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7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나온다. 이정희 현대무용단의 ‘천지창조 8th day’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후의 첫 날을 표현한 작품이다. 창세기 1장에는 7일 동안 온 천지를 창조하여 인간에게 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인간의 세상이 된 첫 날은 평화로워야 할 텐데 우리의 세상의 그렇지 않은 듯 하다. 7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천지가 창조되었지만, 8번째 날에는 천지가 소음으로 가득하다. 성경의 말씀에 빗대어 우리의 세상을 표현한 ‘천지창조 8th day’은 안무가 ‘이정희’의 세계를 춤과 음악, 웅장한 무대 장치로 표현해냈다.
-성경과 현재를 연결시킨 안무가의 관점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성경 구절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천지창조 8th day’는 제목처럼 천지 창조 후 8번째 날이라는 단순하고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공연 중간 중간에 나오는 성경 구절을 통해 관객은 공연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품은 관객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표현을 해냈다. 특히 성경의 구절과 현시대와 연결시킨 안무가의 시각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서로 간이 경쟁과 다툼, 폭력이 난무한 이 시대를 바라보는 안무가 ‘이정희’의 관점이 ‘천지창조 8th day’이라는 작품에 녹아있었다.
-주제의 흐름을 돕는 춤 이외의 장치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무용 작품보다 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넓은 무대를 채운 장치와 그 장치를 배경으로 비춰지는 다양한 영상은 ‘천지창조 8th day’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쓰였다. 이런 요소들은 춤과 함께 적절하게 사용되어 작품의 주제를 잘 나타낼 뿐 아니라 춤을 더 돋보이게 했다. 이 작품에서 춤이 등장하지 않은 채로 영상이나 음향이 사용되는 장면은 주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도왔다. 무대에 등장한 커다란 구조물은 아담과 이브의 안식처에서 울창한 숲, 빙하로 모습을 바꿨다. 또한, 작품의 첫 시작에는 바쁜 현대인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검정색 의상이 등장했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한 무용수들은 흰 색의 의상을 입었다. 의상의 색조에 담긴 상징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대변했다.
-우리 시대의 시작의 날, 천지창조 8th day
안무가 ‘이정희’는 이번 작품 ‘천지창조 8th day’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작품에 사용된 춤이나 상징을 통해 어떤 주제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안무가는 작품의 주제를 그대로 표현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천지창조 후 첫 날, 즉 8번째 날에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평화와 감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싸움과 경쟁이 생겨났고, 안무가는 그 모습을 무대 위에서 춤을 통해 나타냈다. 천지의 8번째 날은, 우리 시대의 첫 번째 날이다. 현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안무가는 그 시작의 날을 택한 것이다. 안무가는 단순히 자신의 상상 속에 있는 천지창조 후의 8번째 날을 보여주지만, 그 것을 통해 관객은 현 시대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관객에게 맡긴 안무가의 여유가 보이는 작품이었다.
이은민 객원기자 ssunny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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