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닥터 지바고’ 속 라라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운명을 견디는 여자다. 자신의 얼룩진 과거를 지우기 위해 코마로브스키에게 총구를 겨누고, 파샤에게 과거를 고백하지만 자신에게 남겨지는 것은 외로움이라는 또 다른 운명의 짐이다. 그 속에서 라라는 운명에 모든 것을 던질 줄 아는 자신과 닮은 한 남자를 만난다. 라라와 지바고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두 사람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작품 속 라라는 어떤 매력으로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흔들리는 눈빛 뒤에 감춰진 열정, 마성의 여인 ‘라라’

라라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살아간다. 삶을 이끌 능력이 없었던 라라의 어머니는 부유한 고위법관 코마로브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그 사이 코마로브스키의 욕망은 그녀의 딸 라라에게 확대된다. 라라는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왜 그가 자신에게 이러는지도 모른 채 코마로브스키 욕망의 노예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어린 시절부터 라라에게는 선택권이란 주어지지 않는다. ‘사는 것’만이 이들 모녀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길이었다. 치졸하게도 그 틈을 파고든 코마로브스키는 라라가 자신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그들에게 삶의 수단을 제공하며 생계를 손안에 틀어쥔다. 하지만 라라는 성장하며 코마로브스키와의 관계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그녀는 파샤가 맡기고 간 총으로 화려한 무도회장 한복판에서 코마로브스키를 겨눈다. 지바고도 코마로브스키에게 총을 겨눈 라라를 보고서 멈출 수 없는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다.

뮤지컬 ‘닥터 지바고’ 속에서 라라는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코마로브스키는 라라를 욕망의 대상으로 대하면서도 진심으로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파샤는 라라의 순수함과 열정에 끌려 그녀와 결혼한다. 지바고는 아내가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라라에게 끌려가는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세 남자가 바라보는 라라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 있다. 그녀의 눈은 불꽃같은 열정과 가녀림을 동시에 품고 있지만 쉽사리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순수하고 강렬한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 남자는 라라의 뒤에 감춰진 비밀과 불확실성이 주는 강한 호기심에 사로잡힌다.

라라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는 여자다. 비록 코마로브스키에 의해 순결을 빼앗겼지만 진심으로 파샤를 사랑했다. 숨길 수 있었음에도 파샤를 속이는 것이 싫어 자신의 과거를 모두 털어놓을 정도로 순진하다. 파샤가 모든 부르주아를 없애버리겠다며 혁명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도 그녀는 사랑을 찾기 위해 전쟁터로 떠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랑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라라는 종군간호사가 돼 전쟁터를 전전하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는 지바고를 만난다. 너무나 순수하고 뜨거운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사랑으로 이어진다.

파샤든, 지바고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라라는 단 한 번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다. 단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했다. 그녀의 열렬한 사랑에 세 남자 역시 자신을 뜨겁게 던진다. 라라가 세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과 순수와 운명에 자신을 태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녀의 속에서 이글대는 열정과 순수야말로 세 명의 남자를 사로잡은 라라의 진정한 마성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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