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비딕’이 국내 최초로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24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첫 선을 보였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용신은 “공연은 무대에서 재미와 감동을 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형식 자체가 신기했다. 좀 더 색다른 해보고 싶다는 욕구와 뮤지컬에서 라이브 연주가 주는 매력을 극대화 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뮤지컬 ‘모비딕’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
-악기가 배우의 신체 일부이자 캐릭터 자체!

뮤지컬 ‘모비딕’의 연출을 맡은 조용신은 “액터 뮤지션 형식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스위니 토드’, ‘컴퍼니’를 보면서 뮤지컬에서 라이브 연주의 매력을 새로운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의 계기를 밝혔다.

뮤지컬 ‘모비딕’은 원작 허먼 멜빌의 ‘모비딕(백경)’을 바탕으로 한다. 이번 작품은 7명의 배우가 연기, 노래는 물론 연주까지 모두 담당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기존의 뮤지컬과 다른 형식의 파괴를 시도함으로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연기, 노래는 물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형식의 뮤지컬을 말한다. 악기 연주가 공연을 위한 소재나 장식적 요소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극 전반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뮤지컬이 배우의 노래, 대사, 춤으로 표현했다면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거기에 악기 연주를 더한다.

조용신 연출가는 “작품으로 ‘모비딕’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었다. 자료를 검색하다가 ‘모비딕’으로 액터 뮤지션을 한 독일의 극단이 있어서 이런 작품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비딕’ 안에 등장하는 고래가 콘트라베이스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 캐릭터를 악기와 매치해봤다. 다른 액터-뮤지션 뮤지컬에서는 본 적이 없는 발상이다”고 작품의 독특함을 전했다.

‘모비딕’은 악기가 배우의 신체 일부이자 캐릭터 자체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작살잡이인 ‘퀴퀘그’는 활을 통해 날렵함을 표현하는 바이올린으로, 클라리넷은 고래를 찾는 망원경은 클라리넷으로, 에이헙 선장의 외다리는 첼로의 핀으로 표현했다. 배우들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트럼펫, 색소폰, 기타, 클라리넷, 드럼, 퍼커션 등을 직접 연주하며 음악적 완성도와 드라마의 재미를 함께 높인다.

원작과는 또 다른 이야기
- 대자연의 순리에 도전한 인간,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지 담아내

뮤지컬 ‘모비딕’은 모던하면서도 초현실주의적인 원작의 분위기를 다양한 음악적 기법으로 표현한다. 원작은 흰 고래 ‘모비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선장 에이헙의 복수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면, 뮤지컬 ‘모비딕’은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우정과 대자연의 순리에 도전한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공존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시에 사는 이스마엘은 부모를 잃고 직장까지 잃게 되자 어릴 때 꿈을 좇아 바다로 나가 선원이 되려고 결심한다. 이스마엘은 바닷가 물보라 여인숙에서 거친 외모와는 달리 과묵하고 친절한 작살잡이 퀴퀘그를 만나게 되고, 서로가 가진 지식을 나누며 금세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은 흰 고래 ‘모비딕’을 쫓는 에이헙 선장이 지휘하는 피쿼드 호에 승선하여 항해사 스타벅, 플라스크, 스텁과 함께 모비딕을 잡기 위해 출항한다.

조용신 연출가는 “이번 작품은 대사, 가사, 연주, 노래가 온전히 하나로 섞일 수 있는 공연이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란 형식을 통해 뮤지컬 ‘모비딕’은 죽음이 불행만은 아니라는 것과 사람은 태어나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악기와 한몸이 돼 연주와 연기, 노래를 동시에 소화해낸다. 이러한 신선한 형식은 연령대를 초월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고 작품의 주제와 형식에 대해 언급했다.

이스마엘 역의 팝피아티스트 ‘신지호’는 피아노를 통해 고래잡이 선원을 꿈꾸는 소년의 꿈을 표현한다. 작살잡이 퀴퀘그 역의 집시바이올리니스트 ‘KoN(이일근)’은 강인하면서도 신비로운 바이올린 선율로 이국의 느낌과 작살잡이를 표현한다. 특히,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연주 배틀 장면은 즉흥 연주의 묘미를 극대화한다.

도전적이고 변화무쌍한 크리에이티브팀과 배우들
-“다양한 음악,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변모한다”

이번 작품은 작곡가 정예경과 연출가 조용신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정예경은 화려한 수상경력과 각종 CF, 콘서트 등의 작·편곡을 맡아왔다. 이번 작품의 음악에 대해 “작품의 특성상 악기의 특성, 연주법과 소리, 외형까지도 모두 파악해야 했다. 배우의 특성과 심리에 맞춰 끊임없는 편곡작업을 거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음악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정예경은 “이번 공연에서 음악은 클래식, 팝, 재즈, 록, 현대 음악 등 장르 구분 없이 사용해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한다. 특히, 뮤지컬 ‘모비딕’은 현악기와 건반 악기를 타악기처럼 이용했다. 초현실적인 존재를 강조할 뿐 아니라 악기가 가진 가능성을 확장한다. 음악의 흐름은 순간의 악상, 즉흥연주 등 직관적인 작업을 통해 스토리와 함께 유기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뮤지컬 ‘모비딕’의 협력 연출가 이자 안무를 맡은 이소영은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에 맞는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했다. 악기와 한몸이 된 배우에게 무대 위에서 악기가 제약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의미가 되도록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그 결과 배우들은 연기하듯 연주하고, 노래하듯 말하고, 장면의 정서나 역할의 감정을 음악처럼 이해하고 움직였다.”고 말했다.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로 유명세를 치른 신지호는 이 작품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주인공 이스마엘 역을 맡았다. 그는 “건반을 통해 이스마엘의 수많은 감정이 표현된다. 특히, 극중 퀴퀘그와 친구가 되면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배틀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다”고 변화무쌍한 작품의 음악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이번 작품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앨범작업과 연주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한국 최초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KoN(이일근)’도 참여했다. 그는 퀴퀘그 역을 맡아 작살잡이의 강인함을 유려한 바이올린으로 표현해냈다. 이 밖에도 에이헙 선장 역의 ‘황건’, 일등항해사 스타벅 역의 ‘이승현’은 다양한 연극뮤지컬에 출연해온 경력 배우로 작품 속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준다.

뮤지컬 ‘모비딕’은 오는 8월 20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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