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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침묵의 진실, 김윤진의 ‘침묵하라’

 

지난 6일 국립극장에서는 ‘안무가 페스티벌 2007’의 명작시리즈가 차례로 공연됐다. 그 중 첫 번째로 한국 춤과 영상의 독특한 조화를 이룬 김윤진의 ‘침묵하라’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문득 지난 2006년에 안무가 김윤진을 만났을 당시, 무용의 삼분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는 삼분법적 시각을 갖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러나 작품이 시작되고 얼마가 지나자 그러한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작년의 ‘노래하듯이’와는 달리 한국 춤사위를 사용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무가 김윤진은 어려운 춤사위를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음악이 없거나 또는 반복적이고 조용한 멜로디에서 진행되는 꾸물거림(?)은 ‘노래하듯이’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침묵하라’ 역시 무대 위에 역동적인 모양새로 흐트러진 천을 돌돌 말아가는 무용수를 보며 시작되었다. 초입은 무반주로 움직임의 소리조차 전혀 없었다. 때문에 그곳의 관객들은 기침소리조차도 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목에 매우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안무가의 몸의 언어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유머러스했다. 천을 돌돌 말았다 풀었다 하며 이것저것 만들어 내는 무용수는 춤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움직임이었고, 그 안에는 너털웃음을 자아내는 듯한 유머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론 왠지 모를 우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왜 우울한지, 또는 무용수가 왜 천을 몸에 말았다 푸는지, 그 지나친 반복이 왜 서두를 차지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조심스레 예측해 보자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조용하게 행하고자 하는 ‘의식’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에서는 영상과 결합된 ‘상모돌리기’를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한줄기 점이 기다란 끈이 되어 한 무용수의 머리 위를 노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는 그저 조금의 머리를 끄덕였을 뿐이었지만, 영상과 무용수의 그림자가 빚어내는 상모놀이는 무대를 꽉 채운 화려한 춤사위로 극대화 되어 신비로움을 뿜어냈다.

유독 TV가 많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그 안에서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사건이나 어떠한 인물이 보여진다. 그 화면은 무용수들의 몸을 투과해 전체적이면서도 파편적인 모습으로 비춰졌고, 그것들은 때로는 두렵기도, 의미심장해 보이기도, 비판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은 네 대의 TV에 네 명의 여인들이 화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점점 그들의 입이 클로즈업 되고 네 명 모두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화를 내고 있다. 그녀들의 입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있고, 그들은 우릴 보고 화를 내고 있다. 안무가는 TV를 그렇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색채와 음향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모든 것이 조용해진 후 그 실체를 대면했을 때는 포악하고 날카로움이 드러난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 침묵하라! 진실이 보일 것이다.



김유리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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