‘인어공주’라는 작품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음악은 확실히 달랐다. 어떤 작품은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하지만, 그 음악이 왠지 남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 쓰인 음악은 어느 한 부분도 억지로 가져온 듯한 장면이 없었다. 극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모습을 바꾸는 음악은 춤과 함께 ‘인어공주’를 이끌었다. 창작 발레라는 작품에 꼭 맞는 음악이었다. 발레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창작 발레처럼, 음악 또한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처럼 웅장하다가 마치 광고 음악처럼 독특하게 울려 퍼졌다. ‘인어공주’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은 작곡의 의도나 스토리의 전개, 분위기까지 ‘인어공주’와 일치했다. 그래서 춤이 음악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나, 반대로 음악이 춤을 힘겹게 좇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마치 춤을 추듯이 손을 잡고 음악과 동작이 함께 가는 듯했다.
-어린 소녀의 사랑 이야기, 발레 ‘인어공주’
동화 인어공주 이야기에는 어린 인어공주가 등장한다.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인 인어공주는 바다 속에서 용왕의 사랑을 받는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어린 소녀인 인어공주가 겪는 가슴 아픈 사랑은 발레의 스토리로 쓰이기에 아주 적합했다. 어린 발레리나가 표현하는 순수한 사랑이 인어공주를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사람의 움직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발레를 통해 인어라는 특이점을 잘 살려냈다. 발레와 동화의 만남을 음악과 의상, 다양한 무대 세트가 도왔다. 그리고 동화에 등장하는 신비한 장면들은 마법으로 그려졌다. 마법문어에게 목소리를 건네는 장면이나 마법문어가 여자로 변신해 왕자를 유혹하는 장면은 모든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발레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던 장면들을 마법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것이다. 마법이라도 부린 듯한 동화의 장면들이 진짜 마법으로 작품에 등장한 것이다. 또한, 물거품으로 녹아버리는 인어공주는 무대의 장치를 활용해 표현했다. 사랑을 잃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인어공주를 보면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눈물을 삼켰다.
-작품을 빛낸 젊은 무용수들
공연장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방문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무대 위에도 어린 무용수들이 많이 출연했다. 작은 물고기들과 게들, 인어공주와 왕자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 큐피드 등 어린 무용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리고 인어공주 역을 맡은 한서혜, 이은원도 앞으로 우리 무용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들이다. 무용수로서 가장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는 시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무용수들이 아직 어리게만 보일 수 있지만, 이미 최고의 무용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인어공주’에서는 뛰어난 실력의 어린 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해 젊고 활기찬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인어공주’는 작품도 출연하는 무용수들도 가능성 있는 신예이다. ‘인어공주’를 통해 많은 어린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성장해 이제 막 국제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발레를 빛내주길 기대한다.
‘인어공주’에 쓰인 발레의 표현들이 처음에는 조금 생소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에 푹 빠져들게 한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출 뿐인데,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너무나 화려하고 신비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조금은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꿈들을 뛰어난 기량의 무용수들의 춤과 음악, 의상과 무대장치를 통해 총천연색으로 깨워낸다. ‘인어공주’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안무가의 시각을 통해 창작 발레 작품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다. 어릴 적 인어공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던 세계를 ‘인어공주’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내 상상하고 똑같아’ 혹은 ‘내 상상보다 더 멋진 걸?’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은민 객원기자 ssunny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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