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은 비엔나 초연 이후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 대해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은 “뮤지컬 ‘엘리자벳’은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작품으로 유럽에서도 20년 째 공연 중이다. 호주에서도 공연됐고, 일본에서도 10년째 공연 중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공연이 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공연된 것과 다르게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유럽 최대의 왕실 가문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쇠락해가는 모습과 유럽의 오랜 역사를 모티브로 한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첫 번째 콤비작품이다. 황후 엘리자벳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뛰어난 음악으로 세계 10개 국가 전역에서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작품을 관람했다.

이번 한국 공연은 화려한 무대미술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대했던 황가 합스부르크의 호화로운 모습을 재현했으며, LED조명과 회전 무대, 기발한 소품 등으로 관객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그 시대의 패션리더로 추앙받았던 엘리자벳을 통해 왕실의 의상과 그녀의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선보인다. 엘리자벳은 매 신마다 다른 드레스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들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엘리자벳 외에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총 400여 벌의 화려한 의상들도 주목할 만하다.  

아름다운 황후와 ‘죽음’ 간의 사랑, 실존인물과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했다!

엘리자벳의 일생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드라마틱한 일대기에 판타지적인 요소인 ‘죽음’이라는 캐릭터를 추가했다. ‘죽음’이라는 어둡고 추상적인 소재를 ‘죽음과의 춤’이라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형상화한 부분에 주목할 만하다. 화려하게 선보이는 ‘죽음과의 춤’은 실베스터 르베이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이번 작품의 매력적인 핵심요소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엘리자벳과 뮤지컬로 재탄생된 죽음의 캐릭터에는 각각 어떠한 매력이 숨어 있을까.

-엘리자벳, “나는 나만의 것, 내 주인은 나야”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기억되고 있는 엘리자벳은 어린 시절 자유분방한 소녀였다. 자유롭게 살아온 그녀는 황제와 결혼해 황후가 되면서 새장 같은 갑갑한 궁전 안의 삶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시어머니와의 갈등과 불행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쓸쓸한 삶 속에서 늘 죽음의 유혹을 받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엘리자벳 역에는 김선영과 옥주현이 캐스팅됐다. 김선영 배우는 “엘리자벳 역은 어린 시절부터 60세까지의 폭넓은 연기를 짧은 시간 안에 보여 드려야 하는 작품이다. 이 때문에 주변 상황들로부터 엘리자벳이 순간순간 받아들이는 고독과 좌절, 희망을 나이대에 맞게 만들어내는 것이 중점이다”고 말했다. 옥주현 배우는 “황후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으로서 여자로서의 엘리자벳의 고독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복잡한 무대가 많은데 연습을 연습초반부터 무대를 밟아볼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배우들도 무대도 멋지다. 이번 공연은 생애 놓치지 말아야 할 뮤지컬이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죽음, “마지막 춤, 나와 함께 춰야 해!”

자유롭고 활달했던 엘리자벳의 어린 시절, 죽음은 나무에 올랐다 떨어진 그녀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 이후부터 평생 동안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유혹한다. 엘리자벳이 원하는 자유는 오직 자신만이 줄 수 있다며 그녀에게 끊임없이 접근한다.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은 죽음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무엇보다도 이 뮤지컬을 유명하게 만든 인물이 죽음이다. 작품 안에서 죽음은 실재 인물인 캐릭터로 부활했다. 엘리자벳이 늘 죽음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이를 인격화시켜 작품에 표현한 것이다. 무대에서 죽음의 모습이 매우 환상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죽음 역에는 류정한과 송창의, 김준수가 캐스팅됐다. 송창의는 죽음의 매력에 대해 “엘리자벳 작품 자체가 상당히 와 닿았지만 그 안에서도 죽음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었다. 죽음은 사실 인물도 신도 유령도 아니다. 한 시대와 역사에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모습을 형상한 죽음이 섹시하기도 했다가 절절하기도 하고 폭발적이기도 한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존 인물 엘리자벳 황후는 어떤 사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요제프 1세의 황후로서 본명은 엘리자벳 아말리에 유제니(Elisabeth Amelie Eugenie)다. 바이에른 공작 막시밀리언과 바이에른 공주 루도비카의 차녀로 1837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씨씨(Sisi)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당시에 뛰어난 미인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자신의 언니와 황제가 맞선을 보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황제의 눈에 띄어 황후가 되었으며 그때 그녀의 나이는 16살이었다.

왕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으나 그녀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황실의 보수적인 생활과 양육권까지 빼앗아 간 시어머니와 갈등, 첫 번째 딸의 죽음 등으로 그녀는 점점 궁에서 멀어진다. 아들 루돌프의 자살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을 떠돌며 생활했다. 1898년 스위스에서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자 루이지 루케니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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