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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류석훈의 댄스컴퍼니 더 바디, ‘Waiting Room Ⅱ’. ‘그들이 원하는 것들’

 

11월 3일, 4일 2007 우수레파토리 지원선정작 댄스 컴퍼니 The Body의 ‘Waiting Room Ⅱ’과 ‘그들이 원하는 것들.......’이 펼쳐졌다. 뛰어난 테크닉과 넘치는 카리스마,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인 현대 무용가 이윤경의 ‘Waiting RoomⅡ’과 섬세한 표현력과 파워 넘치는 동작과는 달리 끈끈한 인간미로 인하여 고정 팬을 몰고 다니는 현대무용가 류석훈의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만나보자.


■ 이윤경의 Waiting Room Ⅱ, ‘기다림’, 그것을 몹시 그리워하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하나의 큰 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상자를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윤경의 ‘Waiting Room Ⅱ’, 저 네모난 무대가 내 인생의 축소판 같다. 이들의 무대는 무척 차갑고 단절된 느낌이다. 그 위의 무용수는 서로를 경계하고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을 경계한다. 심지어는 뜨겁고도 밝은 태양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그렇게 의식하면서도 함께 있지는 않다.
그들의 동작은 드라마를 안고 있는 듯하다.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함께 준다. 역동적이고 힘이 넘친다라기 보다는 무대 위 몸 언어로 표현된 간결한 줄임말 같다. 무표정하게 리듬을 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지만 그 적당한 템포는 어느 순간 모두 맞아 떨어지는 지점에서 어떤 힘이 강하게 느껴지게 한다.
마지막 부분, 따뜻한 현악기 단선율은 편안하게 비행을 하는 듯 자유롭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온하지 않은 인간들이다. 서로에게 화를 내고 서로 다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윤경의 ‘Waiting Room Ⅱ’이 아주 철학적인 연극 작품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이들의 몸언어가 내면의 깊이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애가 타는 기다림은 저 간명하고 좁은 무대 위에서 더욱 숨이 차다. 잠시도 앉아서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우리의 늘 같은 일상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도 결코 멈춰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대 위 그들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조종당하고 또 그것을 무척 경계한다.
이 작품은 늘 망각하는 우리의 기다림을 다시금 인식시켜주려 한다. 시시각각 엷어져 가는 불완전의 기억들은 우리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지 모른 채 우리의 삶의 일부분으로 존재한다. 사실 우리는 그 기다림 자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류석훈의 ‘그들이 원하는 것들’, 그 덧없는 욕심을 관객과 공유하다

이 작품은 청각적 이미지가 강하다. 헛구역질 소리, 박수소리, 종소리, 간결한 음향효과 등 (음악이 아닌) 이들의 소리들은 객석을 뱅글 돌아 움직임의 일부로 각인된다. 또한 그것은 무용수들의 불규칙적인 동작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방황하는 그들은 서로 교차하고 피아노 선율의 깊고 느린 호흡은 마치 다음 선율을 기다리는 듯 외롭다. 작품의 중반부 파도를 타듯 감미로운 샹송에 몸을 맡기는 그들은 평화로운 웃음을 보인다. 이 음악과 무용수들은 서로를 위로 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들의 움직임은 이어달리기 혹은, 돌림노래를 하는 듯하다. 그래서 서로가 만나지 못한다.
앞서 말한 샹송을 제외하고 이들이 사용한 음악은 극히 제한되었다. 쇼팽의 왈츠 같은 간결한 피아노의 마이너 선율이나 강약만 조절된 같은 음의 반복 등으로 더욱 깊어진 몸동작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용작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관객과의 인터랙티브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대가 객석과 한층 더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울음을 터뜨리는 한 여자와 남자는 각각 관객의 미소를 산다. 어딘가 친근한 이들의 그 울음 섞인 외침이 무척 서럽다. 이 무용수들은 객석으로 과감히 내려오기도 한다. 깜짝 놀란 관객에게는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으리라.
이 작품은 후반부로 갈수록 남자와 여자의 경계를 나눈다. 남자들끼리 서로 바지를 벗기려 서로 뒹굴고 싸우는 행위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여자들은 그것을 한심한 듯 쳐다본다. 대사 없이도 순간순간 웃음을 터뜨린다.

이 작품은 정신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을 과감히 나누어 인간의 욕심을 재조명 하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 그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 세상 전부가 아니었을까? 온갖 것을 다 주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소유욕은 끝이 없다. 그렇기에 인간의 발목에 차여진 족쇄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자유롭다’고 느껴질 뿐이다. 인간의 죽음 이후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가지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것을 관객과 공유한다.


공정임 kong24@h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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