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성기웅은 지난 6월, “현재 주력하는 부분은 문학 텍스트를 낭독 공연으로 올리는 것이다. 연극과 소설의 중간 개념으로 소설 낭독 공연을 한다. ‘단편소설 입체낭독’ 공연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입체낭독극장’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을 무대공연으로 올리는 새로운 시도다. 연극과 소설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까.

-  각 작품의 ‘시놉시스’와 ‘연출 의도’를 소개합니다!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은 김애란의 ‘칼자국’, 김연수의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농담’, 김미월의 ‘서울동굴가이드’를 각각 연출가 추민주, 성기웅, 김한내가 맡아서 작품을 만든다.

김애란 작가의 ‘칼자국’은 추민주가 연출한다. ‘칼자국’ 속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읍내 시장에 칼국수 가게를 연다. ‘나’는 바람만 피우는 아버지와 칼보다 강한 여자가 되어가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다. 작품은 성장한 ‘나’가 결혼 후 임신을 하게 된 후 어머니의 부음을 들으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연출가 추민주의 손을 빌어 맛과 소리와 함께 저장된 기억을 무대 위에 불러올린다. 낭독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칼국수를 직접 끓이며 소리와 냄새를 재현한다. 생생한 소리와 냄새로 관객과 작품 속 인물의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김연수 작가의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은 성기웅이 연출한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지하철에서 1년 전 이혼한 전처를 우연히 만나 북촌 인근을 거닐게 된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만 서로 어긋나기만 한다. 얼마 후, ‘나’는 북촌 지도를 들고 전처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한다. 소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은 1인칭 시점의 작품이다. 무대는 소설을 낭독하는 기본적인 방식에서 출발해 공연적 면모를 더한다.

김미월의 ‘서울동굴가이드’는 김한내가 맡아 연출한다. 작품 속 ‘나’는 서울 고시원 203호에 살며 ‘서울 동굴 탐험관’에서 길을 안내하는 일을 한다. 어느 날, ‘나’는 밤마다 신음을 내는 옆방 여자와 고시원 복도에서 마주친다. 옆방 여자는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나’에게 새로운 소화제를 선물한다. 소화불량이 나아질 무렵, 동굴 탐험관은 폐업 위기를 맞는다. 소설 ‘서울동굴가이드’도 1인칭 시점이다. 무대는 이 작품의 화자인 ‘나’가 ‘홍’과 ‘옆방 여자’라는 또 다른 자아로 분열시킨다. ‘서울동굴가이드’는 소설의 내용이 무대에서 얼마나 흥미롭게 구현될 것인가가 아닌 ‘사물화된 독후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 문학과 공연계의 젊은 파워가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에 참여하는 연출가들은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연출자들이다. 추민주는 뮤지컬 ‘빨래’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은 연출가다. 성기웅은 연극 ‘삼등병’ 등으로 언어와 시대에 대한 관찰과 묘사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한내는 2009년 CJ영페스티벌에서 1위를 차지하고 2011 혜화동1번지 제5기 동인으로 선정된 신예 연출가다.

원작 소설을 쓴 작가들도 연출자 못지않다. ‘칼자국’의 김애란은 2003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다. 25세 때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해 최연소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김연수는 1997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서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미월은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가 당선돼 등단했다. 그는 작품마다 깊은 문제의식과 높은 완성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은 기존 낭독공연의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낭독과 연극이 어우러지고 융합하는 장르다. 소설 속의 문장은 그대로 전달하면서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이번 공연은 소설의 언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을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한다.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 속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는 이번 공연이 소설의 행간에 숨은 재미와 의미를 재발견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소설의 재미와 연극적 재미를 동시에 느낄 기회가 될 것이다.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10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