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 24일 불교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조계사 경내에서 캐럴이 울려 퍼졌다. 조계사 역사박물관 지하 1층 공연장에서 열린 ‘불교 어린이합창페스티벌’의 무대였다. 조계사의 공연장에서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는 노래가 울려 퍼진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2012년 새해를 맞아 지난 연말 조계사에서 울려 퍼진 캐럴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2012년, 조화와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당시 합창단의 지휘를 맡았던 박정향 교수를 만났다.

-불교음악에 입문한 지 10년, 조계사 경내에서 캐럴을 지휘하다

박정향 교수는 불교음악을 시작한 지 10년째다. 불교신자인 시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절을 다니게 됐다. 그러던 중 스님이 합창단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말 한마디가 본격적인 불교음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박정현 교수는 “우리나라 불교문화가 아직 교회와 달라서 음악이 보편화되거나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많이 발전했다.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듯이 절마다 찬불가를 부르고, 성가대처럼 합창단이 있는 절들이 많아졌다. 불교음악이 서서히 표면에 드러나고 음악회도 많이 한다. 불교음악을 작곡하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불교음악도 소리를 내는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야에 펼쳐진 ‘불교어린이합창페스티벌’의 무대의 주인공은 어린이들이었다. 공연의 1부는 ‘부모은중경’이라는 경전으로 국악 칸타타를 선보였다. 2부는 각 사찰 합창단들이 각자의 무대를 꾸몄다. 민요, 창을 솔로로 선보이기도 했다. 놀라운 점은 어린이합창단이 조계사 경내에서 캐럴을 불렀다는 점이다. “예수님의 탄생 기념일에 불교행사에서 캐럴이 흘러나오는 걸 보고 많은 분들이 놀라워했다. 캐럴은 원래 작년에도 준비했었다. 불교에서 복지재단의 큰 행사가 있는데 불교행사에 캐럴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올해는 행사 날짜가 24일이라 그런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울면 안 돼’, ‘창밖을 보라’와 같은 캐럴을 부르게 됐다”

공연 1부에서 부른 ‘부모은중송’은 아이들이 부르기 어려운 곡이다. 박자도 어렵고 소리의 음폭도 넓어서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들이 시도, 아이들이 참 많이 고생했다. 노래하다 쓰러져서 실려 나가기도 했다. 40분이나 되는 곡을 외우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에 노래가 끝날 때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서서 관중석에 인사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었다. 관중석이 따라 울더라. 작곡자분이 지휘자가 왜 관객을 울리느냐고 웃으셨다. 이게 보람이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아이들 일부는 목이 쉬어서 안 올라가고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중들은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더 크게 손뼉 치고 감동을 하셨다”

-불교음악의 대중화,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소통방안은

박정향 교수는 음악은 서양음악이나 동양음악이나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박정향 교수는 10년간 이어온 불교음악에 대해 “동양음악, 우리의 국악에 가깝다. 7음보다 5음 중심이고, 음 자체가 조용하고 슬프다. 한국적인 음악이다. 교회는 찬송가가 매우 보편화돼 있어서 모든 분들이 교회 다니면 찬송가를 알고 있다. 하지만 불교음악은 관심 있는 사람만 안다. 불교가 자신의 기도를 하는 자기수행에서 비롯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불교음악은 음악의 보편성이 떨어지지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교음악의 대중화,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 교차점과 소통의 지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를 묻자 박정향 교수는 웃으며 하나의 경험을 들려줬다. “얼마 전 풍경소리라고 어린이 찬불가를 만드시는 이종만 선생님의 행사에 갔었다. 무대에서 남자 한 분이 반야심경을 랩으로 부르더라. 기발하고 재미있어서 크게 웃었다. 불교계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선무당 사람 잡는’ 용기 있는 시도 필요한 시점

2012년 새해를 맞아 박정향 교수가 생각하는 종교의 상생과 조화는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종교가 내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길상사에 가면 경내에 성모상처럼 생긴 여래상이 있다. 신부님이 만드신 상이다. 종교도 서로 존중하면서 상생을 이뤄가고 있다. 불교음악의 대중화도 진행 중이다. 지금은 가스펠송이 많이 만들어져 중고등학생들이 부를 수 있는 노래들도 많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아이들이 커서 불교음악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불교음악을 작곡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박정향 교수는 자신을 두고 불교음악에 입문한 지 겨우 10년 된 ‘후발주자’라고 칭했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는 불교음악계의 산증인이 아니다. 오히려 깊숙이 관련된 사람이면 이런 시도는 못 했을 것이다. 굴레에 박혀 있지 않는 선무당이기 때문에 현재 여기에 있다. 2012년에는 불교음악계에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선무당이 많이 나와 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박정향 교수는 부산대 예술대학 음악과 성악전공으로 효성여대 대학원 성악과를 수료했다. 이후 숙명여대 대학원 유리드믹스과정과 체코부르나콘소바토라움 최고연주자과정을 수료했다. 불교합창단의 지휘자로서 현대한불교소년소녀합창단과 능인선원중고등부합창단, 호불사합창단을 지휘했다. 현재 불교 성악가선생님들로 구성된 유일한 불교의 오페라단 바라오페라단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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