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날카로운 눈매로 정면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다. 무언가가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허리위에 올린 손에는 ‘단호함’과 ‘못마땅함’이 묻어나온다. 특히, 앙다물어진 입과 살짝 좁혀진 미간이 그 모습을 더욱 강해 보이게 만든다. 가운데 서 있는 여성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익숙한 얼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포스터 속의 주인공은 TV 브라운관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던 개그우먼이자 연기자로 활동 중인 김현숙이기 때문이다.

포스터 상단에는 ‘오피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라는 타이틀이 걸려있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를 원작으로 한다. TV시리즈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오피스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아래 직장 생활의 고단함이 담긴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실력파 제작진들이 함께했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의 연출에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과 ‘그 자식 사랑했네’ 등에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선보인 이재준이 참여했다. 극본에는 김현정 작가와 故 안현정 작가가 함께했으며 작곡에는 김경육 작곡가가 참여해 특색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

‘영애’ 역을 맡은 김현숙의 뒤로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세련된 된 외모를 자랑하는 여사원부터 두 손을 비비고 있는 아부하는 남성, 상냥해 보이는 얼굴의 남성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이번 공연에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 등장했던 ‘원준’, ‘지원’ 등 기존의 캐릭터에 새로운 캐릭터가 더해져 한층 높은 재미를 선보인다.

김현숙을 비롯해 인물들의 옷은 하나같이 격식을 갖춘 옷매무새다. 이들의 표정은 이들이 작품 속에서 어떤 캐릭터로 등장할 것인지 예감하게 한다. 두 손을 비비며 아부하고 있는 남자와 밝게 웃고 있는 ‘영애’ 옆의 두 남자는 박성광과 임기홍이 맡은 ‘박과장’ 역이다. 두 박과장의 뒤로는 꽃미남 사원 ‘원준’을 맡은 최원준과 내숭 9단의 신입사원 ‘태희’ 역의 김유영이 있다. 그들의 뒤로는 왼쪽부터 ‘영애’의 더블 캐스팅으로 활약 중인 ‘박지아’와 매너 제로의 사장 역의 ‘서성종’, 영애의 절친한 친구 ‘지원’ 역에는 ‘백주희’의 모습이 보인다. 작품은 이들 간에 펼쳐지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담는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이재준은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가져다 쓰거나 요약한 것은 아니다. 원작이 워낙 긴 분량의 드라마이고 ‘페이크 리얼 다큐’라는 형식 때문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뮤지컬에서 이를 요약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에피소드를 추리기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야기 중 사회인, 직장인으로서의 이야기, 그리고 회사와 주변인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원작이 다루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만 따온 것이고, 에피소드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다”고 말했다.

깔끔한 인물 배치로 꾸며진 포스터에는 유독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매일 저녁 퇴사? 매일 아침 출근!’이라는 문구는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가 보여주고자 하는 직장인의 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단한 생활로 매일 퇴근 시간에 퇴사를 꿈꾸면서도 다음 날이면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고단한 직장 라이프 이야기를 재치 가득한 웃음과 공감으로 담아낸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1월 15일까지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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