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이강호는 “스스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싶어요. 음악을 통해 나누는 삶을 살고, 음악의 좋은 점을 알릴 수 있는 음악가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자신의 음악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10월 19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자신의 이름을 건 독주회를 준비 중이다.

그는 ‘첼리스트 이강호 리사이틀 Sonate d’automne(가을 연가)’에 대해 “이번 공연은 가을에 맞을 만한 곡들을 선정해서 하게 됐습니다. ‘알렉산더 글라쥬노프’가 작곡한 러시아의 로맨틱한 곡으로 시작해요. ‘베토벤’ 곡도 선보이고요. 소나타 중에서도 느리고 서정적 곡을 들려 드릴 것 같습니다. ‘에드바르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는 로맨티시즘의 절정에 이르는 곡이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연주되지 않는 프로그램이에요. 리사이틀 공연은 가을에 맞는 곡들로 무대를 채울 예정입니다”고 말했다.

이강호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이 ‘첼로 레퍼토리의 다양성’에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주가로서 첼로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소화해 내고 싶어요. ‘베토벤’ 같은 클래식한 곡을 연주할 때는 스타일에 대한 이해, 해석 등 학구적인 면모도 보여 드리고 싶고요. 리사이틀에서는 ‘잘베르’라는 현대 작곡가의 음악을 들려 드릴 겁니다. 현대곡이다 보니 난해한 점이 있긴 하지만 악기의 한계에 도전하는 면모를 볼 수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연주가로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현재 예술인의 메카라 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강호는 현재 멋진 연주 실력을 자랑하지만 어릴 적에는 연습을 싫어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연습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린 나이라 나가서 놀고 싶었나 봐요. 방에 숨어서 볼륨을 줄여놓고 야구를 봤던 기억도 있어요”

이강호는 이어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말을 이었다. “첼로는 중학교 때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전공을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누나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하셔서 어머님께서 저는 ‘첼로를 하면 좋겠다’ 하던 차에 아랫집에 첼로를 하는 분이 이사를 왔어요. 학구열에 불타신 어머님이 아래층에서 같이 배우게 하셨죠. 어머니와 이웃사촌과의 인연으로 ‘첼로’를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연습을 싫어했다던 첼리스트 이강호가 음악에 깊이 매료됐던 시기는 언제일까. “미국에 있을 때였어요. 제가 ‘첼로’를 다루다보니 듣는 음악의 70%가 첼로 음악이었어요. 그런데 그쪽 친구들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더라고요. 그 시절에 미국 친구들이 다양한 음악을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안식과 기쁨을 찾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 과정이 제가 음악 자체를 더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는 ‘첼로’라는 악기의 매력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이강호는 “흔히 ‘첼로’의 소리가 사람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요. ‘첼로’의 음역은 사람의 음역과 같아서 익숙하게 느껴져요. ‘첼로’의 톤 자체가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는 소리이기도 하고요. 실내악에서 ‘첼로’는 멜로디보다 화성 쪽을 많이 맡아요. 곡에서 구조와 흐름을 조정하는 역이죠. 그런 역할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거잖아요. 이러한 조정자 같은 느낌이 ‘첼로’의 매력입니다”고 말했다.

이강호는 이번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이민영과 함께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이민영은 그의 아내이기도 하다. “아내는 제게 너무나 가까운 사람이에요. 가장 솔직한 비판과 무한한 격려를 해주는 파트너고요. 부부니까 서로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남달라요. 연주를 같이 많이 하다 보니 레퍼토리적인 면에서도 같이 공부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리허설 할 때는 부딪히는 부분도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희가 같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확실히 앙상블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하곤 해요”

이강호는 ‘첼로’ 외에도 다방면에 재주가 많다. 이강호는 경제학을 전공한 음악가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는 음악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한 것에 대해 “미국에서 다니던 학교가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과목도 잘 가르쳐 줬습니다. 대학에 진학할 때 잘하면 둘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문계를 선택하게 됐죠. 하지만 계속 악기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만큼 연습을 할 수는 없더라고요”

경제학을 전공한 이력이 그의 음악 세계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는 사고력,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술, 라이팅, 프레젠테이션하는 방법 등의 능력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음악을 할 때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에 대해서 창의적인 생각을 꺼내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음악에 무작정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작곡가의 생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시대스타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분석해요. ‘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소화해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발전시키는 면은 ‘인문’이라는 배경에서 나온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음악에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가는 누구일까. “저는 ‘베토벤’과 ‘브람스’를 좋아해요. 보통 천재음악가 하면 ‘모차르트’를 이야기하잖아요. ‘모차르트’는 음악이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만들어진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베토벤’과 ‘브람스’는 음악을 쓰면서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이런 것을 통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브람스’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클래식한 틀을 깨지 않으면서 화성이나, 기법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죠. 음악을 새롭기 위해서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 추구하는 것이죠. 그런 부분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강호는 좋아하는 음악가에 덧붙여 존경하는 음악가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음악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제가 존경하는 분들은 매너리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발전시키는 선배음악가들이에요. 현재 활동 중인 ‘리처드 굿’의 연주회를 가면 늘 새로운 면을 보게 됩니다. 연주회를 보면 ‘저 음악가가 성장하고 있고, 음악이 진화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절제되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분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해외에서 지내다 한국에 들어온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강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계속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서 정말 훌륭한 교수님들과 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 한예종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주가를 배출해 내고 싶어요. 또한, 음악을 통해서 제가 가르치는 제자의 삶과,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연주자이자 음악가로 남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 대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강호는 “오랜만에 하는 독주회입니다. 한예종 교수로 임용되고 첫 연주기도 하고요. 많은 분이 와주셔서 가을에 맞는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셨으면 합니다”고 끝인사를 전했다.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10월 호에 실린 글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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