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een의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이 있었다. 바로 모리스 베자르의 1997년작 ‘Ballet for Life'다. 천재 안무가 조르주 동의 죽음을 애도하던 베자르는 조르주 동 보다 한 해 먼저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두 예술가 모두 AIDS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모리스 베자르는 이 작품을 프레디 머큐리와 조르주 동에게 헌정했다. ‘Ballet for Life'는 18곡 이상의 Queen의 음악이 있고, 지아니 베르사체가 만들어낸 의상에서 또 다른 미학을 발견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조르주 동의 슬픈 얼굴은 이 작품의 가진 진중함과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먼저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과 살아있는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Queen의 음악으로 만든 또 다른 작품 ‘위윌록유(WE WILL ROCK YOU)'는 먼저 접한 ‘Ballet for Life'와 개인적인 비교를 하자면 ‘매우 파격적’이었다. 사이버틱하고 경쾌한 이 작품은 아주 특별한 주크박스 뮤지컬임을 깨닫게 했다.
과거를 향수하는 미래인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이버 인간들 사이에서 한 명의 눈 속에는 불꽃이 이글거리며 철제 무대 사이로는 원색 조명이 비춰진다. 그 곳은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아직은 인간미가 살아있는 ‘프래닛 몰’의 2300년이라 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이고 창조적 아이디어가 소멸된 곳에서 거친 퀸의 음악은 동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모리스 베자르가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을 인터넷 다운로드로 얻을 수 있고, 모든 음악이 비슷해지기 시작한 세상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Queen의 음악은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천편일률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 작품의 창작자들은 큰 노력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의상은 심플하지만 춤은 대체적으로 제자리에서 뚝뚝 끊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나 동작 자체는 크고 파워풀하다. 또 같은 동작의 같은 구절이지만 구도를 바꿈으로써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공간의 구성이 철저하게 분석 돼 있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Queen의 템포와 단순한 동작이 매우 조화롭다.
물론 대극장용 비주얼은 색체와 영상, 그리고 조명이 담당한다. 무대세트나 의상의 색은 눈부시게 밝으며, 여기에 조명은 화려함을 더한다. 무대 배경이 아닌 무대 위에서 직사각형의 프레임에 투영되는 영상은 관객들을 거대한 사이버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위윌록유(WE WILL ROCK YOU)'는 영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지만 스토리 면에서는 평론가들에게 악평을 받았다고 하는 작품이다. 소재는 굉장히 신선함을 자랑하지만 스토리 구성에서 보이는 억지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가장 해결하기 큰 어려움은 바로 음악에 껴 맞춘 느낌이다. ‘위윌록유(WE WILL ROCK YOU)'에서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저 자유를 갈망하는 보헤미안의 우정 정도였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프래닛 몰’에서 은신하며 살아가는 보헤미안들에게 전자기타를 들고 라이브 음악을 하는 것은 바로 해방구이자 희망이다. 그것은 일상에서 탈출구(해방구)가 필요한 우리 현대인들과 같다. 따라서 매우 속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폭발적인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은 한국인들 정서와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가? 보헤미안을 꿈꾸는 현대인들이라면 오래간만에 가슴 뛰는 설렘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객 모두가 Queen을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저 뮤지컬 한 편 즐기러 온 이들에게 좀 더 친절한 뮤지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뉴스테이지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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