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인 현대무용가 전인정이 유쾌한 작품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설립한 독일의 블루엘리펀트 무용단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용수들은 무대에 나와 서성거리기도 하고 관객석을 응시하기도 했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대신 한 무용수가 관객석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공연은 시작됐다. 관객석에서는 갑작스러운 놀람과 함께 가벼운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전인정은 많은 소품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그녀는 동화 속 캐릭터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공룡캐릭터 옷을 덮고 나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우스꽝스럽게 벽에 부딪히는 것을 반복하기도 하고, 동화 속 요정들이 들고 다니는 마술봉이 등장하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이어폰을 꽂고 나와 막춤을 추기도 했다.
음악에 있어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하여 자주 분위기 전환을 꾀하였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음악은 그리 오랜 시간 사용되어지지는 않았다. 무용수가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전인정은 마술봉을 마이크폰으로 삼아 'Feeling'을 부르기도 했다). 간혹 무음악으로 인해 관객석에 지루함이 전달되어질 때 즈음이면 그들의 익살스럽고 유쾌한 움직임과 독특한 발상의 소품들이 잊지 않고 관객석에 유머를 전달했다. 그 유머는 끊임없이 발랄하게 진행되지만 그것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단순한 유머에서 그치지 않는 블랙 유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용수들은 대중매체에서만 보이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렇듯 미디어에 가려져 행복한 사회로만 포장된 사회의 독성적인 본질을 찾아내고 비꼬고 있는 것이었다.
작품의 후반부에는 다소 선정적인 장면들과 올 누드의 파격적인 장면도 있었으나 이 또한 해학적으로 서슴없이 표현함으로써 관객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작품 속에 내재된 그 의도를 발견하고 돌아갔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이 그리고 전인정이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또 인정을 받았는지 확연히 드러나는 독특하고 재치 있는 작품이었다. 전인정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객원기자 박지영/ judy84102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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