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어둠이 깔린 바다가 일렁인다. 어렴풋이 드러나는 그 위용이 가히 위압적이다. 그 위로 바다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현악기의 실루엣이 포스터를 덮고 있다. 그 가운데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불길은 의미심장하다.

포스터 위쪽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악보는 이 작품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뮤지컬 ‘모비딕’은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연기, 노래는 물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형식의 뮤지컬을 말한다. 악기 연주가 공연을 위한 소재나 장식적 요소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극 전반을 이끌어 간다. 급하게 써내려간 듯한 악보의 필체는 작품 속 긴장감을 짐작하게 한다.

뮤지컬 ‘모비딕’의 조용신 연출가는 “150년 이전에 발표된 소설 ‘모비딕’은 단순한 어드벤처가 아니다. 인간이 무모하게 대자연의 순리를 거역했을 때 겪게 되는 재난과 인간이 이 재난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담았다. 고래로 대표되는 사회와 선장과 선원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원작으로 했다. 모비딕은 초현실주의적 원작의 분위기를 다양한 음악적 기법으로 표현한다. 원작과 달리 ‘이스마엘’이라는 캐릭터를 사건의 관찰자로 세운 것이 특징이다.

뮤지컬 ‘모비딕’의 이러한 내용은 포스터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포스터 속 바다는 거무튀튀하다. 바다가 가진 공포와 두려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지의 바다 위를 덮는 현악기는 연출가 조용신이 말했듯 “고래를 콘트라베이스로 표현한 것”이다. 검은 바다 위에 떠있는 현악기는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듯 당당하고 위험해 보인다. 악기를 감싸고 있는 검은 기운은 현악기로 표현된 현악기를 더욱더 두렵고 신비로운 존재로 만든다.

‘모비딕’을 향한 선장의 복수심과 대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자만은 붉은 불길로 표현됐다. 선장은 자신의 다리를 절게 한 흰 고래 ‘모비딕’에게 도전하려 한다. 연출가 조용신은 “고래로 대표되는 ‘사회’와 선장과 선원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담으려 했다”고 뮤지컬 ‘모비딕’의 주제를 설명했다.

소설 ‘모비딕’을 악기를 통해 새로운 변주로 보여줄 뮤지컬 ‘모비딕’은 8월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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