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 ‘봄소리’는 ‘봄이 오는 소리’라는 뜻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손수 지어주셨죠. 제가 첫 딸이거든요. 부모님은 ‘인생의 봄, 부부의 봄’ 이라고 말씀도 하세요. 제 이름처럼 많은 이들에게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주는 연주가가 되고 싶어요.” 김봄소리란 이름 때문일까. 그녀의 연주엔 은은한 계절의 향기가 울려 퍼진다.

일찍이 만 6세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김봄소리는 부모님의 탁월한 안목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걷게 됐다. 그녀의 부모님은 학창시절 클래식 기타를 배우러 다닐 만큼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부모님의 영향 탓일까.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클래식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만 5세 때 피아노를 퍽이나 잘 따라 쳤고, 이듬해에는 바이올린까지 섭렵하며 현재는 각종 콩쿠르에서 우수한 상을 거머쥐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김봄소리의 유년기엔 언제나 바이올린이 옆에서 든든한 친구이자 버팀목이 됐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것이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바이올린을 통해 얻은 것이 더 많아요. 다만 친구들과 추억이 별로 없어요. 스스로 연주자의 길을 선택한 결과잖아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전 행복해요.”

유쾌한 미소로 바이올린이 친구이자 삶이며, 동반자라고 말하는 그녀는 진정한 바이올리니스트다. 김봄소리는 서울대학교 기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예원학교 재학 시 ‘금호영재’로서 한국 음악계에 데뷔했으며, 한국일보 콩쿠르1위, 부산음악콩쿠르 1위, 서울 청소년 실내악 콩쿠르 1위 등 국내 수많은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09년 금호예술기금 사업으로 진행된 ‘제1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캠프 & 콩쿠르’의 바이올린 부문 영재상을 수상하는 등 음악적 재능을 알리기 시작하며 나이를 뛰어넘는 성숙한 연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일본에서 열린 ‘2010 센다이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4위와 청중상을 받았다. 그녀는 국제 콩쿠르 첫 출전과 동시에 상을 거머쥐는 행운을 안았다.

“센다이 콩쿠르가 너무 기억에 남아요. 국제 콩쿠르 첫 출전에 입상을 했죠.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상이예요. 2차 예선에서 연주한 스트라빈스키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무척 까다롭죠. 모험적인 시도였어요. 연주직후 오케스트라 단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지금도 전율이 올라요. 너무 감동적인 경험이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오는 7월 21일 금호아트홀에서 ‘금호예술기금 영재상 수상자 연주회’를 가진다. 이 연주회는 지난 ‘2010년 금호예술기금’에서 마련한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캠프&콩쿠르’ 우승 후 마련된 수상기념 독주회다. 이 공연은 ‘힌데미트’, ‘베토벤’, ‘포레 소나타’, 생상의 ‘론도 카프리치오소’로 꾸며진다.

“독주회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연주회와는 달라요. 피아노 반주로 소나타를 연주하죠. 스케일은 작지만 다양한 색깔과 정서를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이번 공연에서 현대작곡가와 고전작곡가의 곡을 두루 포함해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도 연주할 예정이에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2010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 한국인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입상했다. 그녀의 연주는 핀란드 최대 일간지 ‘Helsingin Sanomat’과 ‘HBL’ 등의 언론사와 YLE, NHK 뉴스를 통해 생중계됐다. 현지 언론과 비평가들로부터 신선하고 탁월한 음악성으로 청중을 매혹시킨 연주자로 호평 받았다.

“지난해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어요. 그 당시 한국 연주자들은 물론 전 세계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몰렸죠. 치열한 경쟁을 펼쳤어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최종 결선에 진출했죠. 무척 기뻤어요. 연주자로서 좋은 평가도 받았어요.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해요.”

김봄소리는 바이올린을 닮았다. 서정적인 매력과 경쾌함이 느껴진다. 바이올린은 어떤 악기보다도 호소력 짙은 음색이 매력적이라 말하는 김봄소리. 그녀는 바이올린의 매력에 대해 “무엇보다 독주악기로서 화려한 매력을 표현해요.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에서 위풍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죠”라고 말한다.

그녀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을 사사하고 있다. 김봄소리는 김영욱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단번에 꼽았다. “교수님을 통해 음악을 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숭고한 행위인지 배웠어요. 음악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일깨워줬죠.”

김봄소리는 불세출의 거장 ‘야샤 하이페츠’, 현위의 보석이라 불리는 ‘이고르 오이스트라흐’, 풍요로운 음색의 ‘밀슈타인’과 ‘메뉴인’ 등 오래된 세대들의 연주를 즐겨 듣는다. “그들이 아주 미세하게 음을 미끄러뜨려 연주하는 걸 알 수 있어요. 최근의 연주들은 모든 음을 정확하게 딱딱 끊어 한 음 한 음을 분명하게 내려고 노력해요. 심지어 활을 바꿔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들은 사뭇 달라요. 그 시대의 연주가 인간적이라고 할까요? 인간의 목소리가 세상 모든 악기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밀슈타인’의 연주를 들어보면 마치 그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듯해요. 정말 아름다워요.”

김봄소리는 주말이면 또래친구들을 만나 예쁜 카페에서 한창 수다 떨 나이다. 하지만 그녀는 바이올린과 언제나 붙어산다. 친구와 바꾼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 그녀의 연주엔 나이를 인색하게 만드는 깊이와 열정과 꿈이 담겨있다. 김봄소리는 음악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에 드문 젊은 아티스트다.

그녀는 ‘음악은 세계를 내다보는 또 다른 창’이라고 말한다. “연주자는 청중과 함께 시간과 공간, 음악을 함께 나눌 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우리는 음악을 통해서 삶을 돌아보고, 삶 전체를 관통하는 기쁨과 슬픔을 또 다른 색깔로 새롭게 채색하곤 해요.”

대학공부가 끝나면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싶다는 김봄소리. 그곳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에 흠뻑 젖어 지금과는 또 다른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경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며,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진 연주자가 되는 게 저의 꿈이에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꾸밈없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영락없는 20대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에 대한 애착과 열정만큼은 ‘야샤 하이페츠’, ‘밀슈타인’, ‘메뉴인’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바이올린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그녀의 바람처럼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는 진정한 이 시대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길 바란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밝게 빛나길.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7월 호에 실린 글임)

뉴스테이지 김동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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