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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performance] 덴마크&일본&한국의 여성 소품 4인전, 나를 넘어 홀로 무대에 오르다

 

2006년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시댄스SIDANCE)의 <천상무희- 아시아 3인의 솔로 춤>에 이어 올해는 좀 더 영역을 넓혀 일본, 덴마크, 한국의 여성 안무가들의 자작 솔로작품이 한 무대(10월 15일 호암아트홀)에 올랐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밤, 여성 안무가들의 설득력 있는 움직임을 통해 그들의 작품 세계에 심취해본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뛰어든 장난기 있는 몸짓의 쿠로다 이쿠요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이지만 그 에너지만큼은 40분이라는 긴 시간을 꽉 채울 만큼 폭발적이다. 막이 오르면  긴 머리를 늘어뜨린 쿠로다 이쿠요가 무대에 누워 있다 천천히 몸을 풀며 공연이 시작된다. 무대중앙에 자리를 잡고 현장연주를 한 기타리스트 마츠모토 지로Jiro MATSUMOTO는 마치 기타 줄을 뜯는다는 표현이 적당 할 만큼 격렬한 연주를 하고 쿠로다 이쿠요 역시 기타와 한 몸이 된 듯 구르고 도약하며 쉴 새 없이 움직임을 만들어갔다. 이번 작품 <모니카 모니카>는 안무가의 말처럼 “사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격렬해서 춤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강렬한” 작품이다. 대신 강렬한 이미지가 공연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파워가 넘치고 강렬한 움직임의 단순구도가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아쉬움으로 남았다. 탄탄한 발레 테크닉과 부토, 현대무용을 거쳐 구축된 독특한 움직임을 지닌 쿠로다 이쿠요는 유연한 손끝과 발끝에서 오는 부드러움을 파워풀한 에너지로 풀어냈고, 관객을 향해 자연스런 공연분위기를 유도하는 그녀의 이런 직설적인 표현방식은 보다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여 흡입력 있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뒤를 이은 임성옥의 공연은 절제된 감정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 공연이었다. ‘길 떠난다’는 구슬픈 가락은 생의 마지막 이별 곡이다. 어두운 무대에 서러운 감정들이 회오리처럼 감겨있고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를 위한 검은 의식이 휘영청 밝은 달 아래 펼쳐진다.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우리의 생을 암시하듯 조명에 의해 푸른빛을 띤 흙이 무대 위 큰 반원을 그리며 뿌려져 있다. <검은 의식-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제목처럼 ‘죽음’이라는 격앙된 상황 속에서도 넘치거나 과하지 않는 동작으로 이것 또한 삶의 일부분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안무가의 깊이 있는 정서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흰 한삼이 허공을 베어내며 낮게 일렁이는 감정을 추스르고, 전통무용에 기반을 둔 다부진 움직임이 타악기 그리고 피아노 연주와 자연스럽게 조화되어 절제된 감성을 인상적으로 드러내었다.

 정제된 조명과 야생의 소리를 들려주는 듯 전자음악이 흐르면 키튼 존스만의 독특하고 기이한 근육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몸의 진화>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생명체, 인간 태초의 생명력을 모티브로 하여 하나의 덩어리에서 시작된 인간의 몸이 분절이 가능해지고 직립이 될 수 있을 때까지의 과정을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안무가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하였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원시적이면서도 경이로운 동작으로 표현하고, 이런 몸의 해체와 해부를 통해 이루어진 섬세한 동작이 극적요소를 더했다. 또한 무대에 떨어진 낯선 동물적 존재와 현존하는 우리의 세계를 낯설어하는 무대 위 생명체간의 긴장감을 통해 ‘몸의 진화‘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사고를 관객에게 보여준 공연이었다.  

 공장의 기계음과 같은 무겁고 삭막한 현대문명의 소리와 함께 붉은 천을 천천히 끌고 나오며 전미숙의 <아듀, 마이러브>가 시작된다. 무대 전체는 붉은 천으로 뒤덮이고 그 위에는 직사각형의 큰상이 서있다. 상을 힘겹게 바닥으로 옮겨 제사상을 차리지만 음식 모형들은다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영상이 무대를 채우고 흘러간 가요인 ‘댄서의 순정’이 나오면 다시 제사상을 마련하고 작별을 고한다. 안무가는 바닥에 깔린 붉은 천을 자기 안으로 끌어당겨 결국 상은 무대에 반쯤 걸쳐진 채 무너지며 막을 내린다. 무대를 압도하는 소품들과 ‘춤추는 댄서의 순정’ 에 빗댄 메시지와의 관계는 매우 직설적이지만 그 속에서 명료한 답을 산출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 여성이 처한 실존적 존재를 다루고자한 안무가의 의도는 다소 산발적인 움직임과 마임, 극적구성을 통해 전미숙 특유의 풍자적인 해석이 더해져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무대에 혼자 오르는 것은 자신을 뛰어 넘어서는 작업이다. 스스로의 안무세계에 대한 충분한 고찰과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기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성 안무가 4인의 공연은 관객에게 명료한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들의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 준 작품들이었다. 다음 2008년 시댄스에서도 더 많은 국가의 더 많은 여성 솔로 춤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제이 r-jnu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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