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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힙합의 진화 - SIDance

 

거리의 춤street dance이었던 힙합은 이제 공연문화의 형태를 갖추고 극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작년 세계무용축제(이하 시댄스) 폐막공연이었던 프랑스 케피그 무용단의 ‘버려진 땅’은 서커스와 아크로바틱, 힙합을 절묘하게 접목시켜 현대무용의 새로운 공간을 열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비보이B-boy 강국인 우리나라 역시 그러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자체만으로는 퍼포먼스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현대무용을 포함한 타 장르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올해 시댄스 ‘힙합의 진화’에서는 김설진, 이광석, 이인수 등 힙합 댄서 출신의 안무가 들이 ‘현대무용과 힙합의 접목’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 무대에 올랐다. 공연예술로 형상화시킨 이번 무대를 통해 한국 힙합문화와 순수무용과의 현재를 읽고 나가야할 방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설진의 ‘Mutation’는 움직임을 분리ㆍ해체해 몸이 가지는 다양한 질감을 발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돌연변이(Mutation) 라는 뜻의 제목처럼 클래식 발레 ‘빈사의 백조‘를 모티브로 하여 죽음에 이르는 백조의 모습을 새롭게 해석하였다. ‘빈사의 백조‘는 첼로선율에 맞춰 손끝의 떨림과 날개 짓 치는 팔의 곡선, 떨어뜨린 목선,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지만 이번 작품은 아름다운 백조에서 귀엽고 유쾌한 오리이야기로 안무가의 독특한 감성을 잘 살려 재치와 위트로 무장한 유쾌한 공연이다. 특히 캐릭터의 희화화를 통한 에피소드, 음악적 효과, 움직임이라는 대중화와 유희성을 갖춘 거리 춤의 장점을 잘 소화해내 관객에게 크게 호응을 얻었다.

가장 극적인 형태를 띤 이광수의 ‘죽음, 행복한 여자’는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루마니아의 포크송이 흐르면 소녀를 태운 두 명의 광대가 천천히 걸어 등장한다. 현대무용과 힙합이라는 대결구도로 죽음을 앞둔 소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두 광대의 이야기는 탄탄한 발레테크닉을 통한 안정감 있는 소녀의 솔로와 유하게 움직이는 현대무용, 힙합의 locking스타일이 어우러져 한편의 댄스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드라마의 구축, 마임과 표정연기, 소품 등을 이용한 극적장면의 연출과 캐릭터의 명확성 등이 인상 깊었지만 더욱 긴밀하게 이루어져야할 장면간의 적절한 타이밍과 힙합의 접목이라는 부분에서 움직임부분이 현대무용과 적극적으로 융합되지 않아 단순히 보여주기 정도로 그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인수 ‘Help’는 움직임 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힙합을 수용한 작품이다. ‘현대사회의 독불장군이 손을 먼저 내민다면’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8명의 남성 무용수를 통한 최대치의 에너지를 무대 위로 쏟아내는 공연이었다. 벽 너머 군상들과 외롭고 나약한 자아와의 끊임없는 충돌과 혼란을 힙합과 현대무용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가 충분한 공감할 수 있도록 동작에 대한 연구과 이해력이 탁월하게 표현되었다. 블랙라이트를 이용한 손의 끊임없는 움직임은 식상할 법한 이전의 공연사례를 단번에 잊게 해주었고 서로를 던지고 밀쳐내고 다시 받아주는 동작들로 이루어진 군무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며 기존힙합동작의 한계를 벗어났다. 극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탄탄한 구성력과 탁월한 테크닉의 무용수들이 20분이라는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뛰고 구르고 집중하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긴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는 현대무용과의 접목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하고 팽창하고 있는 힙합 공연의 조직적인 무대화,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힙합이라는 하나의 장르는 단순하지만 폭발적인 에너지와 자유롭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안무적인 측면에선 힙합이 가진 고도의 기교를, 내적인 면에선 감성의 흐름이 요구되는 연극적인 면을 접목시키고 빈틈없는 구성력, 테크닉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 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우리나라의 힙합을 차세대 안무가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한 차원 높은 힙합공연으로 승화시킬 수 있길 고대해 본다.



김제이 r-jnu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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