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인들을 위한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가 즐비한 공연계에 중년 관객을 위한 공연들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 ‘벽 속의 요정’은 배우 김성녀가 30년 연기 인생에 첫 번째로 선보인 뮤지컬 모노드라마다. 지난 2005년 6월 초연 이래 중년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연극 ‘상주국수집’은 깊은 상처로 인해 치매에 걸려서도 지워버릴 수 없는 기억을 안고 사는 어머니의 삶을 그렸다. 경북 상주 지역 방언을 사용해 더욱 한국적인 정서를 생생하게 전달한 예정이다.

긴 세월을 넘나들며 가슴을 울리는 애틋한 사랑의 찬가
- 뮤지컬 ‘벽 속의 요정’

뮤지컬 ‘벽 속의 요정’은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흥미진진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다. 작품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았다.

아버지 없이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살던 어린 딸은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으며 성장한다. 딸이 요정이라고 믿었던 존재는 좌우익 이념의 대립 속에서 반정부인사로 몰려 피신한 아버지였다. 세월이 흘러 딸이 결혼을 하고, 아버지는 마침내 사면대상이 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짧은 행복을 뒤로하고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는 차례로 세상을 떠난다. 어느 날,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된 딸은 벽 속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듣게 된다.

‘벽 속의 요정’은 극 중 총 12곡의 노래가 곁들여진다. 이 작품은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독특한 양식으로 주목받았다. 관객은 작품에서 김성녀의 30년 내공이 쌓인 연기력과 한국적 음색이 돋보이는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한, 객석에서 관객들과 만들어가는 ‘계란팔이 장면’, ‘극중극’인 그림자인형극 ‘열두 달 이야기’도 볼거리다.

배우 김성녀는 작품 해석 능력이 뛰어나 관객에게 인정받는 여배우다. 그동안 ‘최승희’, ‘계이오 모녀 조각구름’, ‘에비타’, ‘피가로의 결혼’ 등 연극과 뮤지컬, 악극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망라해 출연했다.

김성녀의 뮤지컬 드라마 ‘벽 속의 요정’은 PMC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오는 9월 25일까지 만날 수 있다.

단 하루만 기억하는 어머니, 20년 전 탈영한 아들이 집에 오던 날
- 연극 ‘상주국수집’

연극 ‘상주국수집’은 경북 상주의 모녀가 사는 국수집을 배경으로 한다. 길쭉한 면을 뽑고, 말리고, 자르고 포장해서 파는 소규모 국수집이다. 이곳은 이들 모녀의 추억과 사랑과 상처가 혼재하는 곳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모든 기억을 떠나보내고 산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20년 전의 단 하루, 군대에서 탈영한 아들이 집에 오길 기다리던 날이다. 어머니는 이미 자살해 세상에 없는 아들을 기다린다. 딸은 어떻게든 어머니의 기억을 되돌리고, 현재를 돌아보게 하고 싶다.

연극 ‘상주국수집’은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삶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너무 깊은 상처로 인해 지워버릴 수 없는 기억을 안고 사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어머니는 역행한 시간을 현재라 믿고 살아가고, 딸은 현재를 살지만 바래지지 않는 과거를 바라보고 산다.

강량원 연출이 직접 대본을 쓴 ‘상주국수집’은 말의 소리와 몸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미묘한 충돌에 집중한다. 직접적이고 빠르게 쏟아지는 이야기에 익숙한 관객은 ‘상주국수집’을 통해 이야기 표현의 새로운 관점과 느낌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은 작고 세밀한 말과 움직임 속에 큰 감동을 담아낸다.

극단 동은 이번 공연에서 ‘몸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극단 동은 전작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통해 함경북도 방언을 사용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생생한 경북 상주 지역 방언을 사용한다. 인물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성주 방언이 중년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예정이다.

극단 동의 연극 ‘상주국수집’은 오는 9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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