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서울아트마켓’이 10월 10일부터 10월 14일까지 ‘국립극장, 국립극단’ 등에서 열린다. ‘서울아트마켓’은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으로 시작한 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관으로 매년 10월 펼쳐진다. 이 행사는 공연 유통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의 개발, 발전,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장으로서의 역할도 해나가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호주, 핀란드,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대만, 스페인 등 150여 명의 해외 인사와 국내 1,300여 명의 공연예술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아시아-아시아’, ‘아시아-다른 지역’ 간의 소통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우연 국제사업부장에게 ‘서울아트마켓’에 대해 물었다.

- '서울아트마켓‘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PAMS)은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 공연예술유통 플랫폼입니다. 세계 각국에는 공연예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작품과 정보가 유통되는 아트마켓 형식의 행사가 권역별, 장르별로 존재합니다. 캐나다의 ‘시나르(CINARS)’, 일본의 요코하마공연예술미팅‘(구 TPAM)’, 싱가포르의 ‘컨버스아시안스(Conversasians)’, 호주의 ‘호주공연예술마켓(APAM)’, ‘월드뮤직엑스포(WOMEX)’, 독일 뒤셀도르프의 무용마켓인 ‘탄츠 메세(Internationale Tanzmesse NRW)’ 등이 그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으로 2005년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매년 10월 총 1,500여 명의 국내 및 해외 공연예술 전문가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국립극단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 ‘서울아트마켓’은 규모도 크지만 깊이 있는 행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트마켓’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 ‘서울아트마켓’이 시작된 계기와 기획 의도를 말씀해 주신다면?

‘국제공연예술마켓’의 태동은 이러한 공연예술의 특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공연 예술은 현장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최종관객을 만나게 되는 순간까지 매우 수공업적이고 아날로그적입니다. 필름이나 비디오, 출판 간행물이나 그림이라면 현대사회의 다양한 기술과 유통채널이 그 기능을 대신해 줄 텐데요. 공연예술은 제작과정도 아티스트와 제작진의 긴밀하고 지속적인 만남이 요구됩니다. 유통 과정도 공연장의 프로그래머나 기획자들이 작품을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유통 자체가 불가능한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국제적’이라고 한다면 아날로그적인 공연예술은 난처한 ‘고립 상황’이 되는 거지요.

‘서울아트마켓’은 작품과 관객 사이에 중간 매개자가 되고 있는 전문가들(공연장 및 축제 프로그래머, 기획자, 프로모터, 제작자)이 모여 단기간동안 다양한 작품을 체험하게 합니다. 쇼케이스나 부스전시를 통해 체험하고 전문가들 간의 대화를 촉진해 국제적인 유통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이지요.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공연예술정책이 주로 ‘창작지원’과 ‘공연장 건립’과 같은 ‘인프라 지원’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공연예술 작품 유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국제시장 진출에의 요구가 확대되면서 정책적 방향이 ‘유통지원’까지 확장됐습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플랫폼으로서 ‘서울아트마켓’이 시작된 것입니다.

- 이번 행사에서는 ‘아시아 공연예술의 가치 재발견’이라는 것이 중요한 테마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아시아’에 대한 최근의 관심 급증은 비단 공연예술분야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구 주도의 근대 역사의 한계가 노출되고 다음 미래의 가능성은 아시아에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또한, 서구를 닮고자 혹은 서구를 추격하고자 노력해 온 아시아의 공연예술인들도 아시아와 자신에 대한 가치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의 공연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아시아의 왜곡된 근대 이행 과정’, ‘예술가들의 디아스포라 현상’, ‘열강과 전쟁으로 입은 트라우마’, 그럼에도 건재한 ‘전통적 다양성’ 등 아시아의 복잡다단한 특성과 이슈들이 다음 미래의 좌표를 찾아 줄 훌륭한 예술적 질료가 될 것이라는 토론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과거에는 아시아 공연예술을 주변으로만 취급하던 ‘에든버러 인터네셔널 페스티벌’, ‘이탈리아 나폴리 페스티벌’ 등 주요 국제축제들도 다투어 아시아 특집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예술가들과의 공동제작과 같은 협업 요청도 부쩍 증대하고 있고요. 이것은 경제위기와 함께 찾아 온 ‘서구의 예술적 에너지의 부족’을 아시아에서 충전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서울아트마켓’에서 아시아를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시기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 이번 행사를 이끌어가는 부제인 ‘아시아와 통하다’, ‘사람과 통하다’, ‘지금과 통하다’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아시아’ 공연예술의 ‘현재’를 생생하게 공연 현장을 움직이는 동시대의 ‘공연예술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며 공동의 협업을 추진하자는 의미입니다.

- ‘서울아트마켓’의 ‘창조적인 협업 : 창작에서 유통까지’라는 주제가 인상적입니다. ‘서울아트마켓’이 지금 이 주제에 어느 정도 가깝게 다가왔다고 생각하시는지?

공연예술작품이 인간이라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출생(창작)-성장(발전, 유통)-소멸’이라는 생애 주기를 갖게 됩니다. 창작환경조성에만 집중한다면 출생신고만을 마친 뒤 사회화하지 못하고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사라지는 공연물이 많아질 것입니다. 공연예술 작품의 성장과 사회화 과정(유통)을 돕자는 것이 기존 아트마켓의 공통적인 미션이었습니다. 즉,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사고파는’ 기능을 주요 기능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최근 공연예술 작품의 제작환경이 변했습니다. ‘창작과정’과 ‘유통과정’이 완벽히 분리되었던 과거의 방식과는 다르게 ‘공동 커미셔너’처럼 창작의 순간부터 유통과정에 대한 공동의 설계와 약속이 이뤄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작품의 완성’이 목적보다는 예술창작의 ‘과정’이 더욱 중요한 작품도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서울아트마켓’도 2009년부터 ‘창조적인 협업 : 창작에서 유통까지’라는 슬로건을 걸어 마켓의 미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이미 만들어진 작품’의 유통뿐 만이 아니라,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의 아이디어와 작품의 콘셉트를 형성하는 순간부터 ‘서울아트마켓’이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국제 공동제작 파트너 찾기 : Looking for International Partners’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국제 공동제작을 희망하는 프로듀서, 예술가, 제작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이에 관심 있는 국제파트너를 찾아 나서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합니다. 이 프리젠테이션에 관심 있는 제작진들과의 매칭이 마켓으로 이루어지고 실제 제작이 추진되는 형태입니다. 2010년도에 발표한 프로젝트 중 2개 프로젝트가 올해 제작에 착수하고 있고, 저희는 이에 대한 후속지원을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창작 공간 제공’이라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국제적인 소통의 장으로서 '서울아트마켓‘이 갖는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제화’, ‘세계화’라는 단어가 상당한 조급증과 강박증을 낳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국제교류에 대한 필요성이나 목적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진출이 필수항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국제교류는 비용과 시간과 전문성이 상당히 요구되는 일들입니다. 해외에 무조건 진출한다고 해서 세계 공연예술 시장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번의 해외공연 경험으로 단체와 작품이 국제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계 공연예술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이나 세계 공연예술인들과의 기본적인 신뢰와 관계 형성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트마켓’에 참가한다는 것은 낯 설은 국제총회와 해외 마켓에 참여하기 전에 해외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홈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지요.

(②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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