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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부츠 현대무용단 '태양이 닿는 곳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감동이었다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연이 끝난 한참 뒤에도 관객의 시선은 무대 위에 고정되어 떠날 줄을 몰랐다. 공연장내는 이미 무용수와 관객이 주고받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매년 숱하게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들 중에 관객의 감성을 뒤흔들고 매료시킬 만한 작품이 탄생하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토록 우리가 목말라했던 황홀한 작품이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무용단에 의해 지난 9월 8일 성남 국제 무용제에 올라왔었다.
키부츠 현대무용단의 <태양이 닿는 곳에>는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의 일부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조금은 음산하고 오싹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의 아버지는 죽었고 소년이외의 모든 이들은 죽고 없다. 홀로 남겨진 소년은 친절하게 느껴진 달에게로 간다. 달에게 도착해보니 그것은 달이 아니라 썩은 나무였다. 소년은 다시 해에게로 간다. 해에게 도착해보니 그것은 해가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해바라기였다... 소년은 지구에 홀로 남겨졌다. 지구는 이미 지구가 아니라 거꾸로 엎어놓은 항아리였다...’
안무가 라미 비에르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홀로 남겨진 고독한 자아의 내면을 강렬하게 표출시켰다.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한 움직임(15명쯤 되는 무용수들의 기량은 개개인 모두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뛰어나다)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함께 빛을 발했다. 클래식과 탱고 그리고 록까지 수용함으로써 매 장면마다 미학적으로 극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구체적이면서 신비로운 이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라미 비에르는 한국의 전통적인 나무 ‘돗자리’와 유사한 소품을 이용했다. 그 소품으로 열기 닫기를 반복하며 기둥, 보자기, 등짐 등으로 변화무쌍하게 변화를 이루어 내면서 무대 소품 혹은 세트로 활용 했다. 심지어 그 ‘돗자리’는 무용수의 의상(치마)이 되기도 했다. 이 동양적 아이템은 서양의 움직임과 적절하게 융합되어 신비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데 기여했다.
기발하고 섬세한 조명의 활용은 작품의 표현력을 시각적으로도 극대화 시켰다. 붉은 태양 빛 한줄기가 무대에 쏟아 내려져 오는듯한 뜨거운 에너지와 인간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망들을 표출하였다.
심장이 터질 듯한 두근거림, 폭발적인 에너지와 몸 구석구석까지 느껴지는 전율은 영원히  만나지 못할 감동이지 않나 하는 두려움마저 들게 했다.
압도적인 군무와 지독하리만큼 치밀한 안무와 음악선곡 그리고 조명까지, 단 2회의 공연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제 2회 성남 국제 무용제를 통한 키부츠 현대무용단의 <태양이 닿는 곳에> 초대는 목마른 사막에서 그토록 우리가 갈구하던 오아시스의 만남만큼이나 값진 것이었다.
인간 근원의 내면에서 고독의 상징으로 휘감은 붉은 새가 태양을 꾸역꾸역 토해 낸 그 뜨거운 상징은 현대 무용가 교수님들의 기립 박수소리처럼 관객들의 귀 속을 뜨겁게 달구었다.
진흙 붉은 고독에 태양이 닿고, 인간의 내면을 표출 하는 몸짓, 소품의 상징과 기호학적으로 극대화된 무대 미학, 무대 테크닉과 동작 테크닉의 완벽한 조화, 시각의 미학과 내면의 아름다운 조화, 하나와 전체성의 기묘한 결합 등 <태양이 닿는 곳에>는 모든 찬사를 다 붙여 놓아도 모자란 공연이었다.


편집부/박지영 judy84102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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