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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바리촘촘디딤새2007 류장현, 진짜 ‘공연’에 스스럼없이 빠져들다

 

 

지난 28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류장현의 ‘바리바리촘촘디딤새’는 ‘병신춤’으로 잘 알려진 공옥진 선생의 춤 세계와 그 정신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먼저, 1부는 ‘리틀 공옥진’ 이미숙씨의 1인 창무극 시연이, 2부에서는 창작 작품 ‘보둠어가세’가 올려졌다. 객석은 계단식의 의자대신 멍석이 깔려 있었다. 우리 옛 예인들이 천막을 쳐놓고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공연을 하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는 류장현의 말처럼 그야말로 진짜 ‘공연’이 그곳에서 펼쳐졌다.
‘1인 창무극’은 공옥진 선생께서 1978년 홍대앞의 ‘공간사랑’에서 첫선을 보인 다원예술로써 전통을 기반으로 한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극)를 단 한명이 이끌어가는 공연형태이다. 공옥진하면 ‘병신춤’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녀가 이루어 놓은 예술적 업적을 본다면 단지 그것만으로 그녀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여기 이 젊은 무용수들에 의해 그녀의 예술적 삶이 재조명 되었다.

1부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흥부전이 관객을 휘어잡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아는 ‘흥부전’의 스토리가 무척 새롭게 느껴졌다. 그녀(시연자 이미숙)는 리얼한 연기와 애드립으로 흥부전의 해설자가 되기도 하고 흥부가 되기도 하며 또한 흥부의 여러 아이들이 되기도 했다.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얼씨구’하고 추임새를 붙이고 그녀와 눈을 마주치면서 이 새로운 ‘흥부전’에 매료되었다. 아무런 비주얼 없이도 ‘화려함’이 가득하며 또한 관객들이 눈과 귀를 뗄 수 없도록 어떤 기분 좋은 장쾌함을 던져주는 무대였다. 그녀는 혼자였지만 공허한 무대를 꽉 채우기에 충분했다.

2부는 류장현의 작품 ‘보둠어가세’가 펼쳐졌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공옥진 선생의 예인으로써의 삶을 그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여기에 관객과 함께하는 젊은 감각의 해학적 웃음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되었다. 특히 신나는 팝음악에 맞춰 보여준 ‘동물춤’은 매우 해학적이며 익살스러웠다. 그들의 동물 춤사위에 더욱 큰 의미가 주어지는 이유는 그 동물의 모습이 바로 인간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먹이를 쫓아 본능적 욕심을 부리고 권력을 남용하는 바로 인간의 모습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젊은 춤꾼들이 공옥진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이유이다.  
그들은 이렇게 큰 웃음을 주다가도 곧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홀로 쓸쓸히 병석에 누워 있다.”라는 이 말이 자잘한 가루처럼 객석에 뿌려졌다. 그녀를 다시 춤추게 할 무엇을 찾듯 그들은 객석을 헤매고 무대 위 힘겨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힘겨웠던 시절 “소리나 한가락하고 죽을래요”라며 그 예인으로써의 고된 삶을 선택했던 공옥진 선생, 관객들은 그 마음을 읽어 내려가며 그 짧은 시간동안 무대가 그녀의 숨결로 꽉 차 있음을 느꼈다.    

공옥진 선생은 늘 삶의 비루함과 곤혹스러움을 일부러 안고 살아 오셨다. 그 시절 그녀가 홀로 일궈낸 ‘1인창무극’을 지금 어느 누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인으로써, 그리고 여자로써 인간의 ‘추함’을 표현했던 그녀는 지금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보고 웃는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그리려고 했던 인간의 추함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그녀를 보고 웃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을 보고 웃고 있음을 그녀는 가르쳐주려 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류장현의 이번 작품은 매우 의미가 깊다. 그들은 실제로 전남 영광에 있는 공옥진 선생을 찾아갔다고 한다. 혼이 살아 있는 그 곳에서 미약했던 자신을 발견하고는 파랑 같은 공옥진 선생의 삶 자체가 바로 ‘1인 창무극’임을 느꼈다고 했다. 관객 없는 공연은 해본 적이 없다는 그녀는 지금 병석에 계신다. 가장 서민다운 우리 전통예술의 맥이 끊길까 걱정이 된다며 마무리를 지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시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 젊은 춤꾼들의 이번 무대로 공옥진 선생의 정신과 ‘1인창무극’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무대를 다시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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