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달고나’의 세우는 지금은 우리에게 잊혀져 버린 첫사랑의 설렘, 지난 옛 시절들의 향수를 쫓는 인물이다. 지금 이 시대에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녕과 추억을 되새기는 세우의 모습은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제는 잊혀져 버린 모든 것들을 추억하다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만화 영화,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사 먹었던 달콤한 불량 식품, 용돈 받으면 하나씩 사 모으던 100원짜리 종이 인형 등은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추억의 한 페이지다. 뮤지컬 ‘달고나’의 세우는 우리가 잊고 살지만 기억 저편에 아직 기억하고 있는 소중한 옛 추억을 꺼내주는 인물이다.

세우는 뮤지컬 ‘달고나’의 무대 속으로 불쑥 들어온다. 익숙한 동네는 골목 어귀에 추억 하나하나 묻지 않은 곳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던 세우는 아릿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린다. 옛 교복을 입고 나타난 소녀는 그의 손을 이끌고 마을 구석구석과 사라져 가는 기억과 과거의 흔적을 보여준다. 소녀의 손에 이끌려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세우의 모습은 세우의 기억을 따라 옛 추억 속으로 젖어드는 관객과 매우 닮아있다.

세우는 시나리오 작가로 성장한다. 어릴 적부터 만화가게에서 자란 세우는 만화를 통해 자라며 많은 이야기를 접했다. 만화 속에 담긴 자유로운 상상력은 그가 시나리오 작가로 성장하는 큰 밑거름이 됐고,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다. 어릴 적부터 같은 마을에서 자란 세우의 연인 지희는 그에게 타자기를 선물하며 그의 꿈을 순수하게 응원해 준다.

세상 밖으로 나온 세우는 시나리오가 자신의 의도가 아닌 감독의 손에 의해 탈색돼 가는 것을 보며 분노한다. 남자의 자존심은 때로 소중한 걸 잃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눈앞에 놓인 것보다 붙들 수 없는 저 먼 곳의 무언가를 쫓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잡지 않으면 사라지는 법. 떠나간 후에 붙들려 해도 좀처럼 잡히지 않게 마련이다. 그는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시나리오를 보며 현실의 벽 앞에 급격히 무너진다. 그 상처를 껴안아 주려는 지희의 위로도 상처 입은 자존심 때문에 외면해 버리고 만다.

지희와의 이별에 세우는 현실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아간다. 잊혀져 가는 것은 잊혀져 가는 대로, 사라져 버린 것은 사라져 버린 대로 흘려보낸다. 하지만 세우는 단 한 가지, 지희가 선물한 타자기만은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한다. 그것은 그가 가슴에 묻어둔 영화에 대한 열정과 지희를 기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끈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우에게 지난 감정과 세월을 찾아 옛 마을로 찾아가게 하는 것도 이 타자기다.

뮤지컬 ‘달고나’ 속 세우는 끊임없이 과거 추억 속을 여행하며 관객에게 공감의 정서를 불러온다. 달콤한 설탕을 녹이던 유년 시절부터,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던 순수했던 학창시절, 꿈을 향해 나아가던 대학 시절, 현실에 좌절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성인이 된 세우의 모습은 지금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과 닮아 있어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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